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1만주를 사들였다. 지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은 아니지만 기내식 사태로 흔들린 아시아나항공의 분위기 쇄신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박 회장이 책임경영 의지를 내비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자회사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려 했지만 이조차 쉽지 않다. 박 회장이 ‘사면초가’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 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주식 1만주를 주당 4190원에 장내 매수했다. 박 회장은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터진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태를 수습하던 김수천 사장은 끝내 사임을 표명했다. 기내식 업체 게이트고메코리아가 지난달부터 기내식을 제공하면서 관련 이슈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하반기 총 1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 지난 4월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올 하반기 1500억원의 유상증자, 2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준비했다.

현재 영구채 발행은 중단됐다. 연 9.5%의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해 말 국내 신평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B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이에 공모 회사채 발행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투기등급 직전까지 떨어지면서 기관투자자들이 매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자회사인 에어부산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도 가능하지만 기업공개(IPO)가 흥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주항공·진에어 등 상장 저가항공사(LCC)의 주가는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LCC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산업 성장은 당분간 둔화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597.95%다. 내년 1월부터는 회계처리기준(F-IFRS) 변경으로 운용리스비용이 부채에 포함된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1000%까지 오를 수 있는 요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1000% 넘으면 기존에 발행된 378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만기효력이 사라진다. 즉시 상환해야하는 것이다.

그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직접 지휘하면 재무구조 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이 기업 이미지 쇄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최근 장기물 중심으로 금리가 하락(채권가격 상승)하면서 캐리(이자) 확보를 위한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낮은 등급의 채권은 수요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이 유의미한 재무구조개선을 보여주지 않으면 자금조달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