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니스 호르몬(Happiness Hormone)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세로토닌이 우울증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뇌의 시상하부 중추에 있는 신경전달물질로 기능하는 화학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은 주로 행복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분자로 알려졌다. 인체에서 전체 세로토닌의 약 80%는 소화관 내의 장크롬세포에 있다. 이는 기분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식욕, 수면, 근수축과 관련한 많은 기능에 관여한다. 호르몬이 아님에도 해피니스 호르몬(Happiness Hormone)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세로토닌이 우울증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세로토닌과 우울증의 연관관계…최근 견해는 무엇?

우울증은 사람의 성격이나 주변 환경만이 유발하는 질환이 아니라 생물학 요인도 영향을 주는 병은 맞지만, 세로토닌 결핍 한 가지나 몇몇 소수의 원인으로 나타나는 병은 아니다. 명우재 분당서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은 아주 많은 생물학 인자들이 조금씩 다양하게 기여해서 만들어지는 병이다”면서 “비교하자만 혈우병과 같은 희귀 난치성 유전 질환들은 몇 개의 유전 요인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지만, 2형 당뇨병과 같은 질환은 많은 생물학 인자와 환경 요인이 결합해서 만들어지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우울증에서 세로토닌이 주목받은 것은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라는 약물이 우울증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약물의 작용이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것만 나타난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명우재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면역 염증 반응과 뇌세포의 생장 등과 같은 다른 요인들이 우울증과 관련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점차 밝혀지고 있다.

명우재 교수는 “실제로 전장유전체연관연구(GWAS)의 최근 결과에서도 후보 유전자 중에 세로토닌과 관련한 것은 없었다”면서 “세로토닌만으로 우울증을 설명하려고 하는 접근 자체가 최근 신경과학의 발전에서 동떨어진 오래된 내용이다”고 설명했다.

GWAS는 유전역학에서 유전자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 특정한 종의 다른 개체들의 ‘모든’ 혹은 ‘거의 모든’ 유전자를 연구하는 것이다. 이는 대개 질병을 지니고 있는 그룹과 질병을 가지고 있지 않은 대조군의 DNA를 비교한다. GWAS 기술은 노년기 황반변성, 당뇨가 원인으로 알려진 눈 질병과 같은 질병이 특정한 유전자와 연관되어 있다는 발견을 이끌었다.

세로토닌이 사람의 정서를 안정시켜준다는 것도 경우에 따라 다르다. 명 교수에 따르면, 오히려 젊은 우울증 환자에게 SSRI가 자살 위험을 늘린다는 위험이 있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를 경고하고 있다. 명 교수는 “임상에서도 조증으로 이어지거나 충동적으로 만드는 사례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명우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운동과 밝은 햇빛을 쬐는 것은 우울증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시민이 개와 함께 달리기를 하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음식과 세로토닌, 우울증의 관계는?

세로토닌 증가가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이들은 대개 필수 비타민, 미네랄 등이 부족하거나 카페인, 알코올, 조미료 과다섭취 등으로 세로토닌이 감소해 좋지 않으니 기름기가 풍부한 생선, 고기, 유제품, 콩 등을 먹어 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음식 등으로 세로토닌 수치가 증가하고 감소한다는 사실은 단순하게 말하기 어렵다. 세로토닌은 혈액에서도 검출되지만, 우울증과 연관해서 말할 때에는 뇌에서 검출되는 수치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명우재 교수는 “뇌와 혈액은 뇌혈관장벽으로 막혀 있어 서로 다른 조성을 보인다”면서 “혈액에서 간접적으로 수치가 늘어났다고, 뇌에서도 증가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뇌에서 세로토닌 수치가 늘었다고 해서 세로토닌 회로가 활성화됐다고 말할 수도 어렵다”면서 “언급한 식품들을 먹는다고 세로토닌이 증가하거나 감소해서 우울증이 나아지거나 악화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세로토닌의 전구체(어떤 물질대사나 반응에서 특정 물질이 되기 전 단계의 물질)인 트립토판을 섭취하는 것은 뇌 안의 세로토닌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세로토닌을 많이 함유한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이것이 다 뇌로 전달되긴 어려워 트립토판과 같은 세로토닌을 증가시킬 수 있는 음식으로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다.

명 교수는  “노인우울증에 관해 말하자면, 뇌혈관 건강에 좋은 음식이 우울증에도 좋은 음식이다”면서 “견과류, 생선, 단백질을 많이 포함한 고기는 좋지만, 단 음식과 같은 것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40대 등 비교적 나이가 젊은 사람들은 폭식이나 거식, 체중에 대한 지나친 집착, 건강하지 못한 다이어트 등이 정신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 먹고 자는 것을 규칙에 따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우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치료나 관리를 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질환이고, 한번 이를 앓았을 때 끝까지 치료를 마치는 등 꼭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우울증? 치료 등 건강, 정신건강 관리하면 삶의 질 나아질 수 있어

우울증과 관련한 치료 등은 진료비가 비싸다거나 기록이 남아 취업을 못한다는 등 정신건강의학에 잘못된 편견이 여전히 남아 있어 치료나 관리를 하지 않고 앓는 사람이 많다. 명교수는 “제가 진료하는 사람들은 다른 질환에 비해 그리 많은 비용을 내지도 않는다”면서 “증상이 좋아진 뒤 다시 자기 생활로 돌아가 일을 하면서 즐겁게 지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명 교수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들은 치료가 끝나고 몇 달이 지나, 스스로 약 복용을 그만두는 일이 많다. 그러나 우울증은 재발이 많은 병으로 ‘유지치료’를 끝까지 마치지 않으면 다시 재발하게 되고, 이는 더 오래 유지치료를 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생긴다. 그는 우울증 치료 약물이 중독, 치매 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기 때문에 자꾸 재발하면서 만성화되고, 점점 잘 낫지 않고, 오래 약을 먹게 되고, 치매 위험이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명 교수는 “우울증은 기분만의 병이 아니라 생각이 부정적이고, 의욕이 낮아져 병원에 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치료나 관리를 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질환이고, 한번 이를 앓았을 때 끝까지 치료를 마치는 등 꼭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