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BTS의 성공스토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계 극복’이다. BTS는 아이돌 그룹으로 성공 확률이 높은 메이저 기획사 소속도 아니었고, 이로 인해 대중매체를 통한 마케팅 역시 미흡했다. 심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BTS의 시작은 ‘사면초가(四面楚歌)’였다. 그러나 BTS는 이런 환경을 극복하고 한국인 최초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국내외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 BTS 멤버. 출처=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한계를 부순다 ‘창조적 파괴’

BTS의 한계 극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또 우리 기업은 BTS의 성공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BTS의 성공을 통해 우리 기업이 배워야 할 점으로 ‘자본주의 미학’과 ‘창조적 파괴’를 꼽았다.

임 평론가는 “BTS의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흙수저에서 금수저가 됐다는, 어떻게 보면 가장 고전적인 자본주의 미학을 구현했다는 점을 꼽고 싶다”면서 “이렇게 성공을 하게 된 이면에는 현재 우리 사회가 약간 도외시하는 ‘열정’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BTS는 원래 힙합그룹이었다가 아이돌 댄스 그룹으로 바뀌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루 13시간씩 춤을 췄다”면서 “BTS가 스스로 밝혔듯이 타 아이돌 그룹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한계 극복을 위해 모든 연습에 열정적으로 임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지점에서 BTS의 성공이 있다는 분석이다. 임 평론가는 우리 대기업들도 BTS를 통해 도전과 혁신 DNA를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임 평론가는 “현재 대기업들은 당장의 매출이 줄어들거나 경기 지표가 좋지 않게 나오면 위축되는 경향이 있는데 대기업의 기본은 ‘도전과 혁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가 대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느냐를 생각해 보면 ‘아니’라는 답이 먼저 떠오르는데 BTS의 창조적 파괴를 대기업이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 브랜드 인지도 상승… BTS처럼

BTS의 성공 요인 중 대표적인 것은 SNS(사회관계망)를 잘 사용했다는 점이다. BTS 활동 초기 여러 가지 제약으로 TV, 라디오, 신문 등 기성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을 하지 못했는데 이를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SNS 활용으로 극복했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 팬들 확보에 SNS 활용이 큰 공헌을 했다는 분석이다. BTS의 리더 RM도 “가능한 많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고, 우리 노래 가사와 트위터 게시물이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고 있는 운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구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BTS는 기존 앨범과 뮤직비디오 등의 공식 콘텐츠뿐만 아니라 멤버의 일상이 담긴 영상물이나, 인터넷 방송과 같은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SNS를 통해 공유해 큰 인기를 얻었다”면서 “이는 사용자들이 참여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을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모바일이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SNS와 같은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채널을 활용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이제 기업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또 빠른 속도의 확산에 맞춰 메시지 관리가 중요해지는데, 만약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경우에도 진정성 있는 피드백을 통해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SNS 활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SNS를 잘 활용하는 세계적 기업들의 사례도 많다. 캐나다 은행인 TD뱅크는 자사의 자동현금인출기(ATM)를 방문한 장기 거래 고객에게 깜짝 선물을 제공하는 ‘Thanks You’ 캠페인을 벌이는데, 이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찍은 영상을 SNS 등에 올려 좋은 기업 브랜드를 제고하고 있다.

체이스 뱅크(Chase Bank)도 결제 모바일 앱 출시에 맞춰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인 스테판 커리와 여자 테니스 스타인 세레나 윌리엄스가 탁구 대결을 벌이는 이벤트를 개최하고 SNS를 통해 승자를 예측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충성도 높은 고객층 확보도 BTS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전략으로 파악됐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BTS를 보면 팬클럽인 아미(ARMY)의 숫자가 전 세계적으로 1000만명이 넘을 정도로 많은데 이는 강력한 팬덤이 형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우리 기업들도 애플이 과거 차별적 디자인으로 아이폰을 내놔 애플만의 소비자 팬덤을 형성한 사례가 있는 만큼 충성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더 연구해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본 글로벌(Born Global)전략

창업 초기부터 해외시장을 목표에 두는 기업을 뜻하는 ‘본 글로벌’도 BTS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업 전략으로 언급됐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성공한 BTS로부터 해외 시장을 먼저 공략해 성공하는 전략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는 “본 글로벌 전략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더 눈여겨봐야 할 전략”이라면서 “BTS가 한국의 음악 3대 메이저인 SM JYP YG의 3강 체제 속에서 아이돌 그룹으로 살아남은 데는 본 글로벌 전략이 유효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음악업계 메이저 회사든 일반 기업이든 대기업이 되면 관료화되고 안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BTS는 벤처정신으로 과감하게 해외를 먼저 공략해 인기를 얻게 됐다”면서 “중소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멤버와 CEO 간의 네트워킹, 배려 등을 통해 본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