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ICT 업계에 플랫폼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트래픽이 소위 ‘돈 되는 시장’으로 부상한 가운데, 모바일 기술의 등장은 플랫폼이라는 장터의 가능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모이면 데이터가 확보되고, 돈이 되며 그 이상을 노려볼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SNS는 대표적인 플랫폼입니다. 각 사람들이 특정 생태계에 모여 데이터를 발생시키고 서로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인공지능 시대가 어떤 미래를 그릴지 모르지만, SNS가 가진 데이터는 빅데이터 확보와 운용의 관점에서 다른 플랫폼 사업자보다 비교우위에 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해 링크드인을 인수할 당시 많은 사람들이 링크드인의 데이터에 집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SNS는 영원할까?
SNS의 최고 가치는 플랫폼에 있으며, 광고 수익을 통해 다시 플랫폼을 키우는 선순환 구조에 있습니다. 생태계에 들어온 이들은 소통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기꺼이 자기의 데이터를 지불하면, 기업들은 광고를 하고 플랫폼 사업자는 돈을 벌기 때문입니다.

한 발 더 나간다면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전략이 있습니다. 단순한 연결이 아닌, 이용자들을 커뮤니티로 묶어 집단화 시키는 전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연결이 아닌 커뮤니티의 등장을 통해 이용자들의 연결성은 더욱 강화되고 플랫폼 충성도는 더욱 강해집니다.

페이스북은 이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 당장 수익과 연결되지 않아도 공공의 거대 담론까지 거침없이 끌어옵니다. 페미니즘을 위한 연대를 지원하거나, 재난과 재해가 벌어지는 지역의 긴급알림 소식을 알리는 것도 큰 틀에서 보면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한 딥티 도시 페이스북 글로벌 커뮤니티 파트너십 총괄은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단순한 연결을 넘어 커뮤니티에 속하는 일종의 소속감을 느끼기를 바란다"면서 "커뮤니티는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민주주의다. 국민과 정부의 민주주의도 있지만 대중과 대중의 민주주의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도시 총괄은 "커뮤니티는 페이스북의 사명이며, 우리는 커뮤니티를 지속가능하도록 키우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라고 판단한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의 전략은 자칫 패권주의로 흘러갈 수 있으나, 페이스북이 ‘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페이스북은 인터넷 오알지부터 페이스북 라이트 등을 동원해 페이스북 제국을 세우고 있고, 구성원들이 페이스북의 커뮤니티에 묶여 소속감을 느끼며 데이터를 발생시키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론과 현실이 때로는 엇박자를 낸다는 점입니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 업체들의 최고 가치, 즉 데이터 운용에 경고등이 들어오는 장면이 의미심장합니다. 민감한 개인정보와 연결되는 데이터는 언제든 유출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올해 상반기 페이스북을 강타한 개인정보유출 파동이 대표사례입니다. 이 외에도 개인정보의 운용을 사업으로 풀어가기에 어려워지는 분위기도 많이 감지됩니다. 유럽은 GDPR을 제정했고, 각 국은 개인정보보호와 빅데이터 산업 부흥을 저울질하며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 딥티 도시 페이스북 글로벌 커뮤니티 파트너십 총괄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페이스북

형용준 싸이월드 창업자 “개인 데이터 해적질 멈추라”
데이터에 기반을 둔 SNS 플랫폼 전략이 성장정체를 맞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아직 데이터 장사는 유효하고, 여전히 캐시카우기 때문입니다. 인도 광고시장의 분위기가 재미있습니다. 광고부터 결제까지 이커머스와 관련된 대부분의 전선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광고시장의 후발주자인 페이스북은 지난해 인도에서 9억8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1위 구글이 약 1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데이터의 SNS가 디스플레이의 포털을 맹추격하는데 성공하는 셈입니다.

문제는 방식의 변화입니다. 데이터를 통한 SNS의 비즈니스는 연속성은 있지만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입니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난입하고 있으며 초연결 생태계의 트렌드는 새로운 연결의 힘을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 유입자는 떨어지고 있고 플랫폼을 흐를 콘텐츠의 정밀성도 둔해지고 있습니다. SNS와 데이터는 찰라의 화양연화 후 동반몰락의 수순을 밟는 것일까요?

SNS의 데이터 전략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SNS의 데이터 장사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에 시선이 집중됩니다. 성장 정체에 직면한 SNS 강자들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개인 데이터 해적질’에 나서고 있으며, 포지티브섬(Positive-sum)이 아닌 제로섬(Zero-sum)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싸이월드 창업주로 잘 알려진 형용준 시그마체인 기획이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한국블록체인협회가 개최한 'K-블록체인 2018' 컨퍼런스 무대에서 흥미로운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는 “S커브의 정점을 찍은 SNS들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주주들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손쉽게 추출하고 있다”면서 MS와 넷스케이프, 구글과 옐프, 페이스북과 징가, 트위터와 써드파티 앱을 비판했습니다.

▲ 형용준 시그마체인 기획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시그마체인

그는 이들이 기존 협력사와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수익을 두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형 이사는 “페이스북 등은 현재의 막강한 플랫폼 파워에도 불구하고 아직 ‘철 들지 않은’ 미숙한 상태의 SNS”라는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형 이사의 칼날은 중앙집중형 플랫폼 사업자 전체를 정조준했습니다. 그는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는 앱 개발자들로부터 30%라는 높은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앱 등록을 거절하거나 서드파티 앱의 기능을 베껴 자체 앱에 은근슬쩍 추가한다”면서 “강력한 권력을 가진 기존 중앙집권형 플랫폼들이 네트워크 참여자들과의 상생과 생태계 발전을 외면하고 사용자를 볼모로 자신들의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습니다.

형 이사의 문제의식은 ‘중앙집중형 플랫폼의 폐혜와 긴 호흡이 어려운 데이터 장사행위’로 좁혀집니다. SNS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생태계 자체가 무너지거나, 미래가 없다고 본 셈입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SNS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형 SNS’를 제시했습니다. 형 이사는 “ICO(암호화폐공개)를 통해 사용자 주주를 모으고 이들을 통해 사용자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고 수익도 공평하게 나누는 분산형 SNS야말로 신뢰를 기반으로 정보와 지식이 공유되는 철이 든 SNS”라면서 “합의와 감시를 특성으로 하는 분산형 생태계에서는 가짜 뉴스와 과도한 광고가 자연스럽게 걸러질 뿐만 아니라, 개인 콘텐츠에 대한 보호장치도 마련된다”고 말했습니다. SNS를 타고 흘러가는 가짜뉴스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귀가 솔깃한 제안입니다.

형 이사는 인터넷 SNS 생태계와 블록체인 메인넷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시그마체인이 연내 론칭을 목표로 개발 중인 퓨처피아(Futurepia) 솔루션을 공개했습니다. 퓨처피아 솔루션은 SNS 블록체인 댑을 얹을 수 있는 블록체인 운영체제에 해당하는 메인넷과 댑 스토어(Dapp store), 그리고 댑 개발사를 위한 다양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로 구성됩니다.

형 이사는 SNS의 가치가 영원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사회의 본질은 소셜네트워크 그 자체’라는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하면서 “기술의 진화에 따라 플랫폼이 바뀔 뿐 SNS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영원히 이어질 공론의 장. SNS는 분산 플랫폼으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