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홍콩H증시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서는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대거 발행되면서 투자자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만기 기준으로 보면 낙인(Knock-In)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ELS는 조기상환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만큼 ‘의도치 않는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증권사가 있어 눈에 띈다. 한국투자증권이 불명예의 주인공이다.

▲ 홍콩H지수 추이 [출처:전자공시, SEIBro]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28일 홍콩H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2% 오른 1만1017포인트를 기록했다. ‘1만선 하회’ 가능성에 대한 공포는 다소 누그러졌다. 안심하긴 이르다. 지수하락의 원인 중 하나인 미중 무역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를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1.75~2.00%에서 2.00~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올해 들어 지난 3월과 6월에 이어 3번째, 2015년 12월 첫 인상 후 총 8번째다.

Fed 공개한 점도표를 보면 기준금리 인상 예상 횟수는 올해 총 4차례, 2019년 3차례, 2020년 1차례다. 장기 기준금리 전망치는 2.875%에서 3%로 상승했다. 2021년 점도표 중앙값은 2020년과 동일한 3.375%인 데 반해 평균값은 소폭 감소했다.

Fed의 금리 종착지는 3.00~3.50%로 추정된다. 그러나 Fed가 2021년 경기둔화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3%를 크게 벗어나진 않을 전망이다.

홍콩은 1미달러당 7.8홍콩달러로 하는 페그제를 적용하고 있다. 페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홍콩금융당국도 같이 올려야 한다. 실제로 홍콩은 9월 2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Fed는 오는 12월을 포함해 2020년까지 총 5차례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홍콩도 5번의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이다. 페그제 자체가 금리인상에 취약한 것도 있지만 홍콩의 부동산 버블도 문제다.

미국 금리인상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는 사실상 없다. 그중에서도 경제체력이 약한 국가들은 ‘증세’가 먼저 나타난다. 최근 아르헨티나, 터키 등의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미중 무역갈등은 신흥국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리상승 국면에서 위안화 대신 투기세력에 취약한 ‘페그제’ 홍콩달러는 공격의 대상이 되기 충분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홍콩증시의 반등도 예단하기 어렵다.

 

‘홍콩H지수’ 낙인 우려 크지 않아… ‘의도치 않은’ 장기투자일 뿐

국내 시장에서 홍콩 증시가 이슈가 된 이유는 주가연계증권(ELS) 때문이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대거 발행되면서 손실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스텝다운 형태인 만큼 실제 손실 가능성은 적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올해 1월 23일에서 2월 5일까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다. 이 기간 동안 홍콩H지수는 1만3300~1만3900포인트에서 움직였다. 지난 2015년 4~5월(1만4000포인트 상회) 이후 최고치다.

당시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ELS는 총 327건이다. 낙인베리어(만기일 기준)로 보면 60%가 98개로 가장 많았다. 평균 기준가인 1만3600포인트를 고려하면 홍콩H지수가 8200포인트를 하회해야 만기(2021년 1월)에 손실이 발생한다. 현재 이 상품들은 1차 조기상환(2018년 7월, 낙인베리어 85~90%)에 실패했다. 내년 1월에 2차 조기상환 기회가 돌아오지만 낙인베리어 평균인 85%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홍콩H지수가 1만1500포인트를 상회해야 가능하지만 미 금리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을 고려하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3차 조기상환 기회가 있는 내년 7월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물론 이조차도 불발될 수 있다.

▲ 홍콩H지수 기초자산 ELS 증권사별 발행건수(1월23일~2월5일) [출처:전자공시, SEIBro]

ELS투자자들은 조기상환을 목적에 둔다. ‘의도치 않은’ 장기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사별로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78개로 가장 많았다. 삼성증권은 46개로 2위를 기록했으며 KB증권(40개), NH투자증권(33개), 미래에셋대우(31개), 신한금융투자(31개), 하나금융투자(20개), 대신증권(10개)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일반적으로 증권사의 자산규모와 ELS 발행규모도 비례한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투자증권의 ELS 발행건수는 절대적은 물론 상대적으로도 많은 편이다. 반면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규모대비 공격적으로 ELS 발행을 늘리지 않았다.

ELS투자에서는 기초자산 수도 중요하다. 한 자산이라도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낙인이 되는 만큼 기초자산이 적은 것이 좋다. 홍콩H지수를 포함한 ELS의 기초자산 수는 대부분 3개다.

그러나 일부는 4개의 기초자산을 포함하고 있다. 이 중 낙인베리어가 가장 높은 수준이 65%인 ELS는 9개다. 교보증권(2개), 한국투자증권(2개), 한화투자증권(1개), 현대차투자증권(2개), KB증권(2개) 등이 발행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ELS를 ‘안정적’이라며 판매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기초자산도 다양하지 않아 투자자 선택의 폭도 넓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화 상품은 미래 먹거리인데 일부 자산에만 의존하는 등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