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솔게임을 즐기는 모습.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그간 타 콘솔 게임 업체 간 크로스플레이에 빗장을 걸었던 소니가 PS4 ‘포트나이트’의 콘솔 플랫폼 간 크로스플레이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 소니는 PS4와 PC, 모바일 간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했지만 엑스박스 원, 닌텐도 스위치 등 콘솔 기기와는 연동 플레이를 지원하지 않았다. 이번 변화로 게이머들은 다른 게임에서도 콘솔 간 크로스플레이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크로스플레이란 서로 다른 플랫폼 간 멀티 플레이를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의 존 코데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6일 소니 공식 블로그를 통해 PS4 이용자들의 많은 요구에 따라 포트나이트를 엑스박스 원, 닌텐도 스위치와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베타 서비스 기간과 정식 서비스 시점, 다른 게임의 크로스플레이 등에 대해서는 추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유저들은 크로스플레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어떤 플랫폼을 사용해도 원하는 사람과 게임을 같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도 유저 간 이용이 더 활성화돼 게임의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소니가 문고리를 열기까지의 과정

콘솔 플랫폼 간 크로스플레이에 먼저 적극 참여한 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 원과 닌텐도 스위치였다. MS는 지난 2016년 글로벌 게임 콘퍼런스 행사 GDC에서 다른 플랫폼에 있는 게이머도 인터넷에서 함께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는 크로스 네트워크 플레이를 발표했다. 또 소니를 비롯한 다른 기업의 참여를 독려했다. 지난해 국제 게임 전시회 ’E3’에서는 MS와 닌텐도가 일부 게임의 크로스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닌텐도는 그 당시만 해도 크로스플레이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기업이라 놀라움을 자아냈다. 닌텐도는 E3 2017을 기점으로 본격 콘솔 간 크로스플레이에 개방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소니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PC와의 크로스플레이는 지원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다른 콘솔 업체 간 크로스플레이에는 폐쇄적이었다. 

지난해 9월 인기게임 ‘마인크래프트’가 PC, 엑스박스 원, 모바일, VR 등의 크로스플레이 기능을 업데이트할 때도 소니는 보안상의 문제를 이유로 연동 대상에서 빠졌다. 지난 6월에는 FPS 게임 ‘팔라딘스’가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한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PC와 엑스박스 원, 닌텐도 유저가 이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됐지만 PS4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유저들은 PS4와 엑스박스 원의 크로스플레이에 대해 희망을 품기도 했다. 지난해 9월 PS4버전 포트나이트에서 엑스박스 프로필을 가진 유저가 게임 내에서 공격하는 오류가 생긴 것이다. 에픽게임즈는 구성 오류로 양 플랫폼간 크로스플레이가 일어난 게 사실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 1월 이 같은 오류가 다시 발생했다. 게임 내에서 PS4 유저만 가질 수 있는 스킨을 착용한 사용자를 엑스박스 원 서버에서 확인하게 된 것. 오류는 수정됐지만 유저들은 콘솔 간에도 크로스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실제로 지난해 E3에서 ‘로켓리그’의 개발자는 인터뷰를 통해 “기술적인 문제는 없으며 소니 측에서 허락을 하면 언제든 크로스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소니는 그간 콘솔 간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일부 유저들의 질타를 받았다. 소니가 구축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폐쇄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었다.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SOE)의 대표였던 존 스메들리는 지난 6월 트위터를 통해 “PS4의 포트나이트가 다른 콘솔과 연동되지 않은 이유는 돈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시장 점유율은 높다. 비디오게임 시장 분석업체 ‘VGChartz’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PS4의 누적판매량은 엑스박스 원의 누적 판매량에 약 2배로 나타났다. PS4의 누적판매량은 7600만대를 돌했으며, 엑스박스 원은 3600만대, 닌텐도 스위치가 1500만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점유율로 따지면 PS4가 약 60%, 엑스박스 원은 28%, 스위치는 12%로 기록됐다.

▲ PS4, 엑스박스 원, 스위치 누적 판매량 추이. 출처=VGChartz

PS4의 크로스플레이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오른 건 지난 6월 닌텐도 스위치에서도 포트나이트를 서비스하기 시작하면서다. 포트나이트가 PS4를 제외한 모든 플랫폼과 크로스플레이가 가능해졌다. 그런데 PC와의 크로스프레이만 지원하던 PS4에서 포트나이트 계정을 접속한 이력이 있으면 닌텐도 스위치에서는 플레이 할 수가 없었다. 포트나이트 유저들은 인터넷이나 SNS등을 통해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 아메리카의 숀 레이든 최고경영자(CEO)는 이 논란에 대해 “최근 유저들의 크로스플레이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있으며, 소니는 많은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후 약 3개월이 지난 9월26일 소니는 최초로 포트나이트의 콘솔 간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 베타 테스트를 한다고 발표했다.

▲ 포트나이트 시즌 6 이미지. 출처=에픽게임즈코리아

포트나이트 의지 결국 통했다

포트나이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포트나이트는 초기부터 크로스플레이를 염두에 둬 플랫폼 간 시스템을 동일하게 운영했다. 이런 노력으로 포트나이트는 PS4, 엑스박스 원, 닌텐도 스위치, PC, iOS, 안드로이드 등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를 모든 플랫폼에서 크로스플레이를 성공시키려는 의지가 강했다.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대표는 SNS를 통해 닌텐도 E3 2017 스팟라이트의 로켓리그 영상을 게시하며 “모든 플랫폼은 크로스플레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엔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언리얼 엔진 컨퍼런스 ‘언리얼 서밋 2018’에서 “포트나이트를 서비스하며 친구와 같이 게임을 즐기는 게 혼자 하는 것보다 200% 오래 게임을 즐기고 더 자주 플레이하는 걸 확인했다”면서 모든 플랫폼에 포트나이트를 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니 대표는 “에픽게임즈는 크로스플레이가 게이밍의 미래라 믿으며, 게이머를 위해 모든 플랫폼에서 게임을 출시해 최고의 게임 경험을 어디서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용자 수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21일 에픽게임즈의 발표에 따르면 포트나이트는 지난 8월 글로벌 월간 사용자 수가 783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글로벌 월간 이용자 수인 라이엇게임즈 ‘리그오브레전드’의 1억명(2016년)보다는 작은 숫자지만, 상당한 숫자다. 포트나이트는 북미, 유럽 지역에서는 특히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소니의 결정은 영향력이 꽤 클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주요 콘솔 게임사들이 연결된 게 최초이기도 하고, 포트나이트라는 게임의 파괴력이 꽤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발표로 다른 게임에 대한 크로스플레이에 대해서도 유저들은 기대감이 커졌다. 

게임 개발자인 리얼리티매직의 김성균 대표는 “이번 변화는 그간 문을 열어주지 않던 소니가 콘솔 간 크로스플레이를 허용했다는 점과 포트나이트라는 대형 게임이 그 시작이라는 점에서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니가 앞으로 나오는 게임에도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할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포트나이트라는 게임 자체가 애초에 크로스플레이를 위해 설계된 점과 큰 영향력을 바탕으로 크로스플레이를 성공시켰지만, 다른 모든 게임에도 쉽게 개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크로스플레이는 개발사 입장에서 장점이 많지만 업데이트 일정을 맞추는 등 플랫폼 통합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