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중국에서 치사율 100%에 가까운 돼지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확산 중에 있다.

▲ 2018년 8월 23일 자정 현재 중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현황 지도. 출처=농식품부

이달 초 중국서 ASF 발병 이후 3주간 2만마리 폐사
농림축산식품부가 중국 농업농촌부 발표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23일 자정 현재 중국 중동부 지역의 절강성 낙청시 소재 세 개의 농장에서 기르는 돼지 430마리 중 340마리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감염돼 폐사처리 됐다. 이는 지난 3일 북부 요녕성 선양시에서 첫 확진 이후 2차 16일 중부 하남성 정주시, 3차 19일 동부 강소성 연운항시에 이어 4번째 ASF 발병이다. 폐사축 규모만 3주 사이에 2만 마리에 이른다.

중국 매체인 인민망은 23일 현지 방역 전문가의 말을 빌려 “교통 중심지인 절강성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지면서, 중국 전역으로의 확산을 차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돼지 발병 바이러스...ASF 확산범위 커지면 중국 돼지고기 수급 차질 우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돼지에게만 발병하는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돼지 일령에 관계없이 치사율이 10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구제역 백신처럼 상용화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나 생산물의 이동, 오염된 남은 음식물의 급여 등을 통해 전파되며, 바이러스 종류·노출경로에 따라 잠복기는 최소 나흘에서 3주 정도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돼지고기 생산국(약 4억 마리 규모)이면서 소비도 가장 많다. 생산량 대비 소비가 많아 수입 의존도가 큰 편이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연간 14만t(2017년 기준)의 돈육을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미국산 돈육에 70%에 관세를 부과해 돼지고기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ASF 발병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여 향후 중국 내 돼지고기 공급량 부족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올 8월까지 ASF 발병지역은 45개국이다. 아프리카가 29개국으로 가장 많고, 유럽은 15개국(이탈리아·러시아 등), 아시아 1개국(중국)인 것으로 조사되면서, 아메리카 대륙과 호주·뉴질랜드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위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양돈수의사 83% "3년내 국내에 ASF 전파 위험성 높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2007년 조지아에서 발병한 이후 동유럽과 러시아에서도 발생했고, 지난해 러시아와 몽골 국경지역까지 확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전역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확산 위험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에 전파될 위험성도 상당히 높아졌다.

어느 양돈 전문매체가 국내 양돈수의사 66명을 대상으로 긴급히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83%가 3년 안에 국내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대한한돈협회(회장 하태식)는 최근 성명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높은 바이러스 증식성으로 확산속도가 빠르고, 독성이 강하지만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일선 농장에서 조기 발견과 신고가 어렵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 유입될 경우 300만 두 이상의 돼지를 살처분한 2010~2011년의 구제역 대란 이상의 한돈산업 붕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한돈협회는 “중국 ASF 발병을 계기로 정부와 생산자단체, 수의사회, 산업관계자 등이 협력해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방지와 방역체계 확립을 위한 국가 차원의 종합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부,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 비상행동수칙 발령
현재 우리 정부는 중국산 돼지와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ASF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23일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 비상행동수칙’을 발령했다. 비상 행동수칙의 주 내용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국내유입 방지를 위해 양돈농가와 양돈산업 관계자 등이 준수해야 할 차단방역 활동, 발생지역 여행금지, 외국인근로자의 축산물 반입금지 등이다.

양돈농가는 축사내외 소독과 함께 농장 출입차량·출입자 통제, 야생멧돼지 접촉금지 등 차단방역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또한 양돈농가는 남은 음식물을 사료로 급여할 때, 바이러스 사전 예방을 위해 열처리(80℃·30분) 후에 급여해야 한다.

양돈농가와 관련 산업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한 ASF 발생국 여행을 가급적 자제해야 하며, 부득이하게 방문할 시 현지의 축산농가와 ASF 발병지역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국내 양돈농가나 양돈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근로자도 자국의 축산물을 우편 등으로의 반입을 금해야 한다. 사전 예방차원에서 양돈농가는 매일 임상관찰해야 하며, ASF 의심축을 발견했을 경우에 즉시 관할 방역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중국 방문 여행객의 수하물을 통해 엑스레이(X-ray) 검색활동을 하고 있으며, 중국발 항공편 노선에 검역탐지견을 우선 투입해 검역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또 ASF 예방 비상행동수칙을 홍보물로 제작해 관계기관과 생산자단체 등을 통해 국내 양돈농가와 양돈산업 관계자에게 배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