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의 디커플링이 해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한국 증시도 부진을 딛고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국내 주식의 장기 부진은 한국 경제의 역동성 상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강세장은 반도체 특수에 기댄 예외적인 경험이라는 평가다. 한국 증시의 상승을 기대하기보다 선별적 투자, 해외 투자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야 하는 시기다.

▲ 미국 무역 적자와 특징 [출처:NH투자증권]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는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 경제성장률이 신흥국 대비 빠르게 개선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된 탓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도 신흥 경제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Fed는 올해 총 4회, 내년에도 점진적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통상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는 0.8 수준의 높은 상관계수를 보인다. 상관계수란 두 변수의 상관관계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1에 가까울수록 양(+)의 관계, –1에 가까울수록 음(-)의 관계, 0에 가까울수록 관계가 없다. 그만큼 선진·신흥 증시의 디커플링 발생은 드문 일이다.

과거 미국과 아시아 신흥국 증시의 디커플링이 발생한 대표적인 시기는 1995~1996년이다. 이 기간 동안 미국 증시는 61% 오른 반면, 아시아 신흥국 증시는 10% 상승에 그쳤다. 1995년 한 해만 보면 2%에 불과하다. 당시 네덜란드(54%), 스위스(48%) 등 유럽 제조업 강국 증시 상승률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시 디커플링이 발생한 것은 미국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가 축소되면서 다른 국가들의 수혜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1995년에는 미국의 소비재 수입 정체, 1996년에는 자본재 수입 정체가 무역적자 감소의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1995년의 선진·신흥 증시 디커플링과 현재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미국 무역적자가 축소되는 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았다. 미국의 석유 제외 무역적자는 1995~1996년, 2007~2008년에 감소했다. 이 기간 아시아 신흥국은 미국과 디커플링을 경험하거나 미국과 함께 경기가 위축됐다.

올해 상반기에 나타난 미국 무역적자 축소는 전기전자 제품의 수입 축소다. 지난해 11~12월 미국의 전기전자 제품(휴대전화, 가전제품, TV) 수입은 전년동기대비 19%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수요가 선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6월 들어 관련 제품 수입이 늘고 있다는 점은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 우려를 불식시킨다. 선진·신흥 증시 디커플링 해소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과 코스피 지수의 6개월 상관계수는 –0.7로 금융위기 이후 음의 상관관계가 가장 커졌다. 상관계수 평균이 0.6, 중간값이 0.7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코스피의 소외가 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S&P500과 코스피 상관계수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시기는 과거 세 차례가 있었다. 상관계수가 저점을 기록하고 회복할 때, 코스피도 반등했다. 상관계수가 마이너스를 유지한 기간은 평균 13주 내외였으며 마이너스 기간 중 절반인 6~7주 이후 저점을 확인하고 반등했다. 현재는 S&P500과 코스피 상관계수가 마이너스에 진입한 지 7주의 시간이 흘렀다.

코스피 장기부진, 경제 역동성 상실 반영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2300선을 돌파해 안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발 무역분쟁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8월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8.7% 증가한 512억달러(잠정)를 기록했다. 향후 코스피의 추가 상승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 증시를 주도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향후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각각 6.9배, 3.6배로 저평가 돼 있어 투자매력도 높아졌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저평가’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 포함 코스피 추이 [출처:신영증권]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는 2000포인트를 하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011년 5월에 기록했던 고점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는 2017년 코스피 강세장이 반도체 특수에 기댄 예외적인 주가 흐름이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전자제품 수요가 2017년 하반기에 집중됐고 올해 상반기에는 감소세를 보였다. 6월 들어 관련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코스피 시장의 훈풍으로 확대될 것이란 예상은 어렵다.

▲ 글로벌 지수 대비 한국 지수 성과 [출처:신영증권]

김학균 신영증권 수석연구원은 “선진국, 신흥국과 비교해도 한국 증시의 초과 수익 획득 확률은 낮아지고 있다”며 “2011년 6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장기 박스권 장세는 한국 경제의 역동성 상실이 반영된 결과일지 모른다”고 추정했다. 그는 “한국 경제 저성장의 원인은 중국 성장 둔화, 특히 투자 중심 성장 모델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2011년 이전 ‘중국 특수’로 대표되던 한국 경제가 이후에는 ‘차이나 리스크’로 대체됐다는 평이다. 최근 한국과 중국의 증시, 환율이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것도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국면에서는 성장성이 아주 높거나(바이오, IT 등), 이익 부침이 적은 방어업종(음식료, 통신 등)이 선전했다. 실제로 2011년 이후 이들 업종의 연평균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증시는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 증시와도 차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선진·신흥 증시의 디커플링 해소가 한국 증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