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공급대책에 대한 방안이 시간이 갈수록 대결양상을 띄는 듯 하지만 상당한 부분에서 공감하는 대책으로 수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대책은 모두 임대주택 공급을 큰 폭으로 확대하자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 국토부는 그린벨트 해제 등 서울 외곽지역에 3기 신도시를 조성해 대규모 임대주택을 공급하자는 방안에 힘이 쏠려있고, 서울시는 서울 외곽에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기존과 다를 것이 없다며, 서울 도심지역에 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국토부의 그린벨트 해제 등 3기 신도시 조성과 서울시의 도심 임대주택 공급 방안은 단시일 내에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물론 어느 안의 진척이 빠를까 비교해보면 서울시 안이 좀 더 빠르게 이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점에서 전문가들은 두 가지 방안 모두 현실상 지금의 문제를 해결해 줄 방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모습 드러내는 서울시의 주택공급 대책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도심지역 노후 건물과 업무공간을 활용해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서울시내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씨름 중인 서울시의 주택 공급 방안이 처음 가시화된 셈이다.

도심에 산재한 노후 건물을 허물고 용적률을 높여 고층 건물을 짓는 것이 그 방안이다. 또한 저녁시간 비는 업무용 건물에 공공임대나 분양 형태의 주택을 들이고, 새로 짓는 주상복합 건물에 최대 50%의 공공임대주택을 의무화해 서울에 진입하려는 수요를 충당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여의도, 용산을 고밀 개발하겠다는 이전 발언과도 맥이 닿아있다.

박원순 시장은 부동산 가격 급등 원인 가운데 하나를 ‘외곽지역 주택 공급’으로 꼽았다. 교통망 확충이 미진한 상태에서 외곽지역의 젊은 수요층들이 도심 출퇴근 시간에 허비하느니 빚을 내서라도 서울에 진입하려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박 시장은 도심 속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높이면 주거지 뿐 아니라 부동산 가격도 안정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공공임대 대상을 중산층까지 확대해 보증금 등 관련 예산 확보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서울시는 해당 방안을 검토 후 주거외 용도비율 20% 감소와 주거용의 용적률을 600%로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례안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높인 층수의 50%를 임대주택으로 채울 경우 준주거지역의 용적률도 500%까지 상향 조정해, 주상복합 임대주택을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 8만 가구를 2022년까지 공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앞서 박원순 시장은 지난 7월 개발 이후 50년이 지난 여의도 지역과 용산 지역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용적률 대폭 상향으로 낙후한 구도심을 고밀 개발하는 방식이다. 박원순 시장의 계획은 여의도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재구조화하고 일반주거지역의 용도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상향하는 방안이다. 용산역과 서울역을 잇는 철로를 지하화하고 생기는 지상엔 대형공원과 함께 미팅, 컨벤션, 행사 등을 열 수 있는 ‘마이스’(MICE) 복합단지, 국제업무지구를 조성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의 발언으로 가라앉은 개발심리가 자극돼 서울 집값·땅값은 천정부지로 솟았다. 당시 여의도, 용산지역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7월에서 8월 한 달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에 박 시장은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개발 계획을 보류하겠다고 서둘러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고점을 찍은 집값은 9월 종합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에도 요지부동이다.

국토부의 주택공급 대책 그림은?

박원순 시장의 발언이 부추긴 서울지역 집값 상승을 안정화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3일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고가주택 종부세율 인상, 주택임대사업자 대출 축소 등 규제안과 함께 수도권 공공택지 30곳 30만가구를 발표할 것이라 예고했다.

특히 공급대책은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을 개발하고, 도심 내 유휴부지, 환경 가치가 다른 곳보다 적은 3등급지 이하 그린벨트를 활용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각 지자체와 협의해 상업지역 주거비율과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높이거나 역세권 용도지역 변경 등을 담은 도심 내 규제 완화 안도 더했다.

그러나 9월 21일 나온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공개 범위가 예상에 못 미치면서, 국토부와 지자체의 엇박자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신혼희망타운 조기 공급,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한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 방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큰 관심을 모은 신규 공공택지 확보가 뒤로 늦춰졌기 때문이다. 이날 공개된 지역 가운데 서울은 구 성동구치소, 개포동 재건마을과 비공개 부지 9곳, 총 11곳 1만세대에 그쳤다. 경기지역 공개물량 역시 광명, 의왕 등 1만7000세대에 그치면서 ‘30만세대’ 공급이라는 국토부의 당초 주장과는 거리를 보였다.

넘치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을 제공하겠다는 기조 자체는 긍정 반응도 많았지만, 현재 부동산 업계는 어정쩡한 세율로 거래가 묶이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새로 공급될 지역이 넘치는 유동성 때문에 투기처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잇따랐다. 사전유출 논란에 맞물려 걸음이 꼬이는 바람에 국토부의 대책도 오락가락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에 진입하려는 수요가 가장 많은데 비해 공급 규모가 미진해, 서울시 행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국토부 vs 서울시 대책, 차이점과 절차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공급대책은 모두 임대주택을 대거 제공하겠다는 부분에서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 다만 그 위치와 규모 등 세부사항은 큰 차이가 있다.

국토교통부는 9.21 대책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한 신규 택지에서 30만가구의 대규모 공급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21일 발표된 17곳 3만5000가구를 제외하고, ‘3기 신도시’에서 20만가구, 중소규모 택지에서 약 6만5000가구를 공급한다면서, 연내 추가 택지 발표를 예고했다. 그러나 서울시 뿐 아니라 구 단위의 지자체까지 국토부의 일방 지정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대주택이 대거 들어서면 주택 가격의 조정이 이뤄질 것을 염려해, 2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의 입김도 거세다. 또한 야심찬 계획과 달리 부지매입과 보상절차가 지난하게 이행될 경우 개발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은 배제돼있다. 순풍만을 가정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와 맞물려 유휴용지 활용, 용적률 상향으로 임대주택이 최대 50%의 비중을 차지하는 약 5만4000가구의 신규 주택 공급 계획을 갖고 있다. 공실률 높은 도심 사무실을 중심으로 도쿄의 ‘롯폰기힐즈’와 같은 고밀도시로 탈바꿈을 꾀하거나 대형 주상복합 건물을 신축하는 방안도 담겼다. 서울시는 주택국, 도시계획국 구성원으로 특별업무팀을 구성하고, 용적률 일시 완화 조치가 가능하게끔 조례 개정을 연내 추진한다. 그러나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을 구분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현행법 개정이 불가피해, 서울시만의 움직임으로 온전히 실행되기엔 무리가 따른다.

양자의 경계선인 ‘그린벨트’는 수도권 과밀화를 막기 위해 지정됐다. 이에 반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해 수도권 인구 분산을 도모하고 있고, 서울시는 보존의 목소리를, 국토부는 장관 직권까지 발휘해 적극 해제를 추진하는 등 얼핏 보면 상호모순된 정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는 수도권 진입을 희망하는 수요자가 정치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고, 당장의 현안이 주택 공급인 만큼 주관 부서인 국토교통부의 미숙한 역량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국토부 對 서울시, 전문가 판단은?

박원순 시장의 고밀개발안에 대해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의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이미 시점이 많이 늦었다”고 평가했다. 심교언 교수는 “주택 문제가 불거지고 지금까지 쭉 억누르는 행보를 보이다가 적기를 놓쳤다”면서 “중장기 과제로 지속해 나간다면 응당 좋은 정책이지만, 급한 건 지금이다 보니 당장 효과를 보긴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공급량 또한 적어 선진국과 비교해서 도심권 임대주택 비중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 보기 힘들다”면서 “지금 상황에선 재건축의 효과가 가장 좋다”고 주장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역시 정책의 효과가 낮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현재 업무용 건물의 높은 공실률은 언제든 다시 낮아질 수 있고, 해외 오피스시장과 비교해 공실률이 유독 높은 것도 아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창무 교수는 “공실률이 높기 때문에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겠다는 발상은 부드러운 인과관계가 아니다”라면서 “주거용도로 전환할 때 생기는 문제, 공급효과의 총량이 제한되는 문제 등을 감안하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은진 부동산114 총괄팀장은 “국토부와 서울시 모두 주택시장 수급 불안과 가격 안정을 목표로 하는 점은 공통되다”면서 “열쇠는 곧 물량이다”고 말했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휴부지 활용과 고밀 개발안을 두고 “기존 입지를 활용해 편의시설이나 출퇴근 문제 해결에는 큰 문제는 없겠지만 교육환경과 소음공해처럼 정주여건 해결은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상업시설이기 때문에 ‘무늬만 공급’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은진 팀장은 “이 대문에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조성해 대규모 공급량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극적인 효과가 나올지는 의문이다”라면서 “그린벨트 완화를 않는 범위에서 정책을 벌이려다보니, 대량 해제보다는 낫겠지만 실현 가능성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라고 박 시장의 구상을 평가했다. 김영곤 교수는 “건물주가 원하면 30% 정도 용도변경이 되고 있다”면서 “문제는 공공건물이 아닌 민간 건물이기 때문에, 업무용 수익을 기대하는 건물주들을 어떻게 정책 범위로 유도할 것인가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여기에 더해서 지을 때부터 주거용이 아닌 건물인데 만약 전환이 가능하다해도 출입 보안문제, 안전문제, 소음과 교통난 등 딸려오는 사회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곤 교수는 “차라리 훼손된 3급지 이하 그린벨트는 녹지사업을 벌이고, 분양전환으로 전락한 임대주택의 원래 취지를 살려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도심지역은 그린벨트 해제보다 더 비용이 덜 드는 기반시설에 국가 투자를 키우고, 재개발-재건축을 실행하는 동시에 총량제를 도입해 주택 가격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대안을 설명했다.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서울시와 마찰을 빚어온 국토교통부의 김현미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토부 소유의 개발제한구역 해지를 시사했다. 김현미 장관은 “서민들에게 양질의 값싼 주택을 신속히 공급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국토부의 개발제한구역 해지 물량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김 장관은 국방부, 농림부 등 관련 부처,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와도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임대주택정책과 관계자들도 “서울시의 이번 방안이 민간임대와 공공임대주택의 성격이 중첩된 만큼 내부에서 논의 중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