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국내에서도 일부 백화점과 대형매장을 중심으로 ‘그로서란트(Grocerant)’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에서도 중·대형 유통체인들을 중심으로 그로서란트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내가 고른 식재료로 즉석에서 신선한 요리를 저렴한 가격으로 경험하는 것은 물론 장보기와 식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각광 받고 있다. 

▲ 캐나다의 그로서란트 시장은 연간 10억 달러 이상 규모로 추산된다. 출처=Farm Boy

식료품점과 식당의 합성어, 그로서란트

그로서란트는 식료품점(Grocery)과 식당(Restaurant)의 합성어로, 다양한 식재료를 판매하면서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최근의 식품 유통 트렌드다. 즉, 내가 매장에서 선택한 식재료가 즉석해서 음식으로 조리돼 맛을 볼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그로서란트가 캐나다 식료품 시장의 핵심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는데, 특히 온라인 식료품 채널과 치열한 경쟁으로 매출이 줄고 있는 현지 중·대형 마트들이 새로운 출구전략으로 그로서란트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편리함과 차별화 덕분에 20~30대 밀레니얼 세대서 각광

캐나다 소매시장 조사기관인 ‘슈퍼마켓 구루(Supermarket GURU)’에 따르면 현지 외식시장은 가계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급 레스토랑 수요는 줄어든 대신, 특히 20~30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비용은 저렴하면서도 맛이 좋은 가성비 높은 식당과 식품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그로서란트는 고객이 선택한 신선한 식재료를 즉석에서 조리해 제공하면서, 레스토랑보다 절반 이상의 낮은 가격으로 책정하는 등 기존의 레스토랑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매장에서 장보기와 식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편리함이 더해져 소비자로부터 크게 각광받고 있다.  

▲ 캐나다 T&T 슈퍼마켓이 도입한 그로서란트 매장 내부. 출처=Business Post

캐나다 그로서란트 시장 규모 연간 8800억 원 육박

<파이낸셜포스트(Financial Post)> 등 캐나다 매체에 따르면 현지 그로서란트 시장 규모는 연간 10억 달러(한화 약 8771억)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며, 로브로스(Loblaws)와 팜보이즈(Farm Boys), 롱고스(Longo’s)를 비롯한 현지 마트와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등 미국계 매장을 중심으로 그로서란트 도입이 활발하다.   

이 중 로브로스의 자회사인 T&T 슈퍼마켓은 지난 8월 벤쿠버에 해산물 요리를 주 메뉴로 하는 그로서란트를 개장해, 첫 날 1000여 명의 방문객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무게를 달아 가격표를 붙이는 방식으로 계산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한편, 별도의 요리비용을 받고 즉석에서 요리를 제공하고 있다.

팜보이즈는 캐나다에서 가장 성공적인 그로서란트 모델로 꼽히고 있다. 2013년부터 그로서란트를 가장 먼저 도입한 팜보이즈는 피자와 초밥뷔페, 볶음요리, 수프, 샐러드, 베이커리 등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으며, 신선도와 빠른 속도를 앞세워 소비자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외에 롱고스·홀푸드마켓 등 일부 그로서란트는 샐러드와 파스타, 수프 등은 기본이며 수준 높은 셰프를 채용해 일류 레스토랑과 견줘도 손색없는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T&T 슈퍼마켓 그로서란트 담당 관계자는 “슈퍼마켓 가격으로 레스토랑의 수준의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그로서란트의 매력”이라며 “앞으로 색다른 재미와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를 확대할 예정이며, 그로서란트가 방문객 수를 늘려 전체 매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아직 아시안식품 전문 그로서란트 매장이 캐나다에 별로 없는 상황을 감안해, 한식 확산과 식재료 수출의 새로운 판로로 그로서란트를 공략하는 것도 검토할만하다. 출처=TFO Canada

한식 확산·식재료 수출 틈새시장으로 캐나다 그로서란트 공략 필요

이처럼 캐나다 그로서란트 시장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시안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그로서란트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현지 그로서란트를 한식 확산과 식재료 수출 틈새시장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훈수 코트라 벤쿠버무역관 과장은 “그로서란트는 아시안계 시장과 일부 대형매장 중심으로 유통되는 우리 농식품의 새로운 판로로 가능성이 있다. 한류 인기로 한국음식에 대한 캐나다인의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다른 아시안 음식보다 한 발 앞서 현지인 입맛을 겨냥한 그로서란트 시장에 진출한다면, 충분한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캐나다는 신선한 식재료 확보와 가공이 용이한 지역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한국의 대형 유통브랜드가 캐나다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8월 현재 우리 농식품의 캐나다 수출액은 7478만6000달러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17.5% 증가했으며, 2017년 대캐나다 수출액은 전년보다 6.7% 늘어난 1억513만 달러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