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고구마가 전국적으로 출하되고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영양간식으로 손색이 없는 고구마. 우리에게는 가장 친숙하고, 연인처럼 가족처럼 우리 곁을 오랜 기간 지켜왔던 작물 중 하나다.

필자는 고구마의 물성과 함께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동굴 속에서 저장숙성된 고구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큐어링이란 고구마를 재우는 작업

흔히 큐어링이라 하면 갓 수확한 고구마에서 발생한 상처 부위가 보관 후, 썩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온 다습한 곳에 저장해 상처를 빨리 아물도록 하는 작업으로 알고 있다. 이 역시도 큐어링에 포함되지만, 사실은 고구마를 잠들게 해 오랫동안 저장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농사짓는 사람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구마는 살아 있는 고구마와 잠자는 고구마로 나뉜다. 살아 있는 고구마는 말 그대로 고구의 특성을 그대로 지녀 스스로 발열하며, 수확 후에도 뿌리가 자란다. 발열하는 고구마는 저장이 오래 못 가고, 뿌리가 계속 자라는 고구마들은 시장 출하 전 뿌리를 모두 제거하기 때문에 외관성도 떨어지며 유통 과정에서 부패할 수 있다.

반대로 잠을 자는 고구마는 발열하지 않고 잔뿌리가 자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큐어링된 고구마는 가정에서도 보관성이 좋아진다.

이렇게 잠을 재우는 방법이 15℃ 내외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기존 관행(인공) 큐어링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해남과 영덕 등에서 출하하고 있는 동굴 속에서 숙성 저장 후 출하하고 있는 동굴 속 고구마는 항상 15℃ 내외로 유지돼 품질이 뛰어나다.

 

동굴과 숙성의 관계

저온 저장고의 숙성과 동굴 숙성의 고구마 중 무엇이 맛있을까? 중요한 질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 입에 들어가는 고구마가 정말 숙성이 잘된 고구마일까’이다. 숙성만 잘되면 동굴이든 저온 숙성고든 맛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동굴에 잘 보관된 고구마는 숙성이 잘되어 당도가 잘 올라온다. ‘진짜 숙성 고구마’는 숙성 전후 당도를 측정해도 알 수 있다.

기존의 인공 저장고에서 진행하는 숙성이 결코 나쁘진 않다. 그런데 수치상으로는 일정해 보이지만 내부에선 하루에도 온도 유지를 위해 터빈이 움직였다 멈췄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온도 변화가 생긴다. 이러한 변화는 선선할 때는 큰 문제가 없으나 본격적인 추위, 겨울에는 약간의 변화가 고구마의 저장 상태와 맛을 변질시킨다. 즉 일정한 맛의 유지가 어렵다.

 

지역적 특성- 숙성 전 고구마 품질부터의 차이

고구마는 정식 후 4개월 후 수확된다. 가장 이상적인 환경은 자라는 기간 동안 충분한 일조를 받는 것이다.

지역 고구마들의 맛의 분기점은 장마철이다. 여름이지만 제법 선선한 장마철에 얼마나 햇빛 받느냐에 따라 당도가 달라진다. 그해 비를 많이 머금은 고구마는 당도가 떨어지고, 비대해지며 보관성이 떨어진다.

강수량이 적고 일조량이 풍부한 곳은 고구마 재배의 최적지라 할 수 있다.

 

국산 품종 고구마

우리가 먹는 고구마의 80% 이상이 일본 품종이다. 그런데 지자체와 국립식량과학원 등의 노력으로 이제는 기능성의 고품질 국산 품종 고구마도 맛볼 수 있다.

국산 품종 고구마인 풍원미는 주황빛의 속살을 지니고 있으며, 당근을 능가하는 베타카로틴 함유량이 특징이다. 국립식량과학원 바이오에너지 작물연구소에서 육종한 호박고구마의 일종인 풍원미는 껍질은 홍색, 과육은 주황색으로 병충해에 강한 순수 국산 품종 고구마다. 당도가 높으면서도 다채로운 건강간식, 식사대용 등으로 활용도가 높다.

오늘 저녁엔 우리 국산 품종 고구마인 풍원미 고구마로 저녁 간식을 준비해 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