[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택시업계가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카카오 카풀 반대 집회를 열고 실력행사에 나섰다. 총파업을 불사하며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규탄했다. 택시업계는 “시민들도 반대한다. 나라시 영업(공유경제 영업을 비하하는 속어) 중단하라”와 “카카오를 박살내자”는 발언도 쏟아냈다.

▲ 카카오 카풀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행사 도중 과격한 구호도 나왔다.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당장 사형시켜야 한다”면서 “금수저 국토교통부, 이낙연 국무총리, 쓰레기 국회의원, 김동연 부총리는 개**며, 이재웅 쏘카 대표도 마찬가지로 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촛불혁명으로 일어난 현 정부가 어떻게 우리에게 이럴 수 있느냐”라면서 “우리는 적폐 가 아니다. 개밥그릇을 뺏어가지 말라”고 주장했다. 카풀에 반대하는 것이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면서, 밥그릇을 뺏어가지 말아달라는 말은 묘하게 배치된다.

강 위원장은 또 “우리의 의견을 듣지 않는 기자, 언론들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는 한편 카카오 모빌리티를 두고 “다 죽여야 한다”는 격한 반응도 보였다. 해외 순방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해임시켜야 한다”고도 말했다

▲ 카카오 카풀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전운이 감돌았던 광화문...“박살내겠다”

택시업계의 광화문 광장 집회는 주최측 추산 6만명이 참여했다. 생각보다 집회 참가자들이 많아 경찰이 차선 하나를 추가로 열어주는 일까지 벌어졌다. 광장 북쪽을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가득히 채운 가운데 사전행사부터 삭발식까지 진행되며 분위기가 고조됐다. 여성으로 구성된 난타 공연팀이 공연을 펼치는 가운데 “서민택시 파탄주범 불법 카풀 몰아내자”와 “불법 자가용 영업 선동하는 카카오와 쏘카, 차차, 타다를 즉각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성동 자유한국당 의원도 연단에 올랐다. 전 의원은 “카풀 TF를 구성할 것”이라면서 “양측의 접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더욱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카풀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회장은 “카풀이라는 자가용 불법 영업으로 30만 종사자와 100만명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카카오에 경고한다. 이대로 카풀이 서비스될 경우 100만명 택시업계 종사자 가족들은 단호하게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도 카풀에 관한 명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우리 택시업계는 쉬지않고 일했다”면서 “왜 택시요금은 오르지 않는가. 정부는 걸핏하면 면허를 정지시키고 시비를 건다.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생계를 꾸리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획재정부 민감혁신본부장인 이재웅 쏘카 대표를 두고 “선수가 심판이 되려고 한다”면서 비판하는 한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택시업계의 등에 칼을 꽂으려는 부도덕한 카카오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카카오 카풀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강신표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과격한 발언을 통해 카풀 반대 노선을 분명히 보여줬다.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카풀이 진행되면 다음은 쏘카와 그린카 등 차량공유 플랫폼들이 나설 것”이라면서 업계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도 변해야 한다. 이제 우리도 승차거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택시업계는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했다.

집회 준비와 전개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정오부터 광화문 광장에 집회인원들이 모인 가운데 일부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광장에서 식사를 하거나, 흡연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인근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일대부터 KT 사옥까지 들어찬 종사자들도 지하철 인근에서 길거리 흡연을 하거나 자리를 깔았다. 근처를 지나던 서울시민 강지우(가명)씨는 “집회는 이해가 되는데, 주변에 너무 민폐가 심하다”면서 “최소한 금연구역만 지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회가 한참일 당시 자기를 택시운전기사라고 소개한 남성이 연단에 무단으로 난입하려다 제지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1인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택시업계 종사자들에게 제지를 당했기 때문이다. 연단에 난입하려던 남성과 이를 막으려는 택시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 카카오 카풀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어려운 문제

현재 택시업계는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카카오 모빌리티에 날을 세우고 있지만, 사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의 ‘시초’는 아니다. 그 전에도 풀러스와 럭시 등 다양한 카카오 플랫폼 스타트업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들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카풀 유상운행 조건인 출퇴근 시간에만 서비스를 했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었다. 풀러스와 럭시가 많은 투자를 끌어내며 몸집을 키웠으나 택시업계의 반발을 살 정도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 풀러스가 유연근무제 도입을 전제로 걸고 카풀 유상운송 시간을 크게 늘리며 사단이 났다.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카풀 유상운송이 허용되는 시간은 ‘출퇴근 시간’으로 정해졌으나, 그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법이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세워주지 않은 상태에서 풀러스는 외연 확장을 위해 다소 자의적으로 출퇴근 시간의 범위를 늘려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는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풀러스의 실험은 오래가지 못했다. 국토교통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풀러스 서비스에 제동을 걸었고, 택시업계는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의 해커톤 제의를 거절하는 한편 국회와 서울시의 토론회도 사실상 파탄냈다. 풀러스는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고 럭시는 카카오 모빌리티에 인수됐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럭시를 인수한 후 택시 서비스의 보완재로 카풀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법에 명시된 유상운송 시간을 지키며 택시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벌어지는 순간 카풀을 적재적소에 풀어낸다는 설명이다. 최근 2018 카카오 모빌리티 리포트를 통해 택시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에 주목한 데이터를 대거 발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풀 T 크루 모집에 나서며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서비스 정식 출시일은 미정이다.

택시업계는 카카오라는 대기업이 골목시장을 파탄내고 있으며,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이 교통시장을 교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택시업계에 쏟아지는 시민들의 불만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ICT 기술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 모빌리티와 협력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체적인 방식으로 대안을 찾거나, 혹은 자기들의 의견을 정확히 반영해줄 수 있는 제3의 기업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헌법에 보장된 생존권 프레임도 중요한 무기 중 하나다.

▲ 카카오 카풀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결국 대화가 답

카풀을 둘러싼 논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택시업계는 지금까지 부족했던 서비스는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ICT 생태계 구축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카풀은 불법이며, 카풀이 서비스되면 택시업계는 고사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반면 ICT 업계는 카풀과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은 시대의 대세며, 지금이라도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 생태계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문제를 풀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불가피하다. 여객운수법에 명시된 모호한 출퇴근 시간에 대한 확실한 정의를 내리는 한편, 양측의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공개적 토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 ICT 업계는 택시업계를 무조건 적폐로 몰지말고 끝까지 설득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며, 택시업계는 보조금만 받아내며 생명을 간신히 연장하려는 행태도 버려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택시업계의 구조적인 변화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질적인 사납금 문제와 과도한 업무환경 등을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택시업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결국 서비스의 질적하락을 끌어내고, 카풀을 비롯한 ICT 서비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ICT 플랫폼 기술과의 접점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지향적 가치를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