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SK텔레콤은 14일 5G 삼성전자와 에릭슨, 노키아를 5G 통신장비 파트너로 삼았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SK텔레콤은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5G 주도권 경쟁 상황에서 장비 공급 3사가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생태계 활성화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었다고 평가했다”면서 “투자 비용 등 재무적 요소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계약 등 남은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세계 최고 품질의 5G 상용망 구축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두고 통신사들의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통신장비시장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화웨이가 화두다.

4G에서 5G로 넘어갈 때 단숨에 모든 네트워크가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 당분간은 4G와 5G의 중간단계인 NSA(논스탠다드얼론) 방식으로 서비스된다. 4.5G로 볼 수 있는 NSA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4G 네트워크 장비와의 호환성을 따질 수 밖에 없으며, LG유플러스는 4G 인프라를 구축하며 서울 수도권 북부와 강원지역을 화웨이 장비로 구축한 경험이 있다.

4.5G에서 장비 연동성을 중심에 두고 화웨이 장비를 활용해 서울 수도권 북부와 강원지역을 중심으로 커버리지를 확장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호환성을 고려하면, LG유플러스가 일찌감치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것이라고 선언한 이유가 납득이 된다. 내외부의 우려가 크지만 이동통신시장 3위 사업자라는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의 기술력이 강한 점도 눈길을 끈다. 화웨이는 글로벌 1위 네트워크 장비 업체며, 소위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4G 이동통신 시장의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활용하면 그렇지 않은 경쟁사에 비해 네트워크 구축 비용이 줄어들면서 기술력은 키울 수 있다. 소위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SK텔레콤도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화웨이와 손을 잡는 편이 유리하다. 그러나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에 따른 국민적 반감이 높아지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화웨이 장비를 사용해보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SK텔레콤은 4G 시대 수도권과 충청지역에 삼성전자 장비를, 경상도는 에릭슨을, 전라도와 강원도에는 노키아 장비를 깔았다

삼성전자가 28GHz에 이어 주력인 3.5GHz 대역에서 10월부터 장비를 제공하게 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5G 주력 장비를 제공하게 되며 SK텔레콤의 선택지가 넓어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13일 3GPP 국제 표준 기반의 3.5GHz 대역 5G 기지국 장비를 전격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28GHz 대역 장비 시장에서 경쟁자를 앞지르는 행보를 보이였으나 3.5GHz 대역 장비에서는 지금까지 별다른 포트폴리오를 내놓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종의 깜짝 이벤트로 평가된다. 삼성이 공개한 장비는 국제 표준 기반 제품 중 가장 작은 크기를 자랑하며 소프트웨어 개발과 최적화도 자신하고 있다.

엑시노스 5100으로 결실을 봤다. 엑시노스 모뎀 5100은 하나의 칩으로 5G를 넘어 각 세대별 이동통신 규격(GSM/CDMA, WCDMA/TD-SCDMA/HSPA, LTE 등)까지 지원하는 '멀티모드'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협력해 28GHz 대역 주파수 장비 시장에도 진출했다. 삼성전자는 버라이즌 자체 통신규격인 5GTF(5G Technology Forum) 기반의 통신장비, 가정용 단말기(Customer Premises Equipment), 네트워크 설계 서비스를 공급한다는 설명이다. AT&T에도 장비를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AT&T와 5G 통신 기술을 활용한 고정형 무선접속(FWA) 서비스 통신장비 공급을 위한 막판 협상을 거듭하고 있다. 버라이즌에 이어 AT&T까지 품으면 삼성전자 5G 통신장비 경쟁력은 크게 올라갈 수 있다.

삼성전자가 28GHz 대역의 존재감을 더욱 키우는 한편 예상보다 빠르게 3.5GHz 대역 주파수 장비를 제공하게 되면서 SK텔레콤은 가성비의 화웨이를 외면할 수 있게 됐다.

KT는 여전히 고민중이다. KT는 4G에서 수도권과 부산, 울산 지역에 삼성전자 장비를, 강원도와 충청북도, 경상도에는 에릭슨 장비를 설치했으며 그 외 지역은 노키아의 제품을 사용했다. LG유플러스처럼 화웨이 장비 도입을 선언한 유인효과는 낮지만, 기술력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화웨이 장비를 일부 지역에 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