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국제유가가 지난 24일 중요한 지점을 통과했다. 이날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유가, 1.3%,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1.5% 각각 올랐다. 배럴당 68.72달러와 75.82달러로 장을 한 주를 마쳤다.

주목할 것은 주간 기준 상승이다. WTI는 7주간 하락하다 처음으로 상승했다. 브렌트는 3주 연속 하락 후 반등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번 주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느냐로 모인다.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다. 일부는 장기간 영향을 주고 일부는 단기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물시장 헤지펀드들은 벌써 답을 내놓았다. 유가 상승 낙관론은 꽤 약하다고 할 수 있다. 

24일 국제유가가 오른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됐다. 미국의 이란 제재 본격화로 공급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 달러 약세 등이 거론됐다.

주요 6개국 통호와 견준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 인덱스는 이날 0.5% 떨어졌다. 달러 가치가 내려가면 달러로 표시되고 거래되는 상품 가격은 올라간다. 달러 가치가 내려갔으니 유가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누구가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달러 인덱스는 변덕이 심하다. 더욱이 미국이 기준금리를 다음달 올린다면 덩달아 올라 갈 수 있다.

둘째 오는 11월 미국의 이란 제재 본격 재개를 앞두고 수입국들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면서 이란의 수출은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이다. 8월 들어 16일 동안 7월에 비해 하루 60만배럴 정도 줄어든 168만배럴로 감소한 것으로 원유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원유시장 조사 전문 회사 S&P플랏츠에 따르면, 이란은 7월에 하루평균 232만배럴을 수출했다고 한다. 어느 나라 수출이 줄었는지는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원유 컨설팅업체들은 이란의 유럽과 남아시아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11월4일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완전 중단하라고 으름장을 내놨다. 앞으로 이란산 원유는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어질 날이 머지 않았다. 공급감소로 유가가 오를 가능성은 농후하다는 뜻이다.

셋째는 미국의 원유 증감여부다. 미국에서는 생산과 재고가 동시에 감소하면서 국제유가가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원유정보서비스업체인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미국의 이번주 가동중 인 원유채굴기수는 전주대비 9개 줄어든 860개로 원유생산량 감소를 예고했다. 원유채굴기 숫자는 원유생산 활동의 대리지표로 쓰인다. 전주보다 9개가 줄었으니 산유량이 줄었을 테니 수요 공급 원칙에 따라 가격이 올라간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재고 감소도 유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연방기관인 에너지정보청( EIA)은 17일로 끝난 주간에 원유재고가 580만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재고가 준 것은 수출증가와 원유를 휘발유 등으로 많이 정제했다는 뜻이 된다. 동시에 재고를 채우기 위한 수요가 늘 것이란 말도 된다. 수요가 늘테니 가격 역시 올라갈 수밖에 없다.

넷째 중국의 수요 지속 가능성이다. 미국과 중국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원유가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지목됐다. 중국은 미국 전체 원유 수출물량의 16%를 수입한다. 그런데 중국은 23일 미국산 석유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중국 최대 국영기업 Sinopec 의 자회사 Unipec은 미국산 석유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그런데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Unipec이 10월부터 원유수입을 재개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유가는 다시 살아났다. 에너지 다소비국인 중국이 미국산을 대체할 다른 '수'를 찾지 못한다면 미중 무역전쟁에도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보도는 앞으로도 국제유가엔 호재가 될 수 있다.

다섯째 북해 일부 석유 가스 채굴 플랫폼 근로자들의 파업 여부다. 북해 유전 3개 플랫폼 근로자들은 9월중 파업을 벌일 것이며 이 기간중 생산은 중단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들 유전 3곳은 북해산 브렌트유에 하루 4만5000배럴에서 5만배럴을 기여한다. 파업으로 공급이 준다면  다음달 브렌트유가 오를 것은 불문가지다. 혹시 경제가 고꾸라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유가 향배를 가장 잘 안다는 헤지펀드와 펀드매니저들을 보라. 그들은 "더 오르지 않는다"에 베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물투자에 관한한 귀재들인 이들의 행보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WTI의 순 롱 포지션은 지난주 4% 감소한 32만7742계약으로 2개월 사이에 최저를 기록했다. 또 ICE 데이터에 따르면 브렌트유에 대한 헤지펀드들의 순 롱 포지션도 지난주 32만4431계약으로 한 주에 1만1985계약 줄었다. 올해 고점인 4월 10일 주간의 63만2454계약에 비해서는 49% 감소했다. 순 롱포지션은 가격 상승 베팅과 하락 베팅간 격차를 가리킨다. 또 21일 기준 브렌트유 롱포지션은 2년여 최저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는 가격상승 베팅도 하지만 하락베팅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이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동안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긴 했지만 이들은 미중간 무역전쟁, 터키 금융시장 불안과 신흥국 전염 가능성 등에서 유가 하락의 냄새를 먼저 맡은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