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미국의 경제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을 압박할 여력도 더욱 높아졌다. 과거 무역분쟁 당시 미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중국이 미국의 제시조건에 응하지 않으면 현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역·기술 전쟁으로 촉발된 두 나라의 갈등은 자본·금융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 미중 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금융위기 수준의 충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출처:국제금융센터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제조 2025’를 중심으로 통신기기·로봇 등 총 1097개 품목(500억달러)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추가 조치가 예상되는 2000억달러 규모에 대한 관세율도 10%에서 25%로 상향 검토 중이다.

중국은 미국산 농수산물·자동차 등 659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추가로 600억달러 규모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부기관의 화웨이 등 중국 기술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또 환율조작국 지정 검토 지시로 대중국 견제를 크게 강화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무역적자다. 미국의 전체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최근 4년 연속 증가했다. 이중 중국 비중이 60%를 넘는다.

중국의 금융시장은 폐쇄돼 있어 미국과 대조적이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지적 재산권 침해, 강제 기술이전 관행 등 비관세 장벽도 여전하다.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이 확대됐으나 여전히 포지티브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자본의 중국기업에 대한 경영권 취득도 제한적이다.

미국은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첨단산업 등에 있어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중국은 정부지원과 자체시장을 기반으로 고속철 등 차세대 산업이 빠르게 발전했다. 이 시장에서 미국과 경쟁 제품 비중은 26%에 이른다. 주변국에 대한 경제·정치적 영향도 증대되고 있다.

미국은 경상수지 악화가 우려되고 빈부격차 확대 등으로 불균형이 심화됐다. 11월 중간선거 대비 귀책을 중국으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도 6월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68%가 대중국 관세부과를 지지했다.

무역·기술 전쟁, 자본·금융으로 확산 전망

결국 미중분쟁의 본질은 미국이 경제우위 등을 배경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시작된 헤게모니 싸움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향후 장기간에 걸쳐 무역·기술에 이어 자본·금융에서도 갈등이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는 미중간의 패권 경쟁이 지속되면서 무역적자 축소와 시장개방 등 중국의 양보가 반드시 분쟁해결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남중국해·대만 등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한 미중간 갈등과 충돌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은 첨단기술 육성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정치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트럼프의 성향이 정책에 반영되고 미국인의 호응도 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낮고 경기회복세가 뚜렷해 중국과의 통상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 강온전략을 구사하나 대립구도는 경계하고 있다. 비관세장벽 등으로 미국 기업의 로비를 유도하면서 협상력을 제고 중이다. 아울러 중국은 자본시장의 점진적 개방과 내수확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미중간 상호 경제적 피해 우려 등으로 11월 중간선거를 전후로 타협 또는 표면적 갈등이 완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국은 수입가격 상승과 미국 기업 피해 등 과도한 대립이 초래하는 손실이 이익을 상회해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제약하고 있다. 미국 경제와 기업에도 중국 금융·서비스 시장 진출이 중장기 성장에 중요하다. 무역·기술전쟁이 자본·금융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는 이유다.

▲ 출처:국제금융센터

중국은 시장경제지위와 미국 수출시장 확보, 차세대산업 발전을 위해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금융시장 취약성으로 경상수지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크다. 특히 미국은 전체 수출의 19.1%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미국이 중간선거 전에는 중국 압박을 강화해 정치적 이익을 취하고 선거 이후 타협을 통해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가능성도 있다.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면 정치적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관세부과 대상이 2500억달러로 확대되고 장기화되면 G2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이 클 것으로 진단했다.

관세 부과시 중국의 성장률 둔화폭은 0.7%포인트로 추정된다. 시장충격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미국의 추가압력이 지속되고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경기하방 위험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대미 수출이 전면봉쇄되면 경상흑자가 절반(820억달러)으로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도 피해를 입는다.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G2의 경제둔화와 물가상승압력으로 세계경제 성장률은 최대 0.4%포인트 내릴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2020년까지 세계경제 규모는 480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무역분쟁은 과거와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국의 경제여건이 양호해 대중국 통상압박 여력이 크기 때문이다.

1930년 스무트-홀리법, 1971년 ‘닉슨쇼크’, 1985년 ‘플라자합의’ 등은 모두 국제수지 개선과 경쟁국 견제·정치기반 강화라는 공통된 목적이 내재돼 있었다. 당시 미국경제는 둔화 또는 침체를 겪어 분쟁을 장기로 끌고 가는데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경제 호조와 금리인상 기조가 강달러를 뒷받침하고 있다.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 등 글로벌 불안은 미국의 금리상승과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었다. 중국은 과거 일본처럼 유동성과 부동산 버블이 존재한다. 무역분쟁이 장기화될수록 중국에 불리하다.

중국의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18.3%, 무역 비중은 11.2%다. 위기 발발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한편, 국제금융센터는 한국경제가 G2 경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미중분쟁 장기화와 상황 변화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중갈등에 따른 전환수요 창출,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 등 기회요인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