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한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표방하는 쇼핑 축제 ‘2018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28일부터 시작됐다. 내수 소비의 부진이 약해 경제 선순환을 이루지 못하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이제는 전 국민들이 알고 있는 대형 이벤트로 자리매김을 할 법도 한데, 안타깝게도 이 행사는 매년 같은 비난을 받고 있다.

어떤 미디어는 지난 정권의 ‘잔재’라는 부정적 표현을 쓰기도 하고 또 어떤 매체는 휑하니 비어 있는 대형 유통 점포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위기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과연 이 행사는 정말 그렇게 심각한 수준일까? <이코노믹리뷰>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이 기간 우리나라 각 유통 채널을 직접 찾아가 현실을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기자가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우리나라 소비의 중심지인 명동에 위치한 백화점과 면세점이다.

활기찬 롯데, 조용한 신세계?     

▲ 많은 고객들로 붐빈 롯데백화점 본점 1층 매장.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시작된 지 4일째인 1일(월요일) 오후 4시경에 찾아간 롯데백화점 본점은 의외로 활기찬 분위기였다. 여성용 화장품 혹은 주얼리 브랜드를 주로 판매하는 백화점 1층부터 상품을 구경하거나 구매하러 온 고객들로 붐볐다. 더러 어떤 브랜드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안내 직원이 꽤 분주하게 고객 대응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러한 분위기가 각 층별로도 똑같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한 층씩 위로 올라갔다. 

각 층에서 주력으로 판매하는 품목마다 약간의 편차는 있었으나 고객들이 없이 휑하게 비어있는 공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패션 의류를 판매하는 매장에는 많은 고객들이 상품의 가격을 꼼꼼하게 살피며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면세점으로 이어지는 9층에 코리아세일페스타 특별 행사 매장이 꾸려져 있어서 여기에는 전 층에서 가장 많은 고객들이 몰렸다. 

▲ 롯데백화점 본점 9층의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장.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남편과 함께 매장을 방문한 김연자 씨(53)는 “평소에 M사의 지갑을 갖고 싶었는데 대대적으로 백화점들이 세일을 한다고 해서 와 보니 진짜로 싸게 팔기는 파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확인해본 결과 이날 행사장에서 5만9000원~7만9000원 균일가로 판매된 M사의 지갑은 인터넷에서도 평균 10만원~15만원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이었다. 

겨울 의류를 사러 온 고객 전유미 씨(27)도 “올해 겨울이 빨리 찾아온다고 해서 겨울 옷을 미리 장만할 겸, 백화점을 찾았다”면서 “확실히 무슨 행사가 있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가격이 저렴한 옷들이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 롯데백화점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장에서 할인가에 판매되고 있는 한 잡화브랜드 지갑.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그 외 롯데백화점의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장에서는 주로 의류들이 할인가에 판매됐고 많은 고객들이 몰렸다. 

이와 같은 분위기가 인근의 다른 대형 백화점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인근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으로 향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건물 전면에 코리아세일페스타 광고를 잘 보이게 설치해 뒀기 때문에 롯데백화점보다 더 많은 고객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실제는 조금 달랐다. 코리아세일페스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많은 미디어에서 봤던 익숙한 광경들이 보였다. 보이는 것으로 단순 비교하자면 롯데백화점에 비해 고객들이 매우 적었다. 물론 층마다 약간의 편차가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매장에 고객들이 많지 않았다. 재미있게도 신세계백화점 매장 내부에는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대한 안내나 전시물은 롯데백화점보다 더 많았다. 

▲ 롯데백화점에 비해 비교적 한산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신세계백화점의 한 의류 브랜드 협력사 직원은 “아무래도 월요일이라 매장이 다른 날보다 한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직원에 따르면 행사가 막 시작된 지난 주말은 고객들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같은 지역에 인접한 두 기업의 백화점에서 확인한 코리아세일페스타는 누군가의 우려 그대로 부정적인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혹은 그와 정반대로 활기찬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면세점도? 롯데 ‘시끌’ 신세계 ‘조용’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모두 인근에 시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각 백화점 건물은 면세점으로 직접 연결되는 통로가 있다. 코리아 세일페스타의 면세점 분위기는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 각 브랜드의 면세점 매장으로 향했다. 

▲ 외국인 고객들로 붐빈 롯데면세점(왼쪽) 그리고 한산한 신세계면세점.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롯데백화점의 면세점은 백화점에서 확인한 것 이상의 활기가 넘쳤다. 현장에 있는 롯데면세점 담당자에 따르면 “1일부터 7일까지 이어지는 중국 국경절 휴일을 맞아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면세점을 찾았다”고 했다. 명품 패션 브랜드, 한국의 인기 화장품 그리고 홍삼과 같은 인기 품목들은 이미 품절된 상품들도 많았다. 

반면, 신세계면세점은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조용했다. 국경절 특수가 있다면 충분히 그것이 매장의 활기로 나타날 법도 한데 의외로 한산했다. ‘사드’ 보복 문제를 감안한다면 롯데가 오히려 중국인 관광객이 적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기대되는 점, 아쉬운 점 

두 백화점과 면세점 방문으로 코리아세일페스타의 희망적인 모습을 발견한 것이 있었다. 바로 국내 고객들이 이 행사를 ‘드디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연례행사로 열리는 시즌 할인과 다른 점을 조금이나마 인식하고 이 시기에 맞춰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이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우려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온라인 판매 가격보다 비싼 코리아세일페스타 할인가’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 꽤 기자는 당혹스러웠다. 신세계백화점에 있는 한 스포츠 브랜드 매장은 인터넷 가격으로 5만원~7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인기 운동화 제품을 할인을 적용해 1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었다. 소비자 효용 극대화로 소비를 일으키고자 하는 행사의 취지에 어긋나는 경우들은 행사의 신뢰도를 낮추고 있었다. 

덧붙여 면세점에서 아쉬웠던 점은 중국인(혹은 외국인) 소비자들이 코리아세일페스타를 특별한 행사로 인식하고 면세점을 찾아 온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만약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중국의 국경절 휴일 기간이 아닌 다른 시기에 열린다면, 기자가 확인한 활기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면세점을 방문한 중국인 소비자 장린(张琳, 32)씨는 “뭔가 큰 세일 기간이라고는 하는데 평소와 비교해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브랜드별 할인 정보나 이벤트 안내 같은 것들이 더 잘 돼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