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4일부터 2000억달러(약 225조 원)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17일(현지시각) 밝혔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도 24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18일(현지시각) 공식 발표했다.

미국이 대규모 관세 폭탄을 터뜨리고 중국이 즉각 반격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됐다. 중국의 반격이 약했다. 규모는 그렇다 치고 관세율도 5%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미국은 중국이 반격할 여력이 없다며 무역전쟁 종결를 시사했다. 24일 미국의 2000억달러 관세 시행까지 4일을 남겨두고 있다. 이 기간 중국의 반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의 소비재 업체들은 여전히 보복관세에 대해 후유증을 거론하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美, 관세 폭탄 끝나지 않았다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 대상은 자전거, 카메라, 가구, 해산물 등이 포함된 5745개 품목이다. 1차 관세 폭탄(7, 8월 500억 달러어치 관세 부과)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5056억 달러)의 절반가량이 관세 폭탄을 맞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만약 중국이 보복 조처를 한다면 우리는 약 2670억 달러어치의 추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3단계 조치를 밀고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품 전체에 관세 폭탄을 투하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만약 우리 농부, 목장주, 산업 노동자들이 타깃이 된다면 중국은 더욱 거대하고 빠른 경제 보복을 맞이할 것”이라고 추가로 밝혔다. 미 재무부가 다음 달 내놓을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카드도 남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중국이 중간선거를 겨냥하여 농산물 보복에 나설 수 있지만, 미국의 농업·목축업 종사자들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수년간 많은 이익을 취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는 오는 27일과 28일 워싱턴에서 무역 협상을 벌일 계획이었으나, 미국이 추가 관세부과를 결정하면서 협상은 물 건너갈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협상단 파견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언제라도 중국과 협의할 용의가 있으며 어느 시점에서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中, 보복관세로 맞받아쳤지만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자 중국은 앞서 공언해온 데로 보복관세 부과를 공식화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공고를 통해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5207개 품목 중 3571개 품목에는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1636개 품목에는 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고는 24일 낮 12시 1분을 기준으로 관련 조치를 시행한다.

국무원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며 “중국은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체제, 자신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6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부과 명단을 발표하고, 관련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미국이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수호하기보다 자국 이익을 추구한다면 중국은 반격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 장관 "중국 반격 여력없어"...현지 업계 피해 우려

미국은 이를 놓고 중국이 반격할 여지가 없다고 다시 받아쳤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전면전으로 치닫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중국은 미국에 보복할 실탄(bullets)이 없다”고 주장했다. 로스 장관은 이날 미국 경제매체 CNBC에 출연해 “대중 수입은 수출보다 거의 4배나 많다”면서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1304억 달러다.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무려 5056억달러나 된다”고 서명했다. 로스 장관은 “기존 500억 달로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놓고 중국과 건설적인 대화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실망이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500억 달러 규모의 상대방 제품에 대한 관세폭탄을 주고받았다. 로스 장관의 언급은 이번에 추가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면 중국은 더 관세를 부과할 미국산 제품이 없기 때문에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전략적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국 업계는 이번 무역 전쟁을 놓고 우려를 표명했다. 전미소매업연맹(NRF)은 2000억 달러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구 구매비가 45억 달러, 여행상품 구매 비용은 12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통업계는 소비재 품목이 대거 관세 폭탄을 맞게 되면서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필수소비재 업종은 전날과 비교해 0.59% 하락했다.

주택건설 업계는 관세 대상 중국산 자재가 약 600가지, 100억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10억달러의 세금 부담이 발생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뉴욕 주식시장에서 부동산 역시 0.59% 하락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로 세계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신용 평가사 무디스는 무역 마찰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내년 실적 하락세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조치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미국은 0.1%포인트, 중국은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중 관세 부과 규모가 1000억 달러 증가할 경우 세계 교역이 0.5% 감소하고 세계 경제 성장률도 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