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가는 그 동안 무역 전쟁으로 인한 우려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다.   출처= CNN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월가는 미국과 중국 간의 고조되는 무역 전쟁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관세 폭탄을 교환했던 18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175 포인트 상승했고 나스닥 지수는 1%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미국 경제가 세계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 나갈 것이라는데 베팅하고 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에게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를 질문하면 대답은 한결같다.

“신문의 헤드라인 감은 되겠지만,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수면 하에서, 세계 경제가 무역전쟁과 신흥시장 폭풍을 과연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고 CNN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8일 발표된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nk of America Merrill Lynch)의 조사에 따르면, 4명의 전문 투자자 중 1 명은 내년에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 12월 이후 가장 나쁜 전망이다. 지난 8월에만 해도 투자자들의 7%만이 비관적 견해를 표명했었다.

같은 조사에서 투자자들의 거의 절반이 미국 경제도 성장 속도가 떨어지면서 다른 나라의 둔화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8월 조사에서는 3명 중 한 명 꼴이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수석 투자 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투자자들은 성장 하락세(bearish growth)에 대비해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무역 전쟁이 4개월 연속 우려 목록 1위에 오른 것은 놀라울 일이 아니다. 우려 목록 2위에는 이른 바 ‘테일 리스크’(tail risk, 나타날 가능성은 적지만 일단 발생하면 경기와 증시를 크게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변수), 즉 중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올라 있다.

이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수입 제품 2000억 달러에 10%의 관세 부과를 발표하고 중국이600억 달러의 미국 수입 제품에 5%의 관세로 보복하겠다고 밝히기 전인, 지난 9월 7일부터 9월 13일까지 이루어 졌다.

글로벌 투자자문회사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Bleakley Advisory Group)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도 18일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우리가 소용돌이 단계(spiral stage)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Moody's)의 앤 반 프라그 전무는 “높은 관세는 가격 왜곡을 초래해 경제를 해치고, 결국 비효율을 조성하며 투자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 스완' 우려 고조

그러나 월가는 무역 전쟁으로 인한 우려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다. 다우지수는 올 1월 이후 400포인트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시장 변동의 척도인 변동성 지수(VIX)는 7% 하락한 13을 기록해 매우 안정적인 수준을 나타냈다.  공포지수라 불리는 VIX는 지난 2월에 50까지 상승했었다.

그러나 비록 VIX만큼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Tail-risk에 대한 예측차원에서 집계하는 S&P500 왜도지수(CBOE SKEW Index)는 불길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옵션 거래가 ‘블랙 스완’(Black Swan,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예상치 못한 일)에 대한 우려를 보일 때 CBOE SKEW 지수가 상승하는데, 이 지수가 1990년 처음 기록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 시장은, 강한 국내 경제에 힘입어 무역 전쟁의 파고를 무시해 왔다. 미국 실업률은 3.9%에 불과하고, 국내 총생산(GDP)은 2 분기에 연 4.2%의 속도로 상승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Atlanta Federal Reserve)의 변동성 예측 모델에 따르면, 무역 긴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4.4%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전쟁 장기화되면서 모든 게 엉망될 것'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얀 해지우스는 18일, “미중간 무역 문제에 대한 타결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더욱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상황이 “매우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2000억 달러 대중 관세 부과가 미국의 GDP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업가들의 견해는 좀 다르다.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이끄는 강력한 로비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Business Roundtable, 미국 200대 대기업 최고경영자로 구성된 협의체이며 이익단체)는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진정한 개혁에 이르는 길이 아니다"라며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더 큰 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덱스(FedEx)의 프레드 스미스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7일 애널리스트들에게 “미중 무역 전쟁은 모든 사람을 걱정하게 만들고 있고, 이미 중국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내년 회장직을 물러나겠다고 밝힌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18일, “미중 무역 전쟁이 앞으로 20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오래 지속되면 모든 게 엉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