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WERTY 키보드는 한 세기 이상 동안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새 기술 시대에는 다른 방식으로 컴퓨터와 소통하게 될 것이다.    출처= 위키피디어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컴퓨터 혁명이 일어나면서, 대학 강의실과 캘리포니아 차고에서 우리가 사용하던 기계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그러나 키보드만은 그런 변화에서 제외되었다. 지난 40년 동안 만들어진 컴퓨터는 어떤 종류든 일단 그 앞에 앉으면 텍스트를 입력하는 방법을 즉시 알 수 있었다. 처음 6개의 키인 QWERTY에 따라 그 이름이 명명된 이 키보드는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술 산업에서조차도 죽일 수 없는 바퀴벌레 같았다.

QWERTY 키보드가 완벽했기 때문일까? 이에 관해 많이 회자되는(그러나 출처는 불분명한) 이야기는 현재의 키보드가 각 키들이 엉키지 않게 천천히 치도록 특별히 고안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메이비스 비콘(Mavis Beacon, 미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타자 지도 프로그램)은 지난 수십년 동안 이 익숙한 키보드로 컴퓨터 사용자를 교육해 오면서, 일반 사용자도 분당 45단어쯤은 입력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능숙한 사람은 분당 90단어도 칠 수 있다).

그러나 이 무풍지대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다들 알다시피 오늘날 가장 흥미로운 인터넷 연결 가젯은 인텔 칩이 들어 있는 타자기가 아니다. 요즘에는 시계, 헤드셋, 냉장고 같이 우리가 즐겨 하던 넓은 키보드 공간이 없는 전자 기기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현대인이 가장 많이 쓰는 초박형 휴대폰도 이제는 QWERTY 기능을 최소화하고 있다. 기술 회사들이 자동 고침(Auto Correct, 입력된 특정 문자열에 오타가 나오면 자동으로 수정하는 기능) 기능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는 실제 키보드가 없어도 손가락만으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먼 훗날에는 오늘날의 텍스트 기반 상호 작용(키보드 입력 시스템)은 마우스 이전 시대에 명령을 입력하는 것처럼 신기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우리의 말에서부터 움직임, 얼굴 표정까지 우리가 의사소통하는 모든 방식을 포착하기 위해 보다 뉘앙스 있고 인간적인 방법을 제공하는 도구도 나왔다. 키보드는 그동안 우리가 컴퓨터 언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이제 컴퓨터가 우리 인간의 말을 배우고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컴퓨터와의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이 도래하고 있음을 상세 보도했다. 

▲ 손에 착용하는 ‘텝’(Tap) 시스템은 테이블 위에서나 허공에 손가락을 사용해 알파벳을 만들 수 있다.       출처= Tap System

터치 타이핑

QWERTY 키보드가 그처럼 오래 지속된 이유는 새로운 불완전한 키보드가 사람들이 사용법을 모르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디지털 키보드 지보드(Gboard)의 프로덕트 매니저 앵가나 고쉬는 “컴퓨터 사용자 연구 결과 우리는 인간이 습관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급하게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를 쓰려고 할 때, 새로운 방법으로 메시지를 쓰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탭 시스템(Tap Systems)의 공동 창업자인 도비드 쉭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쓰는 새로운 방법을 가르쳐주려고 한다. 그는 룰루레몬(Lululemon, 캐다의 스포츠 패션 회사)이 디자인한 황동 관절(Brass Knuckle)처럼 보이는, 한 손에 착용할 수 있는 탭(Tap)이라는 키보드를 만들었다. 탭을 착용하고, 테이블 위에서 집게손가락을 두드려 E를 표시하고 중간과 새끼손가락이 함께 Z를 만들 수 있다.

쉭은 완전한 키보드를 지원할 수 없는 장소에서 이 탭을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탭을 착용해 가상현실 속에서 문자를 보내거나 스마트워치를 통해 긴 문장을 전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탭의 가격은 179달러다.

그는 이 탭의 사용에 익숙해지려면 약 3주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독립선언문을 분당 54단어의 속도로 완성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이 회의실 테이블에서 몇 분 동안 연습했지만 26개 알파벳의 절반 정도밖에 쓰지 못했다. 첫 번째 경험으로 그리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았다.

감각을 높이다

키보드는 컴퓨터와의 의사소통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유일한 방법은 끊임없이 코드를 입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매일 복잡한 시각 경험을 다루면서, 문자를 사용한 상호 소통을 줄이고 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간단한 손동작 기반 인터페이스를 개발한 립 모션(Leap Motion)의 마이클 벅워드 최고경영자(CEO)는 립 모션에 대해 설명하면서 “점토 조각을 가지고 노는 어린이가 컴퓨터를 다루는 전문가보다 더 많은 힘을 갖게 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립 모션은 수년 동안의 개발 과정을 거쳐, 놀라운 속도와 정확성으로 손동작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손동작 하나하나를 그대로 따라해 디지털 세계에서 실제 세계와 같은 작업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립 모션은 이 기술을 차세대 게임 콘솔이나 VR 헤드셋 등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딥 모션이 탭 시스템과 다른 것은 따로 특별히 배울 필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시연장에서 포인터를 잡고 던지고 찌르고 아무렇게나 움직이면 디지털에서 그대로 재현되었다.

립 모션의 기술은 기존 키보드와 공존할 수 있지만, 실제와 디지털 사물을 모두 볼 수 있는 증강현실(AR) 상황에서 특히 유용했다. 회사는 미래 지향적이고 가상현실(VR) 친화적인 키보드도 선보였는데, 왼손 안에 디지털 메뉴가 있어서 오른손으로 메뉴를 두드려 선택하거나 문자를 칠 수 있게 되어 있다.

▲ 립 모션은 가상 현살에서나 실제 현실에서 손 동작을 정확히 추적해 구현할 수 있다.    출처= Leap Motion

어디서나 타이핑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존의 키보드와 터치 스크린은 이와 같은 새로운 종류의 인터페이스로 대체될 것이다.

전도성 섬유(傳導性纖維, Conductive Yarn)를 사용해 스마트폰에 신호를 보내는 구글의 프로젝트자카드(Project Jacquard)처럼, 재킷 소매의 브러시로 음악을 제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토비(Tobii)나 포브(Fove) 같은 회사의 기술을 사용하면 키를 (치지 않고) 그저 쳐다보기만 하면 타이핑할 수 있다. 이 회사들은 눈 동작(시선)을 추적해 우리가 바라보는 키를 무엇이든 입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오픈워터(OpenWater) 같은 회사가 성공한다면 문자를 생각만 해도 그 문자가 입력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뇌파를 추적해 식별하는 기술을 구축하고 있어, 이른바 텔레파시 통신이 가능할 수도 있다.

▲ 오픈워터(OpenWater) 같은 회사가 성공한다면, 문자를 생각만 해도 그 문자가 입력되는 이른 바 텔레파시 통신이 가능할 수도 있다.   출처= OpenWater

심지어는 오감과 냄새까지 모두 사용해 컴퓨터와 통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 우리는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훨씬 더 친숙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가젯마다 의사소통 스타일이 다르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컴퓨터는 냄새를 맡지 못하니까.

어쨌든 현재로서는 말로 하는 것이 가장 성숙하고 새로운 인터페이스다. 우리는 이미 시리(Siri)나 알렉사(Alexa),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를 통해 이미 가젯과 대화를 나눈 경험이 있다. 그런 음성인식 가젯에 말로 명령해 보지 못했다면 꼭 한 번 해보라. 2016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문자를 쓰는 것보다 말로 하면 전송 속도가 거의 세 배 정도 빠르다. 뿐만 아니라 음성 인식 가젯은 문자를 치는 것보다 실수도 적다.

게다가 우리가 으레 하는 “안녕 안나 (쉼표) 오늘 저녁 뭘 먹고 싶어요 (물음표) 사랑해 (느낌표)”라는 오금 저리는 문자를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