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앞두고 보험회사들이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높은 손해율에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에 쉽게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가집계 손해율은 90.9%로 가장 높았다. 이어 DB손해보험 89.3%, 현대해상 87.5%, 삼성화재 87.0%, 메리츠화재 84.8% 순으로 가집계 손해율이 높게 나타났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통상 78~80%다. 왜냐하면 사업비로 21%가량이 빠지기 때문이다. 손해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보험금의 비율이다.

자동차보험의 높은 손해율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따라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자동차보험료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상반기만 해도 KB손해보험의 손해율은 82.8%로 적정 손해율을 벗어나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DB손해보험이 82.6%, 삼성화재가 81%로 뒤를 이었다.

반면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는 각각 80%와 77.4%로 적정 손해율을 유지했다.

지난해에는 5개사 모두 적정 손해율을 유지했다. 2017년 KB손해보험의 평균 손해율은 80.7%였으며,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각각 80.6%를 기록했다. 현대해상은 79.5%였으며 메리츠화재는 78.2%로 집계됐다.

이처럼 지난해에 비해 올 상반기부터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오르고 있지만 막상 보험회사들은 보험료를 올릴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바로 금융당국의 감시 때문이다.

이에 각 보험사들은 눈치게임을 시작했다. 누가 먼저 보험료를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될 것인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각 보험사들은 일단 삼성화재가 먼저 보험료 인상 스타트를 끊어주길 바라고 있다. 대형사인 삼성화재가 먼저 보험료를 올리면 업계 분위기를 봐서 따라 올리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업계 1위인 삼성화재도 금융당국과 업계의 조심스런 분위기를 외면할 수 없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손해율이 높아 보험료를 올리기는 해야 하지만 국정감사와 맞물리며 더더욱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타보험사에서는 삼성이 스타트를 끊어주길 바라지만 우리도 분위기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올해 안에는 보험료를 올리기 어려울 것 같고 내년 초쯤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귀띔했다.

현대해상의 경우도 금융당국과 업계 분위기, 타 보험사의 결정 등을 주시하며 내년 초쯤 보험료를 올릴 것 같다고 예상했다.

DB손해보험도 마찬가지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국감 시즌이 겹치면서 내부적으로 자동차보험료 인상안에 대한 결정이 더 미뤄졌다”며 “보험료를 올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늦게 아주 조금씩 올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악사다이렉트도 아직 보험료를 올릴 계획은 없다. 대형사부터 올리고 난 뒤 뒤늦게 따라 올리게 될 것 같다는 게 관계자의 추측이다. 따라서 내년 초쯤으로 바라보고 있다.

반면 KB손해보험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눈치를 보고 있긴 하지만 손해율이 너무 높아 올해 안에는 자동차보험료가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이에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는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지만 필수보험이기 때문에 국민 생활에 영향이 크다”며 “물가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어 실질적인 인상요인을 살펴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정비사와 보험사들이 정비수가 등 여러 가지 계약을 진행 중인데다가 입원료와 관련한 건강보험 적용 등에 대한 내용이 달라져 여러 가지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며 “회사가 자율적으로 보험료를 올리는 가운데 그 요인이 적정한가를 들여다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괜히 편승하지 않도록 추세를 지켜보며 파악 중이란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사에 자동차보험료와 관련해 그 어떤 압박이나 눈치도 준 적이 없는데 그들이 스스로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며 “아직은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보험사에서 실질적으로 보험료를 올리겠다고 하면 그때 가서 인상 요인을 살펴볼 것”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