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다음달부터 출시하는 디젤 차량에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추가로 장착해야 한다.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추가 장착하면 디젤 차량 가격은 100만~300만원 가량 오를 수 있다. 자동차 업계는 배기가스 측정 방식이 변화하면서 완성차 업체가 대대적인 떨이 판매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9월부터 ‘국제표준배출가스 시험방식(WLTP)’이 중·소형 디젤차에 확대 적용된다. WLTP는 유엔(UN)의 자동차 규제 국제표준화 포럼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주행패턴을 반영해 2014년 3월 국제기술규정으로 발표한 시험방법이다.

WLTP은 유럽연합이 도입한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 최상위 단계인 ‘유로6’보다도 가이드라인이 높은 배기가스 검출 방식이다. 국내 기준으로는 지난해 9월부터 도입한 유럽연비측정방식(NEDC)으로 인증 받아 생산 중인 모델에 규제 조건이 추가된다.

조건은 시험주행 시간과 거리, 평균속도가 늘어나고 더 자주 감속과 가속 상황을 추가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하에 시험차량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기존과 같은 기준인 ‘0.08g/㎞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자동차 업체들은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IHS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사들이 WLTP를 충족하지 못할 시 2021년 무렵에는 140억유로(약 18조1600억원)의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 완성차 업체 대응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새 규제를 적극 대응하고 있다. 배기가스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는 신차 제조 시 디젤 엔진에 질소산화물을 저감장치인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와 디젤미립자필터(DPF) 외에 희박질소촉매장치(LNT, Lean NOx Traps)나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 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등을 추가로 장착해야 한다.

한국GM은 이쿼녹스에 SCR을 달아 출시했다. 최근 연식을 변경한 트랙스도 SCR을 추가했다. 올해 연말 출시 예정인 말리부 부분변경 모델도 SCR을 장착한 디젤 모델이 출시될 전망이다. 디젤차가 주력인 쌍용차도 최근 출시한 ‘2019 G4 렉스턴’에 SCR을 적용했다.

현대차는 최근 출시한 투싼 부분변경 디젤 모델과 올해 초 출시한 싼타페 디젤 모델에 SCR을 달았다. 판매량이 저조한 그랜저와 쏘나타, i30, 맥스크루즈 등 4개 차종의 디젤 모델은 단종을 선택했다. 기아차 역시 쏘렌토와 스포티지, 모하비 등에 SCR을 장착해 판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와 같이 K시리즈 등 디젤 세단은 단종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가 채택한 SCR 방식은 주로 대형차와 화물차에 적용하는 배기가스 저감 장치다. 이는 요소수(Urea, 암모니아)를 이용해 배기가스를 줄인다. 배기 중 질소산화물 90% 즉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CR은 가격이 비싸고 크기가 커 공간을 많이 차지하며 소비자가 직접 요소수를 교체해야 하는 등 유지비가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요소수는 20ℓ 기준 주행거리가 약 2만km 정도다. 가격은 리터당 1200여원으로 1년 2만km 주행 기준 2만4000원의 요소수 충전 비용이 소모된다. 반면 EGR로 보내야 하는 배기의 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연비가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 배기가스저감장치 SCR과 LNT 적용·작동 방식. 자료=르노삼성자동차

현대차와 기아차는 LNT를 추가 장착하는 대응도 하고 있다. LNT는 상당량의 배기가스를 흡기로 내보내는 데다, 배기가스 환원을 위한 연료를 내보내면서도 연비를 크게 떨어뜨리지 않는 특징이 있다. 다만 LNT는 배기가스 온도가 올라갈수록 효율이 떨어지는 등 SCR보다 성능이 좋지 못하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2.0, 2.2 리터 직렬 4기통 디젤엔진 ‘R’에 LNT가 장착돼 있다. 그랜저, 맥스크루즈, 카니발, K7, 제네시스 등의 디젤 모델이 R엔진을 장착한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LNT를 이용한다. 주력 모델인 SM3와 SM6, QM3와 QM6, 클리오 등에 LNT를 적용했다. 수입차 업체도 SCR과 LNT를 장착해 판매하고 있다. BMW는 LNT을 주로 쓴다. 디젤 분야 리딩브랜드인 푸조-시트로엥과 메르세데스-벤츠, 재규어, 볼보는 SCR을 장착해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저감장치 추가, 가격 상승 우려될까?

자동차 제조사들이 디젤 차량에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장착하면 100만~300만원 가량 차 가격이 오른다. 대형 트럭은 1000만원 이상 상승할 수 있다. 쌍용차 G4 렉스턴 2019년형 헤리티지 모델은 4605만원이다. 지난해 출시한 2018년 모델(4510만원)과 비교해 약 100만원 가량 올랐다. 게다가 소비자 관점에서 SCR을 장착한 차는 요소수를 보충해야 하는 추가비용이 발생해 디젤차 매력이 반감될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연식이 바뀐 차량은 SCR 장착과 비롯해 상품선 개선이 주된 가격상승 요인이다”면서 “이미 배기가스 규제에 상응하는 엔진을 출시하고 있고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개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올가을에 디젤차 대대적인 할인 판매가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올해 8월 31일까지 제조된 차나, 통관을 마친 차는 새로 인증을 받지 않아도 오는 11월 30일까지 판매할 수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수입차를 중심으로 이 기간에 재고를 소진할 가능성이 크다. 

같은 관계자는 “지난 2015년 ‘유로6’ 도입 당시 수입차 업체들이 할인 경쟁을 펼쳤다”면서 “이는 수입차 업체 구조 때문이다. 수입차는 이미 들여온 차를 본사에 반품할 수 없기 때문에 재고 처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