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부 박성은 팀장

최근 스마트팜과 관련한 소규모 세미나를 들으러 간 적이 있다. 그 자리에는 관련 전문가들 뿐 아니라 농기자재업체 종사자와 창농(창업 농업인)을 꿈꾸는 20대 청년들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석해 스마트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특히 젊은 예비 창농인들이 패널들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꽤 인상에 남았다. 그들은 “스마트팜에 적합한 유망작물은 어떤 것이 있나요?”, “어떤 것을 스마트팜에서 생산해야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요?” 등 ‘무엇’을 생산해야 ‘소득’을 꾸준히 올릴 수 있는지를 주로 물었다. 매우 상식적인 질문들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속 시원히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 4월 정부가 발표한 ‘스마트팜 확산방안’ 자료를 다시 살펴보자. 2022년까지 현대화된 스마트팜을 7000ha(약 2118만평)까지 확대하고, 스마트팜으로 농사짓는 청년에게 저리의 정책자금과 함께 부지를 임대해주고, 전국에 스마트팜 혁신밸리 4곳을 짓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 계획대로 스마트팜 인프라 구축이 잘되면, 첨단농업으로의 혁신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정작 농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마트팜으로 어떻게 소득을 올릴지’에 대한 내용은 12쪽 분량의 대책자료에 단 한 줄도 없다. 글머리에 “통제된 시설(스마트팜)에서 안정적 생산이 가능해져 농업인의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는 문장만 있을 뿐이다.

현재 환경제어가 가능한 국내 스마트팜 시설에서 재배되는 주요 작물은 파프리카와 토마토, 딸기 등 일부 과채류다. 수확주기가 짧고, 연중 재배가 가능하며(파프리카·토마토), 내수 이외에도 일본·홍콩·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 수출 수요가 있어 많은 스마트팜 농가들이 이들 작물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팜에서 생산되는 파프리카와 토마토, 딸기 수출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한국산 파프리카는 지난해 전체 수출량(3만4843t)의 99.8%를 일본에 수출했다. 일본의 연평균 파프리카 수입규모가 4만t 정도인데, 한국산이 대부분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파프리카는 스마트팜 등 시설원예면적 확대로 2014년 6만4000t에서 2017년 8만t으로 생산량이 늘고 있다. 수출시장은 한정됐는데 생산량은 증가일로여서 중장기적으로 내수와 수출단가의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연간 5000~6000t 규모로 해외에 공급되는 토마토(대과)도 수출물량의 97% 이상이 일본에 치중돼 있다. 딸기가 싱가포르와 홍콩, 태국 등으로 수출 다변화가 됐다지만 지난해 수출량은 4800t 정도다. 참고로 지난해 국내 토마토 생산량은 약 38만t, 딸기는 19만8000t(잠정치)이다. 두 품목의 수출비중은 전체 생산량의 2~3%에 불과하다.

물론 과수 등 다른 작물의 스마트팜 재배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사과·배 등 과수는 다년생 작물이라 수확주기가 길어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스마트팜 시설의 경제성 면에서 수지가 안 맞고, 수출시장 개척이 쉽지 않다는 게 농가와 업계의 지적이다. 생산성이 극대화된 스마트팜은 보급면적이 확대되면 그 이상으로 생산량이 증가한다. 인건비, 난방비 등 시설유지비용도 그만큼 늘어난다.

스마트팜과 같은 시설원예농업이 발전하려면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유망작물의 지속적인 발굴, 시장규모와 경제성 분석 등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주도 사업에 동참하는 농가가 빚더미에 앉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정부의 스마트팜 확산정책의 취지가 아무리 좋다 한들 농가가 스마트팜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난 1992년 미국 대선 당시 빌 클린턴 후보가 현직 대통령인 조지 부시를 누르고 승리한 결정적인 요인으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을 꼽는 이들이 많다. 아마도 많은 농가들이 스마트팜 보급 확산에만 골몰한 현 정부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다. “스마트팜? 문제는 소득이야, 바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