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축구는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유독 더웠던 이번 여름의 끝자락을 화끈하게, 그리고 한일전에서 짜릿한 승리를 장식한 축구. 이로 인해 축구의 열기도 스멀 스멀 살아나려고 합니다. 금메달 획득 후 열린 국가대표 평가전을 가득 메운 현장 관중의 열기뿐만 아니라 ‘이제 한국 축구 볼만한데’라면서 새로운 감독 체제 아래서 발걸음을 뗀 한국 축구를 찾는 주변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축구 인기가 주춤했다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잘하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월드컵에서 16강 진출 실패 후 위기론까지 등장했던 한국 축구가 불과 3개월 만에 변화 조짐을 보인 것이죠. 한국 축구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결과물, 그리고 신임 감독 하에서 치러진 평가전에서 ‘재밌는’축구를 보여 줬습니다. 단순한 분석이지만 잘하고 재밌다는 점이 축구 열기를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 IFA 2018 스마트홈 종합관에 설치된 구글 어시스턴트 홍보물. 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인공지능(AI)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큰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AI의 발전 속도는 매우 느렸다고 합니다. 1960년대부터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고 하는데 지금 와서 다시 한 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인공지능도 침체기를 겪었던 한국 축구만큼 긴 기간을 재미없게 지낸거 같습니다.

이제 인공지능이 재밌어지고 있습니다. 투박했던 기술도 실제 전자제품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음성인식만으로 기기를 조작하거나 연결된 가전제품을 조작하는 음성인식 스피커의 핵심은 인공지능입니다. 아마존 에코, 구글 홈과 같은 AI음성인식 스피커로 TV를 켜고 끄고, 에어컨 온도를 조절하고, 빨래를 돌릴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재미없고, 잘 작동하지도 않았던 인공지능이 기지개를 켠 것을 넘어 힘차게 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눈으로 확인한 인공지능 열기

현재 글로벌 메이저 IT회사들은 인공지능을 핵심으로 두면서 각각의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의 알렉사가 대표적인 AI플랫폼입니다. 삼성전자도 음성인식 인공지능 빅스비, LG전자는 씽큐라는 AI플랫폼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이정도는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인공지능 서비스가 실제로 제품에 적용돼 활발하게 사용되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AI의 활용에 대한 개념이 잡히기 힘듭니다.

9월초에 독일 베를린에서 막을 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8에서는 AI가 접목된 가전제품을 수없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현장 사람들의 이야기인 “인공지능은 계속 전시회의 화두가 돼 왔는데 지난해보다 올해가 조금 더 자연스럽게 AI가 적용된 제품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을 눈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큰 부스 안에 인공지능이 적용된 TV, 스마트홈 등을 선뵀습니다. 유럽 메이저 가전회사인 밀레, 보쉬, 지멘스 등도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스마트홈 전시존을 만들었습니다. 한국 가전회사에 비해 AI적용 제품은 많이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AI적용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IoT기능이 적용돼 유럽 가전회사들도 조만간 AI를 본격 적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 전자업체인 하이얼, 하이센스, 화웨이, TCL도 AI가 적용된 기기, 스마트홈 부스를 만들어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 IFA 2018 아마존 알렉사 부스에서 현장 직원이 음성으로 기기를 작동시키고 있다. 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구글과 아마존의 ‘자신감’이었습니다. 두 회사는 타 전자회사에 비해 작은 부스를 만들었지만 수십여개의 전자회사가 자사의 인공지능 플랫폼을 탑재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자사의 AI플랫폼인 구글 어시스턴트와 알렉사가 얼마나 많은 전자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들어가는지 목록을 만들어 홍보했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제품 근처에 수십명의 홍보요원을 배치했습니다. 아마존은 원통형의 체험존을 만들어 현장 직원이 직접 음성으로 집 안의 기기들을 조작하는 것을 시연했습니다.

중국 업체인 TCL은 작은 집을 꾸며 현관부터 거실, 침실, 부엌까지 실제 체험을 할 수 있게 해 줬습니다. TCL은 TV는 아마존 알렉사가 적용된 스마트 TV, 부엌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이 적용된 제품들을 전시해 놨습니다. 기자가 현장 직원과 함께 5분 간 직접 체험해 보니 조만간 집에서는 리모컨이 필요 없이 음성으로만 모든 가전 제품을 조작할 수 있는 것이 보편화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13일 서울 우면동 삼성전자 R&D센터서 열린 '삼성 AI포럼' 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한국에서도 인공지능 열기...삼성 AI포럼

지난 13일 찾은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포럼인 ‘삼성 AI포럼’에서도 인공지능을 향한 청중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2번째로 열리는 AI포럼으로 세계적인 인공지능 석학을 포함해 삼성전자 내 인공지능 관련 책임자, 연구자들이 강연자로 나섰습니다. 이 자리에는 약 700여명의 청중이 참석했는데 자리가 모자라 다른 장소에 대형 스크린까지 설치했습니다.

가장 눈길이 갔던 것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한 후 이를 학습해 행동을 하는 소셜로봇, 장애 아동과 노인 재활 등 맞춤형 기능이 강화된 개인 보조 로봇이었습니다. 이들 로봇은 AI로 사람의 행동이나 감정을 분석한 후 맞춤형으로 행동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관심이 갔습니다. 문득 고령화시대에 노인 복지에서 AI로봇이 일익을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복지영역에서 인공지능이 접목된 로봇이 큰 일을 할 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강의도 알찼지만 무엇보다 강연을 듣고 있는 청중들의 열기가 참 뜨거웠습니다. 매 강연이 끝난 후 10여분 정도 주어진 질문시간은 언제나 부족했습니다. 줄을 서서 자신의 질문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이 매번 수십명이었는데 강연만큼이나 열정적인 문답이 오갔습니다. 솔직히 이공계통 전공자가 아니라면 매우 어려운 수준의 질문이 대부분이어서 이를 기사로 풀어 쓰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참석자들의 열의는 참 대단했습니다.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와 한국의 인공지능포럼에서 확인한 인공지능 열기. 인공지능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