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지난 9일 전라남도 담양군에서 벼 수확 작업을 하던 도중 콤바인에 76세의 A씨가 치여 크게 다쳤다. 운전자가 농기계를 후진하는 과정에서 뒤에 있던 A씨를 보지 못해 일어난 사고였다. 앞서 2일에는 강원도 영월군에서 82세의 B씨가 탈곡기에 손이 끼어 부상을 입었다.

▲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농기계 안전사고 발생은 7471건으로, 연평균 1500여 건에 이른다. 사진출처=경상남도청

이러한 농기계 안전사고가 행정안전부 추산 최근 5년간(2013~2017년) 7471건이 발생했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1500여 건에 이르는데, 다시 말해 농촌지역에서 매일 4건 이상의 농기계 사고가 접수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농경지 면적비중이 큰 경북(1287건)과 전남(1228건), 경남(1187건), 전북(1067건), 충남(1022건)을 중심으로 농기계 사고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5~10월 사이 영농이 가장 활발한 시기에 농기계 사고가 많고, 특히 고령농을 중심으로 집중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주현 의원(바른미래당·비례)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농기계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284건이 접수됐는데, 이중 5~10월 사이에 일어난 농기계 사고건수는 1536건이다. 전체의 67.3% 수준이다. 또한 연령별로 살펴보면 65세 이상의 연령대에서 1517건이 접수돼, 전체(2284건)의 66.4%에 이르렀다.

농기계 사고는 왜 일어날까? 행정안전부가 분석한 결과 경운기·트랙터 등의 운전 부주의와 안전수칙 불이행 등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전체 농기계 안전사고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운전부주의 사례의 경우, 2013년 602건에서 지난해 977건으로 5년간 62.6%가 증가했다.

사실 행정안전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국민안전처, 농촌진흥청, 경찰청 등이 범부처적으로 지난 2016년 4월 농기계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에 있다. 지자체와 연계해 농기계 음주운전 금지규정 마련(훈시규정)과 등화장치·안전반사판을 비롯한 농기계 안전장비 부착, 농기계 순회 수리봉사, 안전사고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농기계 사고건수는 대책 마련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정부 역시 관련 예방대책이 현장에서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영농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면허 없이 농기계를 운전할 수 있는 현행 제도로 인해 농기계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운기와 트랙터, 콤바인과 같은 농기계는 농업기계화촉진법상 농업기계로 분류돼 일반 자동차처럼 면허가 필요하지 않다. 즉, 법적으로는 별도의 면허가 없어도 누구나 농기계를 사용할 수 있다.

농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의 최승묵 사무관은 “지자체와 연계해 연간 30만 명의 농민들을 대상으로 농기계 안전교육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농촌지역 인구의 많은 수를 차지하는 고령농이 상대적으로 농기계를 사용할 때 힘과 순발력, 순간 대처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농기계 사고가 다른 연령대보다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일손이 늘 부족한 농촌지역에 농기계 사용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농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면허가 있는 자에 한해 트랙터 등의 일부 농기계를 운전할 수 있다거나, 의무교육시간을 준수해야 농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등의 법적·제도적 보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