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오는 24일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 규모에 ‘3차 관세’를 부과한다. 주목할 점은 10% 관세율로 시작해 내년초부터 25%로 인상하는 대목이다. 미국도 무역전쟁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중국에 다소 시간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제조설비투자 부진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이 타협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높여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도 무역분쟁을 미국에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이번 조치가 미국의 ‘마지막 경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뜻이다. G2 무역갈등이 완화될지, 파국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미중 무역분쟁 일지 [출처:KB증권]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2000억달러(약 225조3000억원)의 대규모 중국산 수입 제품에 관세 조치를 발표했다. 오는 24일부터 10% 관세를 부과하고 내년 1월부터는 25%로 상향조정한다. 앞서 2차례에 걸쳐 500달러 규모에 25% 관세를 부과한 것과는 분명 다르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이전 관세 부과와는 규모·품목 등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며 “미국 경제에도 부담이 될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추가 관세 품목에는 각종 생활용품과 소비재 등이 대거 포함됐다. 다만, 애플 스마트 워치와 블루투스 기기 등은 관세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연말소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 ‘순차적 관세부과 방식’은 미국이 중국에 대응할 시간을 줬다는 설명이다. 과도하게 높은 관세 장벽은 미국의 수입물가를 높여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예고대로 600억달러 상당의 5207개 미국산 수입품에 차등적 관세로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추가 관세 발효시점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신중히 대응할 전망이다. 다만, 중국과 미국의 수출규모가 달라 중국이 규모만으로는 보복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관세율(최대 25%)을 높이거나 수출 규제 등 비관세 장벽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중국이 비관세 장벽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 미국의 추가 보복 관세(2600억달러)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에 ‘마지막 경고’ 메시지

미국은 오는 27~28일 중국과 무역협상에 나선다. 3차 관세 부과 조치가 발효된 이후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비판에도 6월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68%가 대중국 관세부과를 지지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하락하는 트럼프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앞서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 500억달러 규모 품목은 단기적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부문”이었다며 “이번 2000억달러 관세 부과 품목은 소비재인 만큼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세율을 10%로 정하고 향후 상향 조정 의지를 피력한 것은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 ‘마지막 협상’이라는 경고를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이 이번 조치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여부에 따라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 혹은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어느 쪽이 우위를 점할지는 양국이 받는 경제 타격 정도에 달렸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여름 미국의 소매판매 증가세는 우상향 추세를 보였다. 반면, 중국의 소비재지출 증가세는 우하향으로 나타났다. 양국의 가계소비심리와 가처분소득 역시 미국은 개선, 중국은 둔화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 중국 제조업 설비투자 [출처:유진투자증권]

제조업 설비투자도 미국은 강한 회복세를 보인 반면, 중국은 둔화되고 있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제조업 신규주문 역시 미국이 중국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무역전쟁은 중국에 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건설투자는 양국 모두 견고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우위를 주장하기 어렵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소비경제, 중국은 투자경제”라며 “경제 체력 측면 무역협상은 중국이 불리하다”고 평가했다.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미국이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파국으로 이어진다면 정치적 리스크도 확대될 수 있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간선거 전 지지율을 회복해야 한다”며 “무역협상 타결이 만회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