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SK텔레콤과 카카오의 모빌리티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내비게이션 기능부터 플랫폼, 생태계 전반을 둔 경쟁이 눈길을 끈다. 통신사와 ICT 기업이 외연을 확장하며 묘한 교집합이 부상하는 대목도 관전 포인트다.

▲ 김종환 당시 록앤올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시작은 악연...내비 사용자 경험은 SKT 우위
모빌리티에 시동을 건 두 회사의 초기 인연은 악연으로 시작됐다.

카카오는 내비게이션 스타트업인 김기사의 록앤올을 인수해 카카오내비를 완성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거진 표절 논란이다. 당시 록앤올이 T맵을 서비스하던 SK플래닛의 데이터베이스를 탈취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논란은 법적 공방으로 비화되기에 이르렀다.

SK플래닛은 록앤올이 무단으로 자사의 데이터베이스를 탈취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2015년 10월 SK플래닛은 록앤올을 상대로 T맵 지식재산권 침해 중단을 요청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록앤올의 주장은 다르다. 2010년 12월 당시 록앤올이 지도 서비스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SKM&C가 록앤올에 지도를 저렴하게 공급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이후 T맵과의 경쟁관계를 우려해 거절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거듭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말’을 믿고 최종적으로 협력하게 됐으나 기술 실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기사의 핵심기술에 대한 과도한 정보 공개 요청이 들어와 협상이 중단됐다는 설명이다.

김종환 당시 록앤올 대표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억울함을 강조했다. 록앤올은 데이터베이스 탈취와 같은 일은 없다고 주장하며 자체 제작한 지도로 현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동시에 박 대표는 이 문제를 대기업 SK플래닛의 스타트업 록앤올 죽이기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기술력이 있는 스타트업을 대기업이 약탈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내비게이션을 중심으로 벌어지던 두 회사의 악연은 이내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졌다. ICT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자동차가 일종의 플랫폼으로 규정되며, 탈 통신을 외치고 있는 SK텔레콤과 O2O 영역 확장을 노리는 카카오의 교집합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내비게이션과 인공지능의 결합으로 보면 SK텔레콤이 한 발 빠르다. SK텔레콤은 일찌감치 T맵에 인공지능 누구의 삽입을 완료하며 사용자 경험 확대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T맵의 사용자 경험 확장 전초전은 지난 2016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면 무료화를 선언하며 이용자 생태계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SK텔레콤 T맵은 자사 LTE 요금제 가입자는 무료, 그 외 통신사 가입자는 부가세 포함 월 4400원을 납부해야 사용할 수 있었으나 당시 조치로 모두 무료로 풀렸다. 성공적인 전략으로 평가됐다. T맵은 무료화 후 단 일주일만에 43만명의 타사 이용자를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일 평균 14만 건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 T맵이 전면 무료 개방되고 있다. 출처=SKT

SK텔레콤은 2016년 8월31일 전격적으로 인공지능 누구까지 공개했다. 출시 이틀 만에 초도 생산 물량(2000대)이 완판돼 돌풍을 일으켰으며 누구 미니와 누구 캔들 등 다양한 파생 라인업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T맵과 누구와의 연동은 지난해 9월 이뤄졌다.SK텔레콤 자체적으로 자율주행차 기술을 발전시키는 한편, 엔디비다와의 협력도 강조되던 시기와 일치한다. T맵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V2X, 초정밀 위치측위 기술, 초저지연 5G 네트워크 등 차량용 서비스와 기술이 눈길을 끌었다.

T맵과 누구의 만남은 자동차 플랫폼 인사이트를 구성하는 최적의 로드맵이라는 평가다. 표면적으로는 T맵의 사용자 경험 확장이 눈에 들어온다. 운전 중 화면 터치 없이 음성 명령만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거 변경할 수 있는 차세대 내비게이션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스마트폰 기반의 내비게이션이 인공지능과 연결돼 길 안내뿐만 아니라 음악 서비스를 비롯해 날씨, 일정 등을 말로 이용하는 일종의 카 라이프 서비스로 진화한 것이다. T맵x누구(T map x NUGU)는 향상된 교통 안전성과 고객 편의성을 핵심으로 삼아 음성만으로 내비게이션 고유의 기능은 물론 누구가 지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누구와 T맵이 연동되고 있다. 출처=SKT

더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선순환이다. 실제로 T맵x누구는 엔진 소리, 바람 소리, 대화 상황 등 다양한 자동차 소음 환경에서의 학습을 통해 음성인식 성공률을 최고 96%까지 향상시켰다. SK텔레콤 이상호 AI사업단장은 “T맵x누구는 안전과 즐거움 두 가지 측면에서 자동차 생활이 진화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면서 “인공지능 누구를 자동차 생활뿐만 아니라 홈, 레저 등 다른 생활 영역으로 연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비게이션이 빅데이터 보물창고라는 점이 더욱 중요해진다. 누구는 T맵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았다.

카카오내비는 다소 늦었다. 카카오내비의 기능성은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통해 발전했으나 인공지능과의 결합은 올해 하반기에나 가능하다. 카카오내비와 카카오i의 결합, 카카오톡 음성 지원 모두 하반기 서비스 시작이라는 설명이다. 개발자 회의 if 카카오 2018 현장에서 임석영 카카오 인공지능 서비스기획 팀장은“서비스 시작은 약간 늦었지만, 카카오내비만 보여줄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면서 “카카오톡을 지원해 생활밀착형 플랫폼 서비스를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상태에서 카카오톡의 강력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전면에 걸겠다는 각오다.

▲ 카카오의 인공지능 전략이 가다듬어지고 있다. 출처=카카오

카 인포테인먼트 경쟁..카카오가 살짝 앞선다
카카오의 모빌리티 경쟁력은 주차부터 대리운전, 택시를 아우르는 카카오 T로 대표된다. 이 여세를 몰아 분사된 카카오 모빌리티가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모빌리티의 핵심 사용자 경험에서 카카오의 카 인포테인먼트 인프라가 SK텔레콤보다 약간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카카오의 자동차 인공지능 전략은 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집중된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파트너십이 강조되고 있다.

카카오는 다양한 파트너와 접점을 구축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의 내비게이션은 카카오내비며, 카카오내비는 별도의 현대자동차 카 인포테인먼트에도 지원된다. 김병학 카카오 AI랩 부문 총괄 부사장은 "현대자동차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카카오i 인사이드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국내 출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가 국내에 출시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구글은 지난 7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안드로이드 오토 출시에 나서며 카카오와의 협력을 공고히 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차량을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과 연결해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지원함으로써 편리한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파트너인 현대기아차와 협력해 강력한 플랫폼 인프라도 구축했다.

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내비게이션과 미디어(음악 듣기 등), 커뮤니케이션(전화, 메시지) 등의 기능을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두 손을 사용하지 않고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통합된 안드로이드 오토에서 영어 외에 지원되는 언어는 한국어가 처음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내비를 탑재했으며 구글 어시스턴트 기반의 한국어 서비스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가 보인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국내에 출시하며 카카오내비와 협력한 것은 국내 정밀 지도 반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내린 고육책이지만, 현지 사업자와 처음으로 오픈 생태계를 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내비는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의 협력으로 빅데이터 운용의 기회를 잡는 한편, 소프트웨어 파워를 더욱 키울 수 있게 됐다.

윤주선 카카오모빌리티 최고기술책임(CTO)은 “주행 중 안전성과 편리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들을 집중 구현함으로써 안드로이드 오토와의 최적화를 완벽하게 마쳤다”며 “카카오내비의 고도화된 교통정보 분석 기술이 함께 더해져 최상의 스마트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30일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 i를 현대기아차 인포테인먼트 기술에 확대 적용하는 공동 개발 프로젝트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내년 현대기아차에 카카오미니에서 서비스되는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후 그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음악 감상, 날씨, 주식, 환율, 운세 등 생활 정보와 라디오, 뉴스, 실시간 이슈 검색어, 팟캐스트, 스포츠 정보, 동화 읽어주기 등 카카오미니의 다양한 기능이 지원된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i의 서버형 음성인식은 현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현대기아차로 적용된 상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17일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국내 서드파티 앱 중 내비게이션 기준으로는 처음이다. 애플은 지난 6월 애플의 정책과 프레임워크를 적용해 개발된 모든 서드파티 내비게이션 앱을 애플 카플레이에 적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구글 안드로이드오토에 이어 애플 카플레이에도 카카오내비를 신속하게 지원함에 따라, 고도화된 교통정보 분석 기술이 더해진 카카오내비의 정확한 길안내 기능을 더 많은 운전자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고 말하고 “애플 정책에 맞춰 이용자들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사용자 피드백도 실시간 수렴해 반영하겠다” 고 말했다.

카카오는 카 인포테인먼트 영역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현대차, 애플과 협력해 빠르게 협력하며 질주하고 있다. 어떤 플랫폼을 사용해도 카카오i를 만날 수 있는 전략이 완성됐다.

반면 SK텔레콤은 T맵을 통해 인공지능을 연결했으나 카 인포테인먼트 시장에서는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구글 안드로이드가 카카오와 협력하자 사내 메일을 통해 진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반격의 물꼬는 트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T맵도 조만간 카플레이를 지원할 방침이다. 카카오와의 한 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 카카오내비에 카플레이가 도입된다. 출처=카카오

카풀과 택시업계...누구의 손 들어줄까?
최근 모빌리티 업계의 핵심은 카풀 합법화다. 택시단체와 카풀 업체의 힘 겨루기가 한창인 가운데 카카오 모빌리티는 럭시를 인수하면서 최근 카풀 서비스에도 시동을 걸었다. 기사를 모집하며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택시단체는 강력투쟁을 선언했다. 이들은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카카오 모빌리티에 반기를 들고 집단행동을 불사한다는 각오다.

▲ 택시기사들이 카풀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최근 SK텔레콤의 T맵택시가 카카오에 대한 불만이 비등한 택시기사들을 규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럭시를 중심으로 카풀 서비스 본격화에 나서는 가운데,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던 택시기사들과 SK텔레콤 T맵이 전격적으로 만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았으나, 카풀을 둘러싼 모빌리티 핵심 전략에서도 두 회사의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카카오 인공지능 전략의 핵심인 음원 스트리밍 멜론은 SK텔레콤이 매각해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라면서 "멜론 이슈는 우연에 가깝지만, 탈 통신을 추구하는 SK텔레콤과 생활밀착형을 고도화시키고 있는 카카오의 접점이 많아지는 것은 현재 경계가 없는 IT 시장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