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복지 관련 설문조사를 보면 1위는 단연 휴가다. 그리고 바로 그 뒤를 이은 것은 바로 ‘점심시간·식대’다. 출근 이후부터 ‘오늘은 뭐 먹지?’를 시작으로 직장인들의 최고의 관심사인 ‘식사’는 잠시나마 머리를 식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복지 중 가장 만족도가 높다.

조정호(33) 벤디스(VENDYS) 대표는 직장인들에게는 최고의 복지 중 하나인 식사시간을 더욱 풍요롭게, 자영업자들에게는 안정적인 매출 확보를 위해 ‘전자식권’이라는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한다. 자신을 스스로 ‘진정성 있는 개척자’라고 설명한 그는 8년 차 창업가다. 회사를 8년간 이끌어오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맥도날드에서 빅맥을 사먹는 것이 가장 큰 사치일 정도였다. 같이 창업을 시작한 팀원들은 무려 3년간의 노력에도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팀이 해체되기도 했다. 수많은 역경을 이겨낸 조 대표는 현재 월 식대 거래액 35억원을 돌파하고 누적 투자금액 107억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어딜 가나 아직도 자기가 막내라고 말하는 그는 인터뷰 내내 웃는 얼굴로 조곤조곤 이야기했지만 그 뒤에는 단단한 내공이 엿보였다.

▲ 조정호(33·남) 벤디스(VENDYS) 대표는 국내 최초 기업용 모바일 식대관리 솔루션이자 직장인을 위한 모바일 식권 서비스 '식권대장'을 2014년 선보였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진정성 있는 개척자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첫 질문으로 조 대표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물었다. 그는 ‘진정성 있는 개척자’라고 말하며 부끄러운 듯 웃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

조 대표가 2014년 9월 론칭한 ‘식권대장’은 국내 최초 기업용 모바일 식대관리 솔루션이자 직장인을 위한 모바일 식권 서비스다. 여전히 종이식권과 식대장부, 법인카드 등 아날로그 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 식대 시장을 스마트폰 기반으로 전환함으로써 1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기업 식대 시장에 모바일 혁신을 일으킨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벤디스(VENDYS)는 벤더(Vendor)와 시스템(System)의 합성어다. 기업 고객, 고객사 임직원, 제휴식당 그리고 다양한 파트너 브랜드를 연결하는 식권대장 고유의 ‘상생 네트워크’ 구축으로 새로운 개념의 멀티 벤더 기업이 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길을 만든 그는 개척자가 맞다. 그러면 그에게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조 대표는 26살에 창업을 시작했다. 사실 그는 한국외대 법대생이었다. 모든 법대생들이 그렇듯 그도 사법시험 준비를 2~3년 했다. 그러던 중 고시촌에서 친구가 사온 ‘아이폰’을 처음 보게 됐다.

조 대표는 “당시 아이폰도 나오고 세상이 매일 변하는데 그게 너무 신기했다”면서 “세상이 이렇게 급변하는데 이미 나온 수많은 결과인 판례와 법조문을 외우는 것이 갑갑하게 느껴져 뛰쳐나왔고, 급변하는 세상 속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라고 창업의 계기를 말했다. 뭘 해야 할지는 그에게 2차적인 문제였다.

조 대표 부모님은 창업을 반대했다. 법학을 공부해서 IT창업을 하는 것은 너무 다른 길이었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살 거면 연락도 하지 말라는 부모님의 말에 그는 정말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경제적인 지원도 끊겼다. 어쩌면 그 덕분에 지금의 ‘식권대장’이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 조 대표는 “당시 아이폰도 나오고 세상이 매일 변하는데 그게 너무 신기했다”면서 “세상이 이렇게 급변하는데 이미 나온 수많은 결과인 판례와 법조문을 외우는 것이 갑갑하게 느껴져 뛰쳐나왔고 급변하는 세상 속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 생각했다”고 창업의 계기를 말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위해 항상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았다. 포인트 적립으로 조금이라도 아껴보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다 모바일 식권의 전신인 모바일 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학생 시절 가는 카페나 식당은 프랜차이즈가 아닌 곳들이 대부분인데, 적립이라는 무기를 갖게 되면 영세 상인들도 프랜차이즈와 동등하게 싸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일리지 서비스가 아닌 안정적인 매출이었다. 3년을 노력했지만 제자리걸음이었다. 29살의 그가 부릴 수 있는 사치는 고작 맥도날드에서 빅맥을 사먹는 것이었다. 결국 팀은 해체됐다.

그러던 중 한 기업에서 조 대표에게 사내 카페에서 커피를 사먹을 수 있거나 사내 헬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복지상품권 제작을 요청했다. 매번 종이로 제작하고 회수하는 것이 번거로우니 모바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그는 상품권, 식권 등이 주변 소상공인들에게 흘러갈 수 있는 방법을 착안하게 됐다.

조 대표는 “당시 식권, 식당 장부, 법인카드 등으로 식대를 지급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인데 이것을 모바일로 전환하면 의미 있는 사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현재 식권대장 고객사는 주요 프랜차이즈 포함 2500개, 고객 기업은 아시아나, 한국타이어, 한국공항 등 202개사다. 올해 개최된 ‘2018 평창 동계 올림픽·동계패럴림픽’에서 자원봉사 식음 제공 모바일 식권 사업자로 선정돼, 대회 기간 동안 총합 1만5000여명 자원봉사자의 50만끼 식사를 책임졌다. 식대 거래액은 약 35억원이다.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조 대표는 첫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처음 모바일 식권 서비스를 들고 나왔을 때 이는 모두에게 너무나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는 “식당에 찾아가 설득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뭘 믿고 거래하느냐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고,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모바일이 익숙치 않아 거부감이 커 많게는 10번씩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기업 고객을 유치하는 과정은 더 힘들었다. 더 보수적이고 의사결정 구조도 복잡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이 안 되면 두 번, 두 번이 안 되면 세 번을 찾아가 읍소했다.

그는 “오류가 없다고 장담하진 못하지만 우리의 첫 고객사가 돼주면 오류 시 무리 없이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읍소했다. 그의 진정성이 통한 것일까. 한 기업에서 1주일간 테스트를 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테스트 기간에 오류가 났다. 당시 돌아가면서 밤새 당직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무리 없이 오류에 대응할 수 있었다. 테스트를 진행한 기업은 그 모습에 감동 받아 식권대장의 첫 고객이 됐다.

조 대표는 “어린 나이에 사업을 하다 보니 얕은 잔머리나 얕은 수는 연배나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금방 들통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당장의 계약을 위해 영업의 목적으로만 뛰면 결국 다 되돌아온다는 생각에, 진정성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 조정호(33·남) 벤디스(VENDYS) 대표는 직장인들에게는 최고의 복지 중 하나인 식사시간을 더욱 풍유롭게, 자영업자들에게는 안정적인 매출 확보를 위해 ‘전자식권’이라는 모바일플랫폼을 만들었다고 한다. 출처= 벤디스

단순 식대 관리 넘어 '복지 플랫폼'으로

식권대장은 종이식권, 장부, 카드 같이 식대를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시장에 들어갔다. 조 대표는 다양한 식대지원정책을 모바일로 관리하는 것을 넘어서 직장생활의 단비 같은 재밌는 콘텐츠,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바일 복지 플랫폼으로서 확장해 나가고 싶다는 비전을 밝혔다.

벤디스는 지난 7월에는 신한금융투자, 코그니티브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KB증권, 아주IB투자, 아이디어브릿지파트너스, 우아한형제들 등 7곳에서 65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금은 식권대장 플랫폼 확장과 다양한 복지 요소 접목을 위한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모바일 식권을 넘어 식대를 중심으로 확장되는 기업복지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 조 대표는 다양한 식대지원정책을 모바일로 관리하는 것을 넘어서 직장생활의 단비 같은 재밌는 콘텐츠,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바일 복지 플랫폼으로서 확장해 나가고 싶다는 비전을 밝혔다. 출처= 벤디스

그러나 고객사가 많아지고 회사가 커질수록 그의 고민은 깊어져간다고 한다. 8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는 아직 경험과 연륜이 부족한 33살의 청년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위임이라는 말로 너무 방관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아직은 실무에서 팀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일해야 하는 단계인 것 같다”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단편적인 업무 지시가 아닌 업무지시의 개념에 대해 최대한 상세히 공유하려고 노력한다”면서 “회사의 경영적 관점에서 왜 이 업무를 해야 하고 잘 됐을 때 우리 회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충분히 이해됐을 때, 주도적으로 주어진 업무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고 이것이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라며, 직원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