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11일 국내은행 원화 대출 부문별 연체율을 발표했다. 자료를 보면 돈이 닿는 경제 대부분에서 연체율이 늘고 있다.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은 7월 말 0.81%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7월 말 0.27%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올랐다.

눈에 띄는 것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7월 말 기준 0.58%로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1.78%에서 1.79%로 0.01%포인트 올랐다. 금감원은 중소기업 연체율 상승을 두고 “올해 7월 중 선박·자동차부품 제조업 영위 업체를 중심으로 신규연체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체 어느 업종, 어느 산업이 연체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이를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 없다. 금융감독원이 배포한 자료에는 그 근거가 되는 데이터 자료를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선박업이 불황인지, 자동차 부품업이 어려운 것인지에 대한 구분조차도 없다. 어디가 아픈 곳인지, 치료해야 할 곳이 어디인지 설명이 없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업권이나 공시 특성상 알려줄 수 없다”는 말을 내놨다. 그러면서 “은행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것”이라면서 “제조업 업체가 창궐한 지방 지역 은행을 조사하면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첨언만 남겼다. 그러나 은행 역시 연체율을 정리해 둔 기초자료(Raw Data)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근거로 선박과 자동차부품 제조업 업체가 연체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인가. 일반인은 물론 기자조차도 이 데이터를 알기가 어렵다. 그것은 금융감독원 직원과 은행 깊숙한 이해관계자만이 알고 있을 터다.

문제는 이러한 자료들이 수없이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공개 시대에 아픈 것은 감추고 좋은 것만 드러내는 사례가 많다.

대표 예시가 자동차 판매량이다. 통상 국내 완성차 5개사는 내수 시장 판매량을 쉽게 공개한다. 그런데 수출은 차종별 수출을 공개하지 않은 채 수출량만 떡하니 내놓는다. 그러고서 “SUV 판매량이 호조세를 기록해 해외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한다.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가관이다. 어떤 차종의 판매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60%나 줄었는데도 일절 언급이 없다.

기업 실적도 비슷하다. 이제는 공시를 이용해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배포하는 보도자료를 보면 눈을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이다. 재무제표는 그룹 전체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연결재무제표’가 있다. 이와 함께 그룹 계열사 실적을 개별로 나타내는 ‘별도재무제표’가 있다. 그러나 기업은 대체로 이를 구분하여 발표하지 않는다.

A그룹은 계열사 C가 올해 뛰어난 이익을 창출해 회사 전체 이익기여도가 꽤 높음에도 이를 자료에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A그룹은 “고유가와 달러화 강세 시대에도 지난해와 비교해 실적이 대폭 상승하는 등 뛰어난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한다. 이를 발표한 A그룹의 핵심 계열사 B는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달리고 있었다. 이익 기여도는 매년 하락세를 지속했고 부채비율은 1000%를 넘었다. 기업은 이렇게 언론을 통해 명확하지 않은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한다.

이 때문에 투자자는 정확한 실적을 파악하기 위해 공시사이트를 찾지만 회계에 식견이 있지 않은 이상 실체를 알기가 어렵다. 실적 해석은 연결과 별도 재무제표를 확인하거나 비지배지분순이익, 지배회사지분순이익 등을 검토해 실적 해석 왜곡을 막을 수 있다. 지배회사지분순이익은 지배기업(모회사) 순이익과 자회사(종속기업, 관계기업)의 순이익 중 지배기업의 지분율만큼에 해당하는 순이익을 더한 것이다. 비지배지분순이익은 종속기업(자회사)의 순이익 중 지배기업의 소유분을 제외한 순이익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현실에도 같은 기사를 양산해내고 있는 언론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에 대한 항변도 항의도 없다. 이런 자료를 받고서 그냥 기사를 써버린다. 내용을 보충하고 데이터를 제대로 해석하지 않은 채 기사가 양산되면서 다 같이 바보가 되는 현실이다. 같은 언론인으로서 참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