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일세대로는 가장 큰 규모인 9510세대에 이르는 송파 헬리오시티.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9.13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송파구 송파헬리오시티는 여전히 ‘강보합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9500가구에 이르는 초대형 공급이지만 재건축의 특성과 맞물려, 매수·매도는 물론 우려가 나왔던 역전세난까지 없는 ‘거래 잠김’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2년 거주 등 양도세 감면 조건과, 매매가의 50%를 밑도는 전세가가 보유자의 직접 입주 환경을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가격이 입주의 매력으로 작용하지 못 하면서 주변 지역에서 전세 수요자를 찾지 못하는 ‘역전세난’ 현상도 당초 예상과 달리 현실화되지 않을 기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3일 주택담보대출 규제, 전세자금대출 공적 보증 제한 등을 담은 9.13 대책을 발표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대책 이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2주택 이상을 가진 보유자는 조합원 입주권과 분양권 등을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다. 1주택자는 이사, 부모봉양 등 제한된 조건 아래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현재 보유 주택수와 무관하게 제공되고 있는 공적 보증을 규제해, 앞으로 부부합산 소득 1억원 이하의 1주택자에게만 공적 보증이 가능할 전망이다. 무주택자는 소득과 상관없이 공적 보증이 제공된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일부 지역은 ‘거래 잠김’ 현상과 동시에 주택 매매가는 하락하지 않거나 서서히 오르는 ‘강보합세’ 현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호가가 18억원에서 19억원(전용면적 84㎡ 기준)에 이르는 송파 헬리오시티의 가격은 굳건한 상태다. 지난달 중순 15억6000만원에 거래된 매물이 있지만,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현재 거래가 끊긴 ‘차분한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 송파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의 시세는 약 18억원 선에 형성돼 있다. 출처=네이버 부동산

헬리오시티 주변 G공인중개사는 “9.13 대책으로 장기보유특별공제와 관련해 2년 이상 거주 조건이 생기면서 조합원들의 입주 움직임이 크다”면서 “규정이 적용되는 내년이 오기 전에 팔아야 하는데, 양도세가 커 이도저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세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전세 입주 문의도 절반으로 줄었다”고 덧붙였다.

H공인중개사는 “재건축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물량을 다 팔 수 있는 상황이어야 가격 안정이 되는데, 지난해 8.2 대책 때 재개발 조합원 지위의 승계가 불가해지면서 입주 전 팔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반면 이 중개사는 “9.13 대책은 그나마 안정된 규제책이지만, 여전히 주택 보유자가 팔 환경은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한 공인중개사는 "헬리오시티는 탄천 방면에 위례-신사선 개발 호재까지 겹쳐 가격 하락이 요원하다"고 말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매물은 많지만 대출 규제로 현금이 부족한 수요자는 매수가 어렵다는 평도 나왔다. 또다른 H공인중개사는 “문의하는 사람들은 투기보다 실거주를 원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그렇지만 비싼 값에다 대출이 막혀 사지는 못 하고, 파는 사람도 굳이 값을 내려 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을 수도 없고, 양도세를 내자니 부담 때문에 가격을 고수한다는 설명이다. 이 중개사는 분양 당시 너무 낮게 분양가를 책정한 것이 지금의 사태를 만든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종합부동산세 비율은 ‘체감’상 클 뿐, 실제 집주인에게 부담되는 것은 양도소득세라고 주장했다. A중개사는 “양도세를 다 내고 손해를 보느니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 과태료 1000만원을 무는 게 낫다는 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역전세난 우려 ‘글쎄...’

9510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공급 때문에 주변지역 역전세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전세 거래가 잠기면서 사그라들었다.

헬리오시티에서 다소 거리가 먼 성동구치소 근처 가락동 G공인중개사는 “이 지역의 30평대 아파트 전세가는 오래된 물건은 4억5000만원, 지어진지 10년 정도 된 아파트는 6억5000만원 정도다”라면서 “걱정은 있지만 이 가격으로는 헬리오시티에 입주하기 어렵고, 전세자금대출도 힘들어 유출 인구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지역에 비해 40%나 높은 전세가에 수평 이동이 어렵다는 내용이다.

다만 그는 “가락시영 당시 전세로 산 사람들이 다시 전세용으로 내놓거나, 조합원 전부가 입주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부 오고 가는 사람이 있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의 전세가는 9억원~10억원에 육박하지만, 실제 거래는 뜸하다. 출처=네이버 부동산.

비슷한 가격대의 구 잠실주공 1, 3, 4단지에 자리한 부동산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잠실엘스아파트(과거 주공1단지)의 H공인중개사는 “겨울이 다가오는 영향도 있고 헬리오시티 전세가가 많이 올랐다”면서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 지역 전세가도 비슷해서 유출입이 있을 것 같지만, 1, 3, 4단지 쪽이 강남 접근성이나 학군도 훨씬 좋은데 뭐하러 이동하겠나”고 말했다. 송파구 내에서 이동하는 인구는 많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