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시간과 공간 비즈니스의 현장으로 변신한 오프라인 시장에도 어두운 구석이 있다. 한곳에서 만화, 오락, 식사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치솟는 임대료를 견뎌낼 장사는 없다. 영세한 카페는 생존이 어렵다. VR카페 역시 초기 진입비용이 커, 엄두라도 낼 수 있는 사업자가 제한돼있다. 서울 대학로 골목에 자리 잡은 만화카페 1세대인 ‘연극보다만화’의 박천복 대표는 “업계 자체는 성장하겠지만, 개인 사업자가 진입하기엔 점점 어려운 시장이 되고 있다”면서 “처음엔 희소성 있는 콘텐츠였지만 지나치게 확산·확장되고 대형 자본에 의해 ‘획일화’되면서 금방 소진된다”고 경고했다.

 

만화카페, 새로운 문화 만들었지만

‘연극보다만화’는 1세대 만화카페에 속한다. 박천복 대표는 <이코노믹리뷰>에 “만화카페라는 개념이 없는 업계 초창기부터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사업을 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박 대표는 “몇 년 전엔 새로운 개념의 문화공간이었다”면서 “그땐 주중 주말 가리지 않고 줄을 서야 겨우 입장할 수 있었고, 그중 좌석은 예약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현재 연극보다만화 카페는 회원 수 1만2000명을 보유하고 있다. ‘웹툰’ 등 온라인 플랫폼의 부상으로 오프라인의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주장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박천복 연극보다만화 대표

박 대표는 깔끔한 인테리어, 누울 수 있는 공간, 피규어 등으로 여성과 연인층 고객을 많이 확보했다. 20~30대 여성과 연인층이 각각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박 대표는 “여성들은 예전 만화방을 불량하고 청결하지 못한 곳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런 인식을 깨고 더 깨끗하고 편안한 여성형 공간으로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만화카페의 내용물 구성도 달리 했다. 그는 “일반 만화방의 성인물, 소설물은 지양했다”면서 “기존 코믹스 계열이나 순정 계열 만화는 공통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웹툰을 몰아 보는 사람을 위한 웹툰 서적과 미국 만화 번역물인 그래픽 노블을 다량 들여놨다”고 소개했다.

시간제 요금제도 특이하다. 기존 만화방이 권수당 요금을 채택한 것과 다르다. 박 대표는 “사실 권수로 빌려보는 요금의 수익률이 더 높지만, ‘시공간’을 소비하는 이곳의 테마를 생각하면 수익창출이 더 안정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용객도 6000원에 3시간을 쉴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용요금은 1시간 2400원, 추가 10분에 400원이고, 5시간 이상은 1만5000원이다.

'시공간'을 소비하는 1세대 만화카페, 연극보다만화

수익구조도 다변화했다. 음식도 컵라면 등 즉석식품에 묶여 있는 과거 만화방과 달리 컵밥 네 종류, 간단히 맥주 한 캔에 곁들일 수 있는 나초, 치즈가래떡구이까지 다양하다.

 

만화카페, ‘규모의 경제’로 향하나

여유로운 만화카페 풍경과 달리 업계 현실은 녹록치 않다. 박 대표는 “임대료가 고정비의 30%로 가장 크고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박 대표에 따르면 대학로 상권의 임대료는 5년 전보다 10배 가까이 뛰었다. 그는 매장 지출비를 두고 “인건비가 20% 정도고, 만화나 음료 등 비품 구입비용이 20%”라면서 “공과금이 나머지 10%를 차지하고,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사업자가 만화카페를 하려면 임대료가 무조건 적어야 한다”면서 “임대료가 저렴한 지하나 위층에 입점하는 게 순리인데, 지금 주요 상권에선 그곳마저 버티기 힘들 정도”라고 임대료 부담을 전했다.

만화카페 업계의 전망에 대해 박 대표는 “업계 자체는 성장하겠지만, 개인 사업자가 진입하기엔 점점 어려운 시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처음 출발 당시엔 만화카페는 희소성 있는 콘텐츠였지만 지나치게 확산·확장되고 있는 데다 대형 자본이 참여해 ‘획일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로 가까이에만 프랜차이즈 업체 3개를 포함해 총 8개의 만화카페가 들어서 있다. 포화상태란 말이 절로 나온다.

연극보다만화는 과거 만화방과 달리 캔맥주와 곁들일 메뉴 구성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했다

동시에 만화카페도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사업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보통 50~60평 규모에 더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을 흡수하고 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시공간 소비 사업은 활황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영세업자는 낮은 임대료, 고정수요층에 기대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해 전망은 밝지 않다”고 말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