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정부가 서울 집값 안정화를 위해 서울 등 도심권에 30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밝혔지만 풀어야할 문제가 산적해있다. 그린벨트를 해제할 경우 땅값이 싸 택지로 활용하면 저렴한 서민용 주택을 공급할 수 있지만 과거 보금자리 주택의 전철을 밟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보금자리 주택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해 도심공급 활성화를 목표로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됐지만 과도한 시세차익이 문제가 돼 시장에서 사라졌다.

지난 2011년 공급된 강남 보금자리 주택은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자마자 분양가를 훌쩍 웃도는 가격에 거래가 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실제 세곡푸르지오 전용면적 59㎡ 분양가는 2억2400만원 수준이었지만 전매제한이 풀린 2015년 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이곳은 시세가 9억7800만원에 형성돼있다.

공급 부족 해결을 위해 주택 공급확대를 선택했지만 오히려 주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개혁 긴급토론회’에 참여한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 국책감시팀장은 “판교 강제 수용가격은 3.3㎡당 93만원, 택지조성 원가는 530만원이었지만 민간 전매 과정에서 1241만원이 올랐으며 주변 시세는 3.3㎡당 2452만원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결국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 뿐이지만 이 역시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

같은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병훈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총괄과장은 “임대주택을 늘리려고 해도 지자체나 지역주민의 반발이 심해 신규택지 공급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의 수도권 택지 후보지 중 하나로 꼽힌 과천시는 공개적으로 수도권 택지지구 지정을 반발하고 나섰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지난 10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신혼부부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부지는 4차산업 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과천 미래발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과천비전2040성장계획과 2035 과천도시기본계획에 사업계획을 수립했다”면서 “선바위역 인근에 4차산업 단지와 친환경 주거단지, 문화복지 시설 등으로 자체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대주택 공급 대상지로 확정될 경우 서울시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인근 주민들의 반발 역시 한 몫 했다. 임대주택이 들어설 경우 인근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사실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임대주택이 인근 집값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입증된 부분이다.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올해 8월 발표한 ‘공공임대주택이 인근 주택 가격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은 모두 인근 주택가격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해 주택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정부입장에서 보금자리주택의 전철을 밟지 않으면서 임대주택 건립에 대한 지자체의 저항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환매조건부 주택 공급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변창흠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코노믹 리뷰>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신혼희망타운이나 과거 보금자리주택이나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경우 최초 분양자는 시세차익 이득을 가져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주택을 거주수단으로 바라보게 하기 위해 환매조건부 주택분양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매조건부 주택분양은 LH공사와 SH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토지를 개발하고 주택을 건설해 저렴한 가격으로 실수요자에게 분양하되 매각시에만 반드시 공공기관에 다시 매각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공공기관이 직접 개발해 조성원가 수준에서 공급하므로 무주택 서민들은 현재 70% 수준(전세가격)의 비용으로 내집을 마련할 수 있게 되며 분양을 받은 사람은 해당 주택을 매도할 경우 반드시 공공기관에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과도한 양도차익을 차단하고 공공이 회수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 주택청(HDB)에서 환매조건부 분양주택제도를 시행 중이다. 싱가포르의 각 가구는 주택청이 분양한 주택을 평생 2회만 구입할 수 있으며 최초 분양받은 주택은 의무주거기간이 끝나면 재매각을 할 수 있다. 단 주택청에서 미리 정한 가격에 주택청에 환매화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민의 80% 이상이 싱가포르 HDB가 개발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환매조건부 주택분양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제기 됐지만 과도한 비용 발생과 주택을 투자요소로 바라보는 시각이 만연한 상황에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없게 될 경우 수요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있다란 우려 등으로 결국 좌초됐다.

올해에도 국토부가 신혼부부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이 주변 시세의 70%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시세차익 환수 방안으로 환매조건부가 제시됐지만 적용되지 않아 ‘로또 청약’의 여지를 남겨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변창흠 교수는 “환매조건부 분양방식은 금융 등 시장경제가 매우 발달한 싱가포르에서 성공했다는 점에서 국내 도입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면서 “주택매각을 통해 시세차익을 얻는 게 아닌 주택 소유를 통한 주거안정을 핵심으로 의식의 대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