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8월 수출이 5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반도체 공이 크다. 내수가 침체를 보이는 가운데 수출이  급증하고 반도체가 이를 이끈 것 또한 다행이지만 반도체에 대한 지나친 수출의존, 외끌이 수출은 중국의 반도체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로는 걱정을 키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18년 8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8월 수출액(통관 기준)은 511억9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다.하루 평균 수출도 21억3000만달러로, 8월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수출은 5월 이후 4개월 연속, 올해만 총 다섯 번째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월 500억달러 이상 수출을 기록한 것은 2013년 1회, 2014년 2회였다가 2015~2016년에는 단 한 번도 없었고, 지난해 3번, 올해는 5번을 기록했다.

올들어 8월까지의 누적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3998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위는 2014년 3775억달러, 3위는 지난해 3750달러다. 1∼8월 일 평균 수출도 22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

수출, 6대 주력품목 견인했다

8월 수출은 물량과 단가 상승의 합작하고 주력 품목이 견인했다.  수출 단가는 무선통신기기와 선박 등이 떨어졌지만 석유제품과 철강, 반도체 등이 상승하면서 7.0% 상승했다. 수출 물량 역시 자동차·일반기계·석유제품 등에서 상승하며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 13개 품목별 수출실적.출처=산업자원부

품목별로는 13대 주력품목 중 반도체·석유화학·일반기계·석유제품·자동차·컴퓨터·철강 등 10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석유화학·일반기계·석유제품·컴퓨터 등 6개 품목의 수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다.

주력 수출품은 호조를 보이면서 8월 수출을 견인했다.일반기계는 16.3% 증가하며 최초로 6개월 연속 40억달러 이상 수출을 돌파했다. 석유화학은 17.0% 증가한 43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최초로 9개월 연속 40억달러를 초과했다.

석유제품은 10개월 연속 30달러 이상 수출을 기록하며 호조세를 지속했다. 컴퓨터는 기업용 수요 증가 및 개인용 컴퓨터의 부품교체 수요 확대 등으로 11.7% 증가하며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화장품, 의약품 등 유망 소비재 품목의 수출도 늘었다. 화장품은 중국과 아세안, 미국, 유럽연합(EU) 수출이 고르게 증가하며 25.7% 늘어났다. 의약품은 바이오 의약품을 중심으로 41.2% 증가했다. 패션의류는 중국의 소비재 관세 인하 등으로 인해 12.5% 증가했다.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 차세대 저장장치(SSD)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이 각각 52.5%, 2.1% 증가하는 가운데, 복합구조칩 집적회로(MCP)는 중국내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6.6%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 4개월 연속 100억달러 돌파했지만 의존도 지나쳐

들 품목의 수출은 반도체에 비하면 왜소하다.  반도체는 31.5% 증가한 115억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 기록이자 4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산업부는 "공급부족 완화로 메모리가격이 소폭 하향세이나, 신규 스마트폰 출시・메모리 탑재 용량 증가로 사상 최대 기록 경신하고 4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호평했다.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2.4%로 높아졌다.

그럼에도 산업부 지적처럼 단가 하락은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단가 하락은 물량 증가에 따른 수출 증가를 잠식할 요인이기 때문이다.

D램 현물가격(DDR4 4Gb(기가바이트)기준)은 4월 개당 4.45에서 8월 3.80달러까지 떨어졌다. NAND 현물가격(MLC 64Gb기준)도 4월 3.81달러에서 8월 3.20달러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중국은 장기 걱정거리다. 중국이 현물을 생산해 시장에 저가에 제품을 쏟아내는 것은 한국 반도체 업체가 생각하기 싫은 악몽이 될 수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율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자급률 확대는 곧 우리 수출의 감소를 뜻한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7일 회사채 3400억원어치를 발행하면서 제출한 투자설명서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을 얼마나 경계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경기둔화 ▲PC와 모바일 등 전방산업 수요변화 ▲반도체 수급상황 ▲경쟁심화 ▲기술적 한계 ▲원재료 및 환율 변동 ▲보호무역주의 등 7가지를 핵심사업위험으로 꼽았다. 이 가운데 경쟁심화와 보호무역주의 항목에서 중국의 위협을 다뤘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전면에는 중국 최대 반도체 회사인 칭화유니그룹이 나서고 있다. 칭화유니는 2015년 세계 3위의 D램 회사인 미국 마이크론을 230억달러(약 27조원)에 인수하려 했으나 마이크론 이사회의 제동으로 무산됐다. 같은 해 세계 3위 낸드플래시 회사인 샌디스크에 대한 우회 인수도 시도했으나 미국 정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칭화유니는 절망하지 않는다. 칭화유니는 반도체 후공정업체인 대만 파워텍의 지분 25%를 약 6억달러(6800억원)에 인수했고 2016년에는 애플 그래픽칩 설계사인 이미지네이션 테크놀로지스그룹의 지분 3%를 사들였다.

칭화유니는 자체 몸집 불리기에도 나서 현재 중국 우한에 산하기업인 창장 스토리지 테크놀로지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데 투자금액만 우려 27조원에 이른다.  칭화유니의 계열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애플과 아이폰에 탑재할 낸드플래시의 공급계약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이 자국산 반도체를 쓰기 시작한다는 것은 우리 반도체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한중 반도체 공정과 장비 기술격차는 불과 1.2년에 불과할 만큼 중국은 한국 추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체는 애가 끓는데 정부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강건너 불구경한다는 듯이 한다. 그것도 모자라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기업을 옥죄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자금집행 결정을 누가하는지는 안중에도 없다.

대책없이 모니터링만 하는 정부?

정부는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 제조업 경기 호조세가 지속되고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우리 주력 품목의 단가 상승 등이 하반기 우리 수출에 우호적 여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도 지난해 수출 추이보다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이런 전망도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 전망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신흥국 경기 취약성 등 하방요인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딸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하는 일이라곤 모니터링과 대체시장 발굴이 거의 전부다.주력 상품의 경쟁력 강화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해서는 민간 업체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속수무책이다.

정부는 수출의 하방요인에 총력대응하기 위해 실물경제 대응반을 통한 모니터링, 보호무역주의 배격을 위한 다자간 공조, 신남방·신북방 등 대체시장 수출마케팅 강화 등으로 대응키로 했다.

백 장관은 "수출 상승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이달 중 '수출 대책회의'를 개최, 하반기 수출 하방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배포한 수출관련 보도자료에서  "올해 하반기 수출 증가 추세가 평균 5% 내외로 유지될 전망이며, 이에 따라 올해 수출이 사상 최초 6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면서 "다만,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추세, 연준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시장 불안 등으로 수출 여건이 녹록치 않다"고 걱정만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