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의료 기술의 발달로 병을 발견할 확률이 높아졌다. 젊은 층의 유병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유병자보험에 대한 관심은 해당 시장 확대를 불러왔다.

유병자보험은 이미 질병을 앓고 있거나 병력이 있는 고객도 간소화된 심사 절차를 거쳐 과거 병력과 관계없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이다. 가입 요건이 완화된 대신 일반 보험에 비해 보장 범위는 좁다. 또 보험료는 일반 보험보다 2배에서 5배가량 비싸다.

유병자 전용 보험 상품에는 크게 간편심사보험과 고혈압·당뇨병 특화보험, 무심사보험 등이 있다.

간편심사보험은 최근 2년 이내(암은 5년) 입원·수술 이력이 없는 유병자가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이다. 질병의 종류와 상관없이 입원비와 수술비를 보장해주며 고객은 ‘계약 전 알릴 의무’가 있다.

고혈압·당뇨병 특화보험은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는 유병자만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이다. 이들이 암, 뇌졸중 등 특정 질병으로 진단되거나 사망한 경우에만 보장을 해준다. 이 상품의 경우 고객은 ‘계약 전 알릴 의무’가 면제되는 특징이 있다.

무심사보험의 경우는 사망만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으로 계약 전 알릴 의무와 건강검진 절차가 면제된다. 반면 일반 보험 상품에 비해 사망보험금이 적고 보험료는 5배 정도 비싼 단점이 있다.

 

 

유병자보험의 진화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유병자보험에도 계속해서 변화가 있어 왔다. 가입 연령과 보장 범위가 확대되고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이 시장에 나왔다.

과거 유병자보험은 암 또는 사망만을 보장하며 단순했다. 하지만 현재는 유병자가 실질적인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사에 따라 다양한 질병에 대한 입원·수술까지 보장범위가 확대됐다.

 

실제 생명보험사 몇 곳의 유병자보험을 살펴보면 보장 내용이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생명의 유병자보험인 ‘간편가입유니버셜종신보험’은 사망보험금을 비롯해 암·뇌출혈 진단·입원·수술 등을 보장함은 물론 장기 유지에 따른 유지보너스와 생활자금 보너스를 보장한다.

한화생명은 ‘간편가입 생활비 받는 종신보험’을 통해 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 등 3대 질병과 함께 일반암과 유방암, 전립선암 진단금을 보장한다. 또 직·결장암과 소액암, 경계성종양 진단금을 비롯해 입원·수술·생활비도 보장해준다.

교보생명은 유병자보험 상품 ‘교보내게맞는건강보험(간편고지/갱신형)’을 판매하고 있으며 일반암·유방암·전립선암·기타 소액암과 함께 사망보험금을 보장한다. 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에 대한 진단금과 수술비도 보장한다.

농협생명은 ‘9988NH건강보험’을 개정해 내놨다. 당뇨와 중증치매 진단 특약을 신설했으며 심질환·뇌혈관질환을 비롯해 녹내장과 특정 백내장, 관절염 등에 대한 수술과 입원을 보장한다.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 탄생

아울러 과거에는 연령이 높을수록 병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유병자보험의 가입 대상은 고연령층일 수밖에 없었다. 실손의료보험의 경우는 유병력자라면 당연히 가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어린아이부터 젊은 청년층까지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많아졌다. 따라서 유병자보험의 가입 대상이 젊은 층까지 확대됐다. 또 유병력자를 대상으로 하는 실손의료보험도 탄생했다.

생명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 유병자보험의 가입 대상은 60대 이상이었다”며 “지금은 전 연령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은 올해 4월부터 판매에 들어갔으며 아직 11만건밖에 팔리지 않은 상황이다.

김유미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만성질환을 보유한 자가 1000만명 이상에 달한다”며 “급속한 고령화로 유병장수 시대에 진입함과 동시에 젊은 층의 유병자가 많아져 유병자 전용 보험상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제 지난 2014년 기준 주요 만성질환 환자 수는 약 118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3%를 차지했다. 심지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89.2%는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간편심사보험의 보유계약 건수는 꾸준히 증가해 지난 2013년 63만건에서 2016년 6월 기준 203만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대한 수입보험료는 2016년 6월 기준으로 약 4438억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