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은행권 디지털 플랫폼 차기 승부처는 이제 부동산이다. 은행권 부동산 플랫폼 중 가장 이용고객이 많은 KB국민은행을 필두로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부동산 플랫폼 시장에서 은행들은 생존을 위한 차별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모바일 부동산 중개서비스는 지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매도인이 부동산 중개업소에 연락해 모바일 부동산 중개서비스 앱에 매물 등록을 요청하거나 혹은 직접 매물을 등록하면, 매수인이 앱을 이용해 매물의 정보를 확인한 후 중개업소나 매도인에게 연락해 실매물확인과 거래를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이때 중개업소 등록 시 매물 등록 수수료가 발생하며 수수료는 모바일 부동산 중개서비스 앱마다 차이가 있다.

2015년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부동산 중개 서비스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 원룸·오피스텔 등의 전월세 거래량이 증가 추세에 있고, 20~30대 싱글족이 대부분인 1인 가구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은행의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은 지난달 27일 기준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앱 설치 건수 96만1000여건을 기록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신한은행의 '신한옥션SA'는 지난달 28일 기준 누적 가입자수 28만3000명을 달성했다.

리브온, 중개업소 상생·특화계층 맞춤 서비스

리브온은 경매 관련 물건정보 등 보다 상세한 경매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물건정보, 경매진행현황, 감정평가서, 건물등기부등본, 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등의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 이용자별 서비스 현황. 출처=KB국민은행

매물등록이 가능하고 배너광고가 무료인 부동산 중개업소를 위한 전용관이 있다. 중개업소 인근 단지에 대한 시세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물건별 대출한도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신혼부부전용관은 리브온의 특화계층 대상 차별화 서비스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부동산 거래 외에도 대출 설계와 보험, 카드 등 유용한 상품 정보들을 구성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권분석서비스는 상업용 매물 반경 500m 매물 주변 상권에 대한 보고서를 제공하고, 특정 업종에 대한 업종분석보고서를 자영업자들에게 제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민은행 부동산 플랫폼은 P2P 마케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내집 마련을 위한 고객에겐 대출 등 맞춤서비스를, 중개업소 사장에게는 별도의 비용없이 홍보와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3000만명이 넘는 KB국민은행의 고객을 활용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말까지 편리한 검색, 개인화서비스, UX/UI와 플랫폼 구동속도, 금융상품 연계기능 등을 개선해 고객편의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프리미엄 경매 정보 제공

신한은행은 기존 '신한 쏠(SOL)'에 지난 7월 부동산과 관련 금융정보를 볼 수 있는 '신한 쏠 랜드'를 연계했다. 별도의 앱 설치가 필요없으며 신한 쏠에서 이용할 수 있다. 쏠 랜드는 기존 부동산 플랫폼에서 볼 수 없었던 거주지, 관심지역, 금융상품 등 고객 재테크 정보를 연결시켜 차별화를 시도했다. 대출 한도 조회와 대출 신청도 진행할 수 있다.

신한 쏠 랜드 모바일 서비스 화면. 출처=신한은행 

고객에게 더 현실성 있는 정보 제공에 주안점을 둔 쏠 랜드는 청약 1순위 달성을 위해 입금 금액과 기간을 계산해 알려준다. 특히 '신한옥션SA'와 연동한 프리미엄 경매 정보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신한옥션SA는 법원경매 정보를 고객에게 알기 쉽게 전달한다. 해, 구름 등 날씨 요소를 이용해 경매 물건의 투자 가치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필요 서류와 경매 일정 등 사소한 준비사항부터 거래 비용과 소유권 이전 등 낙찰 시 알아야 할 세부적인 정보들까지 경매 물건 별로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부동산투자자문센터는 신한옥션SA를 직접 운영하면서 직원들이 경매 물건의 권리관계 등을 직접 분석하고 있다. 경매물건 취득 시  조건을 만족하면 경매 대출도 가능하다.

우리은행, 은행권 최초 모바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우리은행도 부동산 플랫폼 '위비홈즈'를 지난 2월에 출시했다. 아파트 단지 정보, 부동산 개발예정 정보, 부동산 대출상담 등을 서비스한다.

위비홈즈는 집주인 희망가, 실거래가, KB시세, 한국감정원시세 등 다양한 시세를 제공한다. 부동산 개발예정 정보 서비스는 재건축과 재개발, 대형 상업시설 개발, 지하철역 신설 등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들을 모았다.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뿐만 아니라 전문가와 빌딩·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 투자 자문와 세무상담도 제공한다. 

위비홈즈는 지난 4월 시중은행 최초 모바일로 신청 가능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출시하며 기존 플랫폼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계약 종료 후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반환해야하는 전세보증금의 반환을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책임지는 보증상품으로 임차인 보호를 위한 대표 서민주거안정 상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전세가격 하락우려에 따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며 "위비홈즈를 통해 영업점 방문없이 모바일에서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KEB하나은행은 부동산 플랫폼이 아닌 아파트 정보 서비스 제공업체 '호갱노노와'의 제휴를 통한 대출 금융상담 서비스로 승부를 걸었다. 온라인 채널 상의 상담받기를 신청하면 아파트 대출과 관련한 금융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 부동산 투어 세미나를 개최하며 관심 고객들과 교감하고 있다.

이들 은행 부동산 플랫폼들은 직방, 다방 등 기존 부동산 플랫폼 전문 업체들과 경쟁하기엔 힘에 부친다. 그럼에도 부동산 대출 연계와 신규 고객 유입 효과 등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플랫폼 이용자라면 주택 대출에 관심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사용자수가 많지 않더라도 은행 주요 수익원인 주택담보대출로 유입될 수 있고 이자 할인 등의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에 기존 플랫폼 업체들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