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고는 학생들이 스스로 정보를 찾고
이를 분석·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독서교육을 펼치고 있다.

올해 개교 58주년을 맞이한 안동고등학교는 안동은 물론이고 경상북도 북부지방을 대표하는 명문고교다.

지난 1951년 학제개편에 따라 6년제 안동중학교에서 분리돼 3년제 고교로 새로 설립된 안동고는 퇴계 이황 등을 배출한 영남 유학의 본향답게 독서하고 연구하는 학교 분위기를 형성하는 동시에 대입을 위한 수월성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경북지역 최고의 명문고등학교로 도약할 수 있었다.

연구하는 학풍으로 재학생 90% 대학 진학
교사와 학생들의 다양한 연구활동은 한 학교에 있어서 교육의 질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이것은 그 학교 나름의 학풍을 조성하는데 큰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 분위기에도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진지하고 열성적인 연구 풍토를 지닌 교사들이 많을 때, 학생들의 인지적 영역은 물론 정의적인 면에까지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교사들의 진지한 연구 풍토가 학생들을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말이다. 결국 교사들의 연구가 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안동고는 이러한 연구 풍토를 조성하기 위하여 1900년부터 교육부 및 경상북도 교육청의 연구 시범학교로 지정돼 1교사 1연구 및 수업연구를 연간계획에 의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왔다.

또한 각종 연수 기회를 교사들에게 제공하여 정보화 사회 속에서 급속히 팽창하는 지식들을 능동적으로 수용토록 하는 한편, 수업 선도 교사제를 활용하여 수업 방법 및 수업의 질 제고에 노력하였다.

또한 안동고는 학생들이 정보사회에서 스스로 정보를 찾고, 이를 분석·종합함으로써 자기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인 독서교육을 펼쳐왔다.

독서는 단순히 문자 해독이나 어구 해석에 머무는 사고활동이 아니다. 독서는 내용을 상상하고 추리하며, 나아가서는 비판하면서 읽는 차원 높은 정신활동이다.

독서의 이러한 점에 유의하면서 추진되는 것의 하나가 독서 교육 시범학교 운영이다. 안동고는 2000년부터 2년간 ‘자율적 독서활동을 통한 표현 능력 신장’을 주제로 독서 시범학교를 운영한 것을 계기로, 도서관을 정비하고 열린 도서관 홈페이지를 구축해 학생들이 보다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일례로 안동고는 5000여권의 도서 자료를 한국표준십진분류표(KDC)에 의거하여 분류 기호와 등록 번호를 부여하고 순서대로 도서 자료 DB(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였으며, 본교 학생과 교사 전원을 이용자의 DB에 Winbook(V1.24)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입력해서 자료의 검색, 대출, 반납, 출력을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학교 홈페이지와는 별도로 교내 보유 문헌 정보 자료(도서, 신문, 잡지, 참고도서)와 전자 통신 정보(CD-ROM, 멀티미디어 자료), 관련 사이트를 검색할 수 있는 열린 도서관 홈페이지를 구축하여 어떠한 장소에서든 다양한 형태의 학습 정보 열람이 가능하도록 구성하였다.

그리고 독서 후 자신이 읽은 도서에 대한 감상문이나 독서에 대한 자료들을 탑재하여 모든 학생들이 공유하고 토론하게 하여 독서 후 기록의 의미를 알게 하고 문장 표현력과 비판 능력, 정보 활용 능력을 자율적으로 길러 나가게 하여 독서를 활성화하였다.

이처럼 독서하고 연구하는 학풍을 만들어 나간 결과 2009년 졸업생 중 90%가 넘는 242명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안동고 졸업생들은 스스로를 ‘嶺秀人’이라 부르며
영남지역 최고의 인재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10년간 서울대 입학생 66명 배출
독서교육과 연구 중심의 학풍을 다져가는 가운데서도 안동고는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기 위한 수월성 교육을 게을리하지 않아 서울대 등 명문대 입시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안동고는 1998년 교사를 이전한 후 SKY반을 운영함으로써 우수한 학생들이 그에 걸맞는 학업성적을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안동고가 지난 10년간 66명의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SKY반은 각 학년별로 우수학생 24명을 선발하여 별도의 독서실에서 각 과목별 교사의 지휘하에 매일 12시까지 자율학습을 실시함으로써 해마다 10여명이 넘는 서울대, 연·고대 등 명문대 진학생을 배출하고 있다.

이 밖에 안동고가 뛰어난 진학실적을 보인 또다른 원인으로 생활관과 장학제도를 빼놓을 수 없다. 안동고는 타 지역에서 유학 온 학생을 위하여 1998년 생활관을 개관하였다.
논어(論語)의 학이편(學而篇)에서 참조하여 학이재(學而齋)라 이름 붙인 연건평 5482.4㎡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생활관은 각 층의 중간에 넓은 학습실을 두어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고, 학습실 양옆으로는 침실을 배치하는 등 학생들이 생활관을 기숙사 겸 학습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 해에 150명 이상의 학생들이 혜택을 받는 안동고만의 장학제도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안동고는 우수한 학생들이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총동창회를 중심으로 약 30여개 장학제도를 마련해 전체 재학생의 3분의 1 이상의 학생들이 장학급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수월성 교육과 뛰어난 장학제도및 학습여건을 계기로 안동고는 1995년 대입학력고사 인문계 전체 수석을 배출하고 2000년에는 수능시험 경북 수석을 배출하는 등 대학 진학 시험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백지훈, 김진규 등 국가대표 배출한 축구 명문
한편 안동고의 축구부와 테니스부는 각종 전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려 안동고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

특히 1984년 설립된 안동고 축구부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국대회 13회 우승이라는 실적과 최윤열, 김도균, 김진규, 백지운 등 다수의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해 축구 명문고로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축구부보다 2년 앞서 1982년에 설립된 테니스부 역시 전국대회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수많은 우승을 차지하는 한편 전 국가대표 지승호 선수를 비롯해 우수한 선수를 다수 배출하였다.

이 밖에도 안동고는 학생들의 자율적인 학습과 창의력을 극대화시키고자 동아리 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 현재 30여개가 넘는 재학생들의 동아리가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학교는 재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에 아낌없는 후원을 하고 있다.

또 매년 열리는 축제 ‘비마제’는 학생회 주최로 개최하고 있으며, 안동고인만의 축제가 아닌 안동지역 고교생의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자존심 강한 ‘嶺秀人’…문인과 관료 많아
안동고 졸업생들은 퇴계 이황 등을 비롯해 다수의 유학자를 배출해 ‘유학의 본향’이자 ‘교육의 고장’으로 꼽히는 안동의 최고 명문고라는 자부심이 유달리 강하다.

안동고 졸업생들이 스스로를 ‘영수인(嶺秀人, 영남을 대표하는 수재)’이라 부르는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있다.

특히 1989년 안동이 평준화 지역에서 제외된 후, 안동은 물론이고 인근 의성, 예천 등지에서 우수학생들이 몰려들고 뛰어난 진학실적을 보이면서 이 같은 자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자부심 때문인지 안동고 졸업생들은 이과보다는 인문계, 재계보다는 관계에서 더욱 큰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비록 졸업은 못했지만 소설가 이문열 씨와 신세훈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이 안동고 출신이다.

또 관가와 정치권에서는 권정달 자유총연맹 총재를 비롯해 권중동 전 노동부장관, 김화남 전 경찰청장, 김종갑 전 산자부 차관 등이 대표적인 안동고 출신 인물들이다.

이형구 기자 lhg054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