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웹툰 플랫폼 시장을 초토화시켰던 밤토끼가 잡혔으나, 지금 이 순간에도 유사 불법 웹툰 플랫폼들은 성업중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들은 정식 웹툰 플랫폼에서 유료로 서비스되는 웹툰을 버젓이 무료로 서비스하는 한편, 19금 웹툰을 공개하며 트래픽을 올리고 있다. 대책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 밤토끼 운영자가 잡혔다. 출처=갈무리

밤토끼 잡았다
국내 웹툰 플랫폼 공공의 적인 밤토끼 운영자가 지난 5월 경찰에 구속됐다. 법원은 밤토끼 운영자에게 지난달 22일 징역 2년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5억7900만원을 선고했다. 업계에서는 일제히 환영했다. 그동안 밤토끼의 폐혜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기 때문이다.

국내 웹툰 산업은 콘텐츠 시장의 핵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웹툰 산업 규모는 2013년 1500억원에서 올해 5097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웹툰 플랫폼들은 새로운 사업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이 원작 웹툰과 영화 제작을 연결하는 IP브릿지 컴퍼니인 스튜디오N을 설립한 사실이 대표적이다. 스튜디오N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원작 웹툰이 성공적으로 영상화 되도록 지원하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되며, 자본금은 네이버웹툰이 전액 출자했다. 기존의 제작사와 영화, 드라마를 공동제작하는 형태며 대표로는 권미경 전 CJ E&M 한국영화사업본부장이 취임했다.

웹툰 시장이 커지며 작가들의 처우도 좋아졌다. 네이버웹툰이 11일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연재하고 있는 웹툰 작가들의 수익 규모를 공개한 가운데 작가들은 연평균 2억2000만원의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작가 개인의 외부활동을 제외한 네이버웹툰의 지급 금액을 기준으로 한 수익 규모다. 네이버웹툰은 베스트도전만화를 통해 정식 요일웹툰에 등단한 데뷔 1년 미만의 신인 작가도 연평균 수익액은 99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이 지망하는 유망 직종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는 평가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1위 사업자로서 ▲차세대 콘텐츠로서 웹툰 자체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것과 함께 ▲작가가 창작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웹툰의 수익모델을 다각화해 작가가 큰 수익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면서 “현재 네이버웹툰은 유료 플랫폼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해외 사용자 규모가 국내를 넘어섰을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만큼, 앞으로 네이버 웹툰 작가들의 수익도 훨씬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만화 웹툰 플랫폼인 미스터블루는 최근 성공적인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에오스 PC 온라인 게임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버전 게임 개발에 착수한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미스터블루는 “유료회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물론 재구매 비율과 건당 평균결제금액 역시 계속 성장하고 있고, 지난해 하반기 중국과 태국 등의 현지 플랫폼의 웹툰 서비스 확대에 따른 가시적인 매출이 올해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웹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우후죽순 늘어나는 불법 웹툰 플랫폼은 일종의 해충이나 다름없다. 이들은 정식 플랫폼의 트래픽을 가져가는 한편, 미리보기 등 정당한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까지 흔들었다. 일각에서는 불법 플랫폼이 없었다면 올해 국내 웹툰 시장은 1조원 시대를 열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밤토끼는 지난 2016년 10월 사이트 개설 이후 투믹스를 비롯한 국내 웹툰 업체 연재작 9만여편을 불법으로 게시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방문자 수가 6100만명으로 페이지뷰(PV)는 당시 네이버웹툰(1억281만 건)보다 많은 1억3709만 건에 달했다. 방문자가 늘면서 도박사이트 배너 광고 등으로 9억5000여만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웹툰 분석 전문지인 웹툰인사이트에 따르면 밤토끼 사이트 한 곳으로 인한 웹툰 업계 실질 피해 규모는 약 1897억원(실 피해규모 추산은 총 피해규모의 10%로 산정)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웹툰 업계도 대응책을 모색했다. 네이버웹툰은 밤토끼 등으로부터 피해가 발생하자 적극적인 고소와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주력했다. 특히 프리미엄 웹툰 중심으로 플랫폼이 구축되어 많은 매니아를 확보한 다음 웹툰은 저작권보호TF를 구성해 2017년 초부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작가들의 동의를 받아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밤토끼 운영자를 고소했고 5월 COA(저작권해외진흥협회)에 가입해 불법 사이트 모니터링, 삭제 처리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밤토끼를 위시한 불법 플랫폼의 행보를 완전히 막기는 불가능했다는 평가다.

밤토끼 운영자가 잡히자 국내 웹툰 업체들이 손해배상청구를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일 투믹스는 네이버에 이어 밤토끼 운영자 허모씨에게 회사 차원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사 소송을 건 것은 2가지 원인으로 분석된다. 불법 웹툰 공유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첫 번째이다. 투믹스의 웹툰 서비스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2017년 5월에는 약 374만 명이었으나 밤토끼가 자사 웹툰을 불법으로 공유함에 따라 올해 5월에는 약 236만 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마케팅 투입 대비 성장률 역시 눈에 띄게 낮아졌다.

투믹스 불법 웹툰 TF가 자체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밤토끼 등 불법 웹툰 사이트로 인해 입은 경제적인 피해액은 약 400억원으로 추산된다. 투믹스 김성인 대표는 “추석을 앞두고 연재 작가 독려 차원에서 손배소 진행을 발표하게 됐다”라며 “작가 권리를 보호하는데 앞장 서고 저작권 인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향후에도 유사 사이트에 강력한 처벌 및 근절 대응에 앞장 설 것이다”라고 밝혔다. 레진 코믹스도 비슷한 손배에 돌입했다.

▲ 네이버 웹툰 이미지. 출처=갈무리

다음이 더 문제
밤토끼는 잡혔지만 국내 웹툰 업계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일종의 풍선효과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밤토끼는 국내 불법 웹툰 플랫폼의 대명사지만, 밤토끼만 불법 플랫폼인 것은 아니다. 지난해 웹툰가이드가 공개한 불법 웹툰 플랫폼 트래픽 현황에 따르면 밤토끼의 비중은 81.7%로 절대적이었고 뒤를 이어 A업체가 7.48%, Y업체가 2.15%의 비중을 차지했으나 최근 밤토끼가 폐쇄되자 A와 Y업체 트래픽이 크게 늘어났다는 말이 나온다. 심지어 제2의 밤토끼라는 타이틀을 건 업체도 활동하고 있다. 밤토끼는 잡혔지만 밤토끼가 가져갔던 트래픽이 대거 다른 불법 웹툰 플랫폼으로 이동한 일종의 풍선효과다.

불법 웹툰 플랫폼은 정식 플랫폼에서 연재되는 웹툰을 무단으로 끌어와 트래픽을 탈취하는 것을 넘어, 정식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 유료 웹툰도 무료로 풀어버린다. 실제로 20일 불법 플랫폼을 살펴본 결과 네이버와 다음, 레진코믹스 등에서 유료로 서비스되는 웹툰의 대다수가 불법 플랫폼에서 무료로 풀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법 플랫폼들은 이런 수법을 통해 정식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하는 한편, 불법도박 사이트 배너를 걸어 광고 수익을 거두고 있다.

유해 웹툰도 문제다. 불법 웹툰 플랫폼은 대부분 성인인증절차가 없기 때문에 10대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릇된 성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유해 웹툰이 버젓이 청소년들에게 노출된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밤토끼가 존재했을 당시부터 불법 웹툰 플랫폼 사이에서 '내가 원조'라는 신경전이 벌어지는 장면이다. 실제로 불법 플랫폼인 H업체 사이트를 들어가면 웹툰 콘텐츠 내부 워터마크에 '밤토끼 꺼져, 내가 원조야'라는 등의 글이 보인다.불법으로 콘텐츠를 탈취하는 이들이 스스로 '불법 원조'를 주장하며 날을 세우는 진귀한 장면이다.

밤토끼가 잡혔지만 여전히 불법 플랫폼이 성행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밤토끼 검거의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평가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디어 가디언 연구소의 허민 팀장은 "불법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원조라고 칭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별다른 죄의식이 없어 보인다"면서 "밤토끼가 잡혔지만 풍선효과가 벌어지고 있다. 밤토끼를 본보기로 삼아 일벌백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국 차원의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 팀장은 구글 등 외국계 플랫폼의 역할론도 주문했다. 허 팀장은 "대부분의 불법 플랫폼은 구글이나 텀블러 등 외국계 플랫폼을 통해 트래픽 유입이 시작된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