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창욱 교수님!

오늘 **대학교 K-Move베트남 과정에서 Global 취업특강을 들은 영어영문학과 신혜리(가명)라고 합니다^^! 칼럼 독자이기도 합니다.

(중략)

또 얼마 전에 읽은 칼럼 저자를 만나서 영광이었습니다 :)

다음 칼럼에 인문 학생이 베트남 취업시장에서 어떻게 물꼬를 터야 하는지(외국어는 당연!) 좀 더 강점을 살릴 방법이 없는지 등에 대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지난해에 받은 반가운 이메일이었다. 특강에 와서 간단하게 인사를 건네며 이 칼럼의 독자라고 했다. 강의가 끝나고 이런 질문을 보내와 일부 자구(字句) 조정을 해서 소개하며 답변으로 글을 올린다. 필자가 학교에서 진행하는 해외취업(베트남) 과정에 참여하고 있지만 본인 전공인 영문학·인문학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에 대해 질문을 보내 온 것이었다.

 

1. 한국 취업시장의 오해와 현상

먼저 국내 사정을 보자. 수년 전부터 대학가에는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지여인’(지방대·여학생·인문학)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인문계 전공자들의 취업 어려움에 대한 자조(自嘲)의 말들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5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취업 통계 조사’(표 참고)를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전공과 직업의 연계성 통계를 보면 좀 더 문제다. 대체적으로 인문계가 40%, 사회계가 50%, 이공계 80% 정도의 연계성 수준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문제가 있는 듯 보도하지만 전공별 산업계 쓰임새를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이공계의 제품은 그 자체가 표준화되고 글로벌 적합성이 커서 확장성이 큰 반면, 인문계는 그 나라의 문화를 베이스로 하는 지역적인 한계를 가진다. 인문계가 활용되는 영역(마케팅, 소비자 심리, 인력관리 등)은 권역이나 나라의 문화를 배경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거기에 한 국가의 개인소득수준 증대(기업 측면에서는 고임금)는 필연적으로 해당 직원이나 채용대상자의 높은 생산성과 활동의 유연성을 요구하게 된다. ICT의 발전으로 글로벌 경계가 허물어진 상황은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지원자들에게 전공을 떠나 더 높은 수준의 ‘직업 태도’나 회사에 대한 ‘목표의식’을 중요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인문계는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이어서 취업이나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2. 해외 취업시장에서의 인문과 이공이라는 전공

그러면 해외시장에서의 인문계의 취업 기회는 어떨까? 선진국과 신흥국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난다.

선진국의 경우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개의 나라들이 ‘일자리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일자리가 풍부하더라도 외국인을 일반직에 문을 여는 데에는 인색하다. 1차 자국인력으로 충당을 하고 질 낮고 꺼리는 직종에만 개방하든가, 하이테크 분야라도 자국 인력이 부족한 경우만 허용한다. 최근의 독일, 일본 등의 제조업이 강한 국가가 기능직 분야에 국한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미국도 외국 인력을 채용할 때 자국인력 채용 노력을 근거로 내세워야 취업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고도의 성장을 구가하거나 신흥국은 사뭇 다르다. 한국을 포함한 외국 기업의 진출이나 현지기업의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하다.

동남아의 신흥국들도 나라마다 여건이 조금씩 달라, 베트남의 경우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매년 고도성장을 하고 있으나 아직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비중이 크다. 당장 많은 젊은 인력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타국 인력의 무분별한 취업 입국은 제한하기 시작했으며, 해당 업무에서 5년 이상 종사한 사람으로 한정하는 정책이 가동 중이다. 한국 정부(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K-MOVE 과정을 수료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K-MOVE 수료생의 취업은 다국적 기업, 현지기업, 한국 기업의 세 갈래가 있다. 다국적 기업은 근무조건이나 급여 등이 좋으나 기술, 언어 등으로 진출이 많지 않다. 현지 기업은 전반적인 처우 수준이 현지 진출 한국 기업보다는 모자란다. 그래서 취업을 권하기가 어려워 논의에서 배제한다.

반면 현지의 한국 기업은 많이 늘어나 있으나 주로 노동집약적 사업으로 섬유, 봉제, 신발 등 경공업이나 전자·통신장비 관련 제조업에 진출이 많으며 적은 인건비가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해 K-MOVE를 거쳐 취업하면 한국에 취업한 동년배와 비슷한 수준의 급여와 대우를 받는 편이다.

반면 현지에 진출한 서비스사업의 경우는 그 나라 국민소득 수준이 낮은 만큼 제조업 취업과 비슷한 수준의 처우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3. 신흥국에서는 문과생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가능성

베트남의 한국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하지만 작은 가능성이라도 보이기만 하면 폭넓은 분야 책임을 맡는 관리자가 된다. 단기간에 제법 큰 규모의 공장이나 현장(300~1000명)의 운영을 책임지는 관리자(Manager)급으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받아들이기에 따라 큰 기회이지만 준비나 적응력이 모자라면 당장 돌아서고 싶은 큰 압박감이 되기도 한다.

정확하게는 그런 목적으로 채용을 한다. 제조공정의 기능, 기술적인 부분은 한국에서 기능적으로 숙련된 선배세대(현재 50,60대)들이 맡아 하고 있다. 취업과 동시에 현지인을 관리하고 회사 내외의 문제를 해결하며 생산·품질·마케팅 등 광범위한 업무를 맡게 된다. 현지인들을 잘 다스리는 ‘리더십 이슈(LEADERSHIP ISSUES)’가 핵심역량이 되는 것이다.

그러자면 능숙한 현지 언어를 필수로 해 문화, 역사, 생활 등을 알고 대처하며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중요하며 상대적으로 인문계 출신이 오히려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커진다. 다행히 산업의 기술적 측면은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문과 출신들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적응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이공계의 경우는 전공·기술의 직무유연성이 떨어지고(다른 분야로 전환의 어려움) 리더십 발휘 측면에선 인문계보다 대체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베트남에서의 취업성공은 대학 전공보다 본인의 노력 정도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또 다른 요인이 있다면 이공계는 국내의 취업 여건이 그나마 나은 상황에다가, 필요로 하고 적합한 산업분야가 넓지 않아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현지에서 부닥치는 문제가 기술적인 측면이 많아지며, 필요로 하는 분야가 넓어지며 이공계 출신을 찾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잘 살펴야 한다.

 

4. ‘현지 사람’에 대한 리더십과 ‘오래’ 다닐 가능성이 승부처

그런 의미에서 베트남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 아직은 인문, 이공 등의 전공요인보다는 ‘태도’와 ‘취업목표에의 의지’에 더해 ‘끈기와 참을성’을 전제로 한 ‘오래 다닐 사람’의 면모가 국내 취업시장보다 훨씬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한 명을 뽑을 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유사 시 대체 인원 확보의 어려움과 채용 절차의 비용,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계나 장치를 취급하는 이공계보다는 현지인을 다스리는 ‘사람 중심의 공부’를 한 인문계 출신의 인재가 중요하다.

‘대학 전공지식보다 태도와 열정 중심의 의지’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