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만화방 하면 으레 지하 1층의 답답하고 습한 공기로 가득 찬 모습을 상상한다. 이런 만화방은 오락실과 함께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만화방이 쾌적하고 아늑한 만화카페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만화방은 이제 한곳에서 만화와 오락, 식사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카페로 진화하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어 쉬면서 놀고, 의견을 교환하는 문화공간이면서 일상의 피로로부터 해방되어 잠시 숨을 고르는 장소인 ‘카렌시아’가 되고 있는 것이다. 포털사이트에 ‘만화카페’를 검색하면 ‘요즘 뜨는 사업’이란 연관검색어가 나올 만큼 만화카페 창업 열풍도 뜨겁다. 만화카페는 공간 비즈니스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있다.

롯데몰 은평점에 위치한 만화카페 '놀멘서가' 전경

먹고, 쉬고, 마시고 즐기는 만화카페, 시간과 공간을 판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만화임대업 매장은 2006년 6518곳에서 2016년 3650곳으로 10년 사이 절반이 사라졌다.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라는 사회의 비난에다 각종 규제 법률, 새로운 매체가 등장한 탓이다. 1990년 ‘학교보건법’과 동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만화방은 ‘상대정화구역’으로 지정돼 학교에서 직선거리 200m 이내에는 들어설 수 없게 됐다. 1991년에 제정된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만화방을 단속 대상 업소로 지정했다.

더구나 스마트폰의 발달과 웹툰 시장의 성장으로 오프라인 만화방은 설 자리를 잃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종이로 된 만화책을 찾고 있고 그것이 만화방이 만화카페로 변신하는 밑거름이 됐다.

만화방이 어두운 불량청소년의 소굴이라는 인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만화카페는 온 가족이 찾는 쾌적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만화카페의 가장 큰 특징은 만화를 보면서 먹고, 마시고, 쉬고, 노는 것이 전부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만화카페는 시간제로 운영된다. 시간당 요금을 내면 자유롭게 만화책을 볼 수 있고, 따로 요금을 내면 분식, 과자, 음료, 커피 등 다양한 먹을거리도 즐길 수 있다.

롯데몰 은평점에 위치한 만화카페 '놀멘서가'

㈜아그리나그룹이 운영하는 만화카페 ‘놀멘서가’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은평구 롯데몰 내에 140평 넓은 공간에 4만권의 만화책을 보유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처럼 요금제도 다양하다. 기본 1시간 이용요금은 3500원, 어린이는 2500원이다. 가장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음료 한 잔을 포함한 2시간 이용권’은 8000원이다. 1개월 단위 회원권도 있다. 평일 1개월 권은 5만원, 주말을 포함한 1개월 권은 8만원이다.

최근 ‘놀멘서가’를 아들과 함께 찾은 김자경(49) 씨는 <이코노믹리뷰>에 “불결하고 퀴퀴하다는 인식이 있던 만화방이 쾌적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 같다”면서 “만화책을 보면서 음식도 먹을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만화책을 좋아하는 모자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이 카페에는 가족 단위의 소비자들이 많다. 만화카페를 처음 방문한 김현정(25) 씨는 “만화방은 어둡고 지저분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방문해보니 너무 깨끗하고 좋은 공간이라서 놀랐다”고 소감을 전하고 “먹고, 마시고, 즐길 거리가 많아 데이트하기에 너무 좋은 장소”라고 말했다. 누나와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해 놀멘서가를 찾은 김민성(17) 군은 “친구들과 만화카페를 즐겨 찾는다”면서 “학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놀이”라고 말했다.

롯데몰 은평점에 위치한 만화카페 '놀멘서가'

놀멘서가 관계자는 “놀멘서가는 만화카페이면서 시간과 공간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최광용 ㈜아그리나그룹 대표는 “누구나 찾는 ‘몰’(Mall) 안에서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많은 소비자들이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 “개인의 시간과 가치를 중요시하는 시대에 맞춰 소비자들이 원하는 감성과 가치를 충분히 갖춘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시대는 달라졌어도, 여전히 모두가 공감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가 ‘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대입구·대학로·강남으로 확산 중

만화카페는 서울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고 중요한 창업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우선 젊음의 상징 홍대입구역 근처에는 만화카페가 28곳 들어섰다. 대학로를 포함한 성신여대 근처에는 13곳,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 근처에는 10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만화카페 시장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만화카페 창업브랜드도 생겨났다. ㈜놀숲이 운영하는 ‘놀숲’과 ㈜아이센스에프앤비의 ‘벌툰’, ㈜훌륭의 ‘콩툰’, ㈜함백아이엔씨 ‘통툰’ 등이 그 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공하는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2016년 ‘놀숲’의 신규 개점한 가맹점은 95개로 급성장했고, 지난해 43개가 추가됐다. 현재 전국에 있는 놀숲매장은 155개로 프랜차이즈업체 중 가장 많다. 서울 36개, 경기도 38개, 부산 10개 등 전국에 있다.

벌툰의 가맹점 수는 47개, 콩툰은 38개, 통툰 7개로 창업 열풍을 실감할 수 있다.

㈜놀숲의 지난해 매출은 86억957만2000원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3036만3000만원 적자를 냈다. 만화카페 붐으로 형성된 레드오션 효과인지, 내부 사정에 따른 결과인지는 창업자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롯데몰 은평점에 위치한 만화카페 '놀멘서가'

투자비가 많이 든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벌툰 가맹사업자의 경우 총 부담금은 2억2473만원, 놀숲은 2억1620만원이다. 인테리어 비용도 1억여원이 든다. 그럼에도 워라밸(Work and Life)을 중시하는 소비문화, 가심비 등 개인의 시간과 가치를 중시하는 시대 조류 덕분에 만화카페 시장은 더욱 커지고 카페 수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