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고 머리를 맞댄 결과를 내놨다. 주택시장 전망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혼돈스러운 상황인 만큼 부동산 대책의 출발점이 어디인지 확실히 알 필요가 있다. 현재는 투기 세력을 차단하고 집값을 잡아 국민의 지지를 얻는 일차적인 시각에서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9.13부동산 대책이 서울 주택시장의 전체 판도를 바꿀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금리가 꿈틀댄다. 글로벌 자산의 동조화 현상이 강해지는 만큼 ‘세금’과 결합된 영향은 예상보다 강할 수 있다. 부동산 잡다가 경제마저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삐 풀린 유동성

부동산은 금리에 관심이 많다. 시중금리에 영향을 주는 한국은행 금리가 부동산, 특히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금리와 부동산은 반비례 관계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늘어 매물은 증가하고 투자 수요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부담이 줄어든 집주인은 매물을 회수한다. 주택 수요자는 구매 전선에 뛰어들면서 집값이 오른다.

이처럼 부동산과 금리는 떼기 어려운 관계다. 최근 서울 집값 과열 현상의 단면에는 저금리 기조로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의 유입 영향을 부정할 수 없다. 기준금리 인상이 유동자금을 흡수한다면 주택가격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9월 27일(현지시간 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2.00~2.25%로 0.2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지난 3월과 6월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 인상이다.

한국(연 1.50%)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최대 0.75%포인트로 확대됐다. 2007년 7월 이래 11년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 연준은 연내에 추가로 한 차례(12월) 금리인상이 유력시된다. 내년에도 세 차례 금리를 올리는 등 금리인상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통상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미국의 금리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다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무조건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금리는 여타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1.50%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은 세 차례나 금리를 올렸다. 인도는 0.25%포인트,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 홍콩, 멕시코는 0.5%포인트 끌어올렸다. 캐나다는 무려 1%나 금리를 올렸다.

▲ 글로벌 금리 추이. 자료=BIS

한국은행이 금리를 섣부르게 올리지 않는 것은 국내 경제 체력이 단단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외환보유액과 무역수지, 환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라가 비상상황에 대비해 비축하고 있는 외화자금인 외환보유액은 기업이나 국민이 외국에서 달러를 많이 벌어들일수록 쌓인다. 대부분 수출기업들은 해외에서 수출대금으로 달러를 받으면 국내은행에서 원화로 바꿔 필요한 곳에 지출했다. 달러를 받은 은행은 다시 한국은행에서 원화로 바꾸는 식이다. 이렇게 쌓인 달러는 고스란히 외환보유액이 된다.

외환보유액은 경제위기가 닥쳐오면 방파제 구실을 한다.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기준인 ‘수출액×5%+총통화×5%+단기외채×30%+기타부채×15%’으로 산출된다. 이 공식을 대입하면 올해 우리나라의 적정 외화보유액은 2018년 3월 기준 3814억달러 이상이다. 최근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초로 4000억달러를 넘어서 안정권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적정 이상 외환보유액으로 단단한 체력을 보유한 가운데 9월 무역수지 97억4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80개월 연속 흑자다. 흑자가 계속된다는 의미는 달러를 원화로 바꿀 여력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다. 외환보유액과 원달러 환율 추이가 반대 곡선을 그리는 이유도 같은 이치에서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자산운용사 한 운용역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리보다 환율에 베팅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국내 금리가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한 이유”라고 말했다.

금리인상은 서민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상당수 부동산 구매에 쓰이는 돈이 은행 대출”이라면서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 대출금리 상승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될 능사가 크다”고 설명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나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등 각종 대출금리도 함께 올라가게 된다. 현재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 중후반으로 접어든 상황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내 대출금리 상승세도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5% 포인트 올랐을 때, 고위험가구의 금융 부채가 4조7000억원 늘어난다.

집값 상승은 글로벌 트렌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주요 요인은 ‘글로벌 트렌드’로도 설명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주택가격지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기록한 전고점을 이미 돌파했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43개 회원국 평균 집값 지수가 112를 기록해 2007년 전고점(110.5)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세계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글로벌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자산시장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유동성에다 저금리 기조까지 더해지면 집값이 크게 오른다.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를 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3년간 집값이 3.5%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경제지표가 호전되기 시작한 2015년 하반기부터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집값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이러한 세계 흐름에 우리나라 부동산 흐름도 동기화돼 있기 때문에 국내 정책만으로 집값을 잡기에 한계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으로 보면 3.3㎡ 기준 4680만원(도심)으로 값이 저렴한 편이다. 홍콩은 9750만원이다. 싱가포르는 6830만원, 런던은 6820만원이다. 한국의 집값이 저렴한 이유는 서울·수도권과 지방이 극단적으로 양극화돼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서울만 세계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집값이 덜 오른 나라들은 대부분 저개발 국가이거나 경제위기를 겪는 나라다.

국내 한 산업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세계적 흐름을 보면 부동산 가격 인상은 이슈화되고 있다”면서 “특히 불황기에 자금이 집중하는 현상으로 인해 서울 집값이 더욱 오르는 것이다. 매매차익 환수나 소유권 국유화 수준의 파격적인 정책이 아니라면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대책과 마주친 금리인상, 의도치 않은 경기 둔화 우려

정부는 지난달 13일 종부세 과표 3억원 초과~6억원 이하 구간을 신설해 기존 0.5%에서 세율 0.2%포인트를 더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3주택자에 대한 최고세율은 시세 합산으로 176억원이 넘는 3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만 적용토록 했다.

종부세 과표 구간에 해당하는 시세 18억~23억만원 주택 보유자들은 이미 종부세를 내고 있다. 내년도 예상 종부세액 추가분도 10만~106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 대부분 지역의 공시지가 60% 기준이다.

2016년 기준 시세 18억~23억원 사이 종부세 납세자는 전체 주택 보유자의 0.33%인 4만4052명에 그친다. 이 아파트를 부부가 공동명의로 50%씩 소유한다면 종부세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정부의 종부세 규제를 적용해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32㎡의 1주택자가 내야 하는 종부세는 올해 185만원에서 내년(공정시장가액비율 85%) 207만원으로 겨우 20만원 정도 늘어난다. 신한은행 빅데이터 센터에 따르면 서초구와 강남구 거주자 소득은 서울시 전체 평균보다 1.74배 높다.

종부세 증가분과 집값 상승분을 고려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6차 아파트 전용면적 157.36㎡는 지난해 10월(25억7500만원)과 비교해 6억원이나 오른 31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불로소득이 6억원이나 생겼는데도 이번 개정안에 따른 보유세 증가 예상분은 약 350만원 늘어나는 데 그친다.

▲ 사진=이코노믹 리뷰 임형택 기자

부동산 보유세 중 하나인 종부세의 개편안 불확실성도 사라진 데다 개편안이 3주택 이상 보유자 위주로 강화되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셈이다. 최고세율은 시세 합산으로 176억원이 넘는 3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만 적용된다. 2016년 기준으로 3주택 이상을 보유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는 11만명이다. 전체 27만여명의 40%다. 이들이 낸 종부세는 평균 190만원이다. 1·2주택 보유자의 종부세는 평균 각각 49만원, 83만원이다. 종부세 과세 대상자 중 집값이 크게 오른 집을 보유했다면 짭짤한 수익을 보겠으나 지방 도처에 집값이 하락한 주택을 보유한 소비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정책은 다주택자에게 세금 부담을 주고 단기적으로 거래 가격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가 크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금정책은 단기적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쓰는 정책”이라면서 “다만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들은 종부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보게 되는 내년 12월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경제학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9.13부동산 대책에서 보유세에 손댄 것은 세금을 인상하고 금리를 올린다면 세금을 다시 올릴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라면서 “이번 정책에 금리가 빠진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기 과열지구 주택자는 대출보다 자산을 이용해 부동산을 구매한다. 이번 대책은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부담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이유다”라면서 “비껴난 부동산 정책과 금리인상이 맞물리면서 부담은 부동산 대출을 지닌 서민에게 돌아간다. 금리 인상과 함께 기업 조달금리가 올라가면서 서민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2018 서울 서베이 원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서울 25개구 중 집값이 가장 높은 강남 3구에 거주하는 자가주택 보유 가구주 1523명 중 877명(57.6%)이 부채가 아예 없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거주주택 이외의 부동산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가구주 비중은 3%대에 그친다. 비중이 가장 낮게 나타난 구는 강남구로 자가주택 소유자 518명 중 9명만이 거주주택 이외의 부동산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 이어 서초구 3.6%(495명 중 18명), 송파구 3.9%(510명 중 20명) 등이다.

금융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통화정책의 신용분배 효과와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면 국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개별기업의 외부자금조달 프리미엄은 전 분기보다 2배 정도 증가한다.

정부의 대책은 글로벌 금리상승과 맞물리고 있다. 예상보다 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비책은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