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ICT 기술의 핵심이 소프트웨어로 대표되는 온라인 인프라에 있다는 것은 일종의 상식이다. 구글과 애플로 대표되는 안드로이드와 iOS 생태계를 경험하며 이러한 관념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은 세계의 흐름이 되며 오프라인을 파괴하고 있다. 최근 언론을 장식하는 소매업의 종말도 큰 틀에서는 전자상거래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파워가 원인이다.

재미있는 대목은 온라인의 오프라인 파괴 선봉으로 여겨지는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그 어떤 영역보다 오프라인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실제 데이터가 발생되는 오프라인의 매력에 온라인 기술력이 덧대어지며 벌어지는 현상이다. 정확히 말하면 오프라인을 온라인 사용자 환경으로 채워 재해석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실제 수익이 벌어지며 데이터까지 확보할 수 있는 오프라인과 간단명료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온라인의 장점만 모으려는 시도다.

중국의 대표 ICT 기업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음식 배달부터 O2O 전반에 이르는 영역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알리바바의 전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오프라인 신선식품 매장인 허마센셩(盒馬鮮生)이 그 주인공이다.

▲ 허마센셩은 외관상 다른 마트와 다를 것이 없다. 출처=위키디피아

허마센셩은 엄연히 오프라인 매장이 존재하며, 실제 매장을 방문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 오프라인 매점과는 다르게 직원이 없고 매장을 누비는 카트도 없다. 고객들이 제품을 돌아본 후 포장지의 QR코드를 대면 바로 결제가 지원되는 구조다. 제품을 카트에 담아 계산대로 갈 필요가 없고, 그냥 포장지의 QR코드만 찍으면 연동한 은행계좌에서 금액이 인출되는 방식이다. 제품은 즉시 배송지로 옮겨진다. 알리바바는 연내 허마센셩 매장을 중국 전역에 20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허마센셩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신선식품 매장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전자상거래를 통해 많은 제품을 구입하지만, 온라인에서 선뜻 신선식품을 구매하기 꺼려한다. 배송 과정에서 변질의 가능성이 높고 실제 눈으로 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허마센셩은 온라인의 단점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극복했다. 고객이 직접 매장에 찾아와 신선식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알리바바는 고객의 구매 빅데이터도 차근차근 쌓아올릴 수 있다. 온라인 사용자 경험도 역할을 수행한다. QR코드로 마치 마우스를 활용해 제품을 가상 장바구니에 담는 온라인 사용자 경험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무인 매장 아마존고도 비슷한 맥락이다. 아마존고가 최근 2호점을 연 가운데 직원은 최소인원만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의 매력은 살리고, 온라인 사용자 경험은 그대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아마존의 신선식품 오프라인 매장인 홀푸드의 존재감이 작동하는 것도 허마센셩의 가치를 그대로 재연한다.

▲ 아마존고는 최근 매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출처=디지에코

온라인 매체 쿼츠는 28일(현지시각) 구글과 아마존, 알리바바가 배후에 있는 인도 전자상거래 기업 페이티엠이 현지 유통업체 퓨처리테일 지분 인수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기회의 땅' 인도를 공략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만 가지려는 의도가 보이는 가운데, ICT 기업의 오프라인 진출로 확보할 수 있는 또 다른 매력도 눈길을 끈다.

인도 정부는 외국 기업이 자국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애플도 이 문제 때문에 한동안 골치를 썪었다. 그러나 외국 ICT 기업들이 페이텀을 내세우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가진 퓨처리테일을 인수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오프라인은 경제의 핵심이며, 이를 활용하면 각 국의 규제도 비껴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신세계와 롯데, 현대 등 다양한 유통 사업자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만남을 꾀하고 있다. 재미있는 대목은 새로운 가능성을 일구려는 주체의 성격이다. 신세계와 롯데, 현대는 전통의 오프라인 강자기 때문에 오프라인을 거점으로 두고 온라인의 장점을 확보하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의 알리바바, 미국의 아마존은 온라인의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오프라인을 바꾸고 있다. 주체의 성격이 180도 다른 셈이다.

예단할 수 없지만, 오프라인의 강점을 활용하면서 온라인의 사용자 경험을 강하게 풀어가는 전략이 다소 우위에 설 전망이다. 단순히 오프라인을 살리려고 온라인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면 명확한 한계가 생긴다.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신유통을 내세우며 종합 IT 기업으로 성장하는 판국에, 평범한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 시작부터 온라인에 무게를 두고 오프라인을 새로운 사용자 환경으로 구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여기에 일본의 츠타야 서점처럼, 명확한 철학을 전달하는 오프라인 사용자 경험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