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업체 카카오는 지난 20일 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을 운영하는 독립 법인 ‘카카오커머스(가칭)’를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전 국민적 인지도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부문 활성화와 거기에 이은 카카오의 새로운 법인설립 소식은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현재 업계에서는 영향력과 별개로 카카오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커머스 확장이 기존 업계의 판도를 바꿀 만큼 위협적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첫 번째 시선 “카카오는 위협적일 것” 

카카오가 가진 가장 무서운 경쟁력은 바로 플랫폼이다. 카카오는 전 세계 약 5011만3000명(지난 2분기 기준) 그리고 4000만명에 이르는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약 90% 이상이 쓰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검색 엔진 ‘다음’을 운영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다. 네이버가 웹 기반 검색엔진 플랫폼으로 온라인에서 절대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면 카카오는 모바일에서 절대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  

법인 출범에 대해 카카오 측은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톡의 선물하기/스토어/카카오장보기/다음 쇼핑 등 서비스를 비롯해 여기에 추가로 확대될 새로운 커머스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는 법인이 될 것”이라면서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지금은 카카오 커머스를 분사하기로 한 결정 뿐”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커머스가 앞으로 제공할 서비스들이 카카오톡과 어느 정도의 접점을 둘지는 카카오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전의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그랬던 것처럼 카카오톡의 플랫폼의 범용성을 완전 배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여기에 카카오는 이미 지난해 출범한 온라인 판매 중개 서비스 ‘카카오 메이커스’로 카카오톡과 연계한 커머스를 한 차례 실험해 관련 사업의 기초 역량을 갖췄다. 

▲ 카카오커머스의 관리 영역이 될 카카오톡의 서비스들. 출처= 카카오톡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는 개별 판매자들도 카카오의 커머스 사업 확장을 반기고 있다. 국내 한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판매자 조현우(35)씨는 “새로운 플레이어(시장 참여자)의 등장으로 판매 경로가 늘어나는 것은 판매자들의 입장에서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어떤 방법으로든 자사가 보유한 플랫폼의 강점을 십분 활용한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할 것”이라면서 “온라인 쇼핑 중에서도 특히 모바일 쇼핑의 대중화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카카오의 영역 확장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시선 “찻잔 속 돌풍 가능성...?”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커머스 확장에 대해 기존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바짝 긴장해야 할 만큼 위협적인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의견을 내세우는 이들은 카카오가 커머스 사업을 별도로 분사하는 이유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최근 점점 악화되고 있는 카카오의 수익성과 관계가 있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카카오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31%, 35%를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2015년 10%대로 떨어진 이후 2016년 그리고 지난해의 영업이익률은 계속 8%대에 머물러 있다. 사업 확장의 당위성이 충분해서라기보다는 악화되는 실적에 대응하기 위해 돈이 좀 ‘될 것 같은’ 온라인 쇼핑 영역을 담당하는 별도 회사를 만드는 동시에 조직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수치로 다소 부풀려진 카카오의 수익도 카카오가 기존 이커머스에 위협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연간 거래액 1조원대로 카카오의 고정 수입원으로 알려진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실제 매출은 거래액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카카오톡으로 전송된 모바일 기프티콘 쿠폰 선물을 받은 이가 사용해야만 매출이 발생하는 특성 때문이다. 

▲ 카카오의 온라인 판매 중개 비즈니스 카카오메이커스. 출처= 카카오톡

여기에 현재 낮은 수익성으로 카카오 본사와 그다지 좋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카카오메이커스와 새로 출범될 법인의 묘한 관계도 업계에서 카카오의 커머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되고 있는 이유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토어팜, 쇼핑윈도 등으로 중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스몰 비즈니스형 이커머스의 안정 운영과 더불어 온라인 광고 등 수많은 수익구조를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와 ‘급조된 감’이 있는 카카오는 기본 조건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들도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이 지난 십여년을 쌓아 온 데이터와 노하우를 따라잡는 것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커머스로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카카오톡이라는 절대 입지의 모바일 플랫폼은 분명 카카오에게 가장 좋은 무기다. 그러나 기존 업체들과 경쟁하면서 커머스 사업을 유지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카카오만의 경쟁력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과연 카카오는 네이버와 함께 플랫폼 경쟁력으로 커머스를 흔들 수 있는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