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작구 상도4동 서울상도유치원이 6일 밤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서울시 동작구 상도4동 주민들은 공동주택 공사로 벌어진 유치원 붕괴사고 때문에 지난 6일 밤을 불안으로 지새웠다. 주민들은 10도 가량 기울어 있는 유치원 건물을 피해 새벽부터 대피해야 했다. 유동인구가 적은 밤 시간이라 인명피해는 없었다. 동작구청은 7일 오전 현장조사단을 파견했고, 전문가들은 붕괴에 약한 암반인 ‘편마암’과 하중을 간과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다세대주택 공사현장에서 ‘흙막이’가 무너져 바로 옆 서울상도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 절반가량 붕괴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흙막이’란 주변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설치하는 구조물이다.

7일 오전 8시를 기준으로 이재민은 총 25세대 54명으로, 숙박업소, 주민센터 등에서 잠을 청했다. 동작구청은 소방관 44명, 경찰관 30명 등 총 133명을 동원해 실태 파악에 나섰다. 유치원 건물은 현재 10도 가량 기울어져 있다. 추가 붕괴가 우려돼 당국자들은 보강공사를 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11시 22분 경 굉음이 난다는 최초 신고가 들어왔고, 이내 유치원을 받치는 지반 흙더미가 무너져 내렸다. 경찰은 곧바로 주변 인가에 위험한 상황을 안내했고, 주민들은 비오는 밤길에 뛰쳐나와 가까운 곳으로 대피했다.

사고 주변 현장은 경찰과 소방 당국에 의해 통제됐다.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가스관 등의 설비도 차단했다.

▲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재난대비시스템 미비를 지적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현장조사에 파견된 전문가들의 진단 후 사고 원인을 두고 쓴소리가 이어졌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유치원 설계 당시의 시추·지질 검사가 부실하는 등 ‘인재’의 요소가 강하다”면서 “무너질 위험이 있는 편마암 위에 지은 것이 제일 표면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수곤 교수는 또한 “단돈 몇백만원 아끼자고 부대공사, 보조공사에 돈을 아끼는 것이 가장 근본 원인이다”라면서 “세월호 이후로도 재난관리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영훈 토질·기초기술사는 오전 11시의 브리핑에서 “지질조사와 별개로 유치원의 하중이 작을 거라 간과한 부분이 있다”면서 “옆 공사현장에서 굴착 공사를 하고, 얼마 전 폭우가 스며들어 지반이 더욱 악화된 것”이라 분석했다. 또한 조영훈 기술사는 “추가 붕괴가 우려돼 한 시라도 빨리 보강 공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조사에 참여한 김현덕 건축기술사는 향후 조치를 두고 “손상이 큰 부분은 철거하고, 남은 부분 중 온전한 곳은 가능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조영훈 토질기초기술사, 김현덕 건축기초기술사 등이 현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주민들의 불안은 아침에도 가시지 않았다.

구청에서 마련한 임시거주지에서 돌아온 상도동 주민 한모씨는 “한밤중에 굉음이 나 너무 놀랐다”면서 “식구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면서 놀란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그녀는 “아침에 도배 등 할 일이 많은데 가스·수도가 차단돼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웃주민 박모씨 역시 분노에 차 “유치원 입구 바로 옆은 주택공사(LH) 소유인데, 더 문제가 생기지 않게 지금이라도 재해를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굉음에 잠에서 깼다는 정모씨는 “아이들이 없을 때 일이 벌어져서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 서울상도유치원 입구를 경찰이 봉쇄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에 따라 유치원 운영에도 혼선이 빚어졌다. 맡길 곳이 없다보니 출근하는 부모를 따라간 아이들도 있었다.

남은 아이들은 학부모와 함께 유치원 근처 공원에 모여 있었다. 학부모 전모씨는 “당황스러울 따름”이라면서 “유치원도 아직 상황 파악이 완료되지 않아 안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주변에 빈 어린이집을 활용하는 등의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