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들은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외부 개발자의 아이디어에 따르지 않고, 자체 소프트웨어와 자체 하드웨어를 구축해 자신만의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완성시킨다.   출처= RIKI BLANCO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어느 업종에서나 가장 큰 회사가 매출 성장률, 이익률 개선, 생산성 향상 등에서 다른 회사들보다 앞서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가?

경제학자들은 이들 회사가 모든 면에서 앞서가는 이유로 일류급 관리자들이 이 회사들에  몰려들고, 공장 자동화 가속으로 이들 회사의 생산성은 다른 회사를 압도하고, 인수 합병을 통해 단기간에 매출 성장률이 커지고, 크다는 이유로 반독점에 걸려 들 것 같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 회사들을 성장시킨 이유가 경제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이런 이유 밖에 없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질문에 대해 유통업계의 오프라인 강자인 월마트, CVS, 택배회사인 UPS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같은 ICT회사들도 그들의 눈부신 성공 뒤에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독자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IT부분에 대한 투자는 시대를 달리해서 변화 발전해왔다. 기업들 대부분은  PC혁명의 처음 몇 십 년 동안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규격품을 구입했다. 이후 클라우드가 등장하면서 기업들의 IT투자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채용하고 사용하는 것으로 전환됐다. 이같은 기업들의 IT투자는 맞춤형 양복과 개인 주문형 양복과의 차이처럼 맞춤형이긴 하지만 개인 주문형은 아니다. 쉽게 말해 누구나 돈만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결국 기업들이 개발자를 고용하고 회사가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IT 지출이 그 기업의 진정한 핵심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소프트웨어는 해당 회사에서만 단독으로 사용되게되고, 누가나 사용하는 범용적인 제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R&D에 대한 독자성 측면에서 그 동안의 일반적 이해를 깨트리고 있다.

현재의 섹터별로 가장 잘 나가고 있는 대기업들, 즉 빅 위너들은 모두 이런 부류의 회사들이라고 보스턴 로스쿨(Boston University School of Law)의 제임스 베센 교수는 지적한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같은 기술 회사는 물론, 자동차 업계의 제너럴 모터스와 닛산, 제약 회사 화이자(Pfizer)와 로슈(Roche) 같은 대기업들은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외부 개발자의 아이디어에 따르지 않고, 자체 소프트웨어와 자체 하드웨어를 구축해 자신만의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완성시켜 성공하게 됐다.

베센교수는 이런 기업간의 독자 기술 차이가 개인과의 소득 불평등과 같이 기업간의 소득 불평등을 가져왔다고 설명하고, 기술력 우위의 소수 기업들의 이익 독점이 많은 기업들을 더 뒤쳐지게 하고 결국은 가장 큰 회사가 시장 대부분을 지배하는 결과를  낳게됐다고 지적했다. 

IT기술 투자에 기업들이 집중하는(IT집중도, IT intensity) 이같은 현상은 미국 뿐만 아니라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25개국 기업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OECD 경제학자 사라 캘리가리스 박사는 지적한다.

베센 교수는 기업들의 생산성 격차는 독점적인 IT 기술에 대한 지출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1985년 미국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의 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의 순투자(net investment; 소프트웨어, 신축건물, R&D 등을 포함하는 투자) 중 자체의 독점적 IT에 대한 투자의 비율은 평균 7% 수준이었다. 2016년 미국 기업의 순투자 중 독점적 IT에 대한 투자 비율은 24%까지 늘어났다. 이는 년간 2500억 달러(280조원) 수준으로, R&D나 자본 지출과 거의 맞먹는다.

이것은 임금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국가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에 따르면, 1978년 이후 대기업과 기타 기업과의 임금 격차의 증가는 생산성이 낮은 기업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변화가 없었던 데 반해, 생산성이 높은 기업의 임금이 계속 증가한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현대 경제의 문제는 기업간의 소득 불평등이 개인 간의 소득 불평등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출처= cso.com.au

과거에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생산성이 전체 산업에 걸쳐 향상될 만큼 기술이 빠른 속도로 다른 회사로 확산되었다.

‘미국 산업 혁명의 아버지’인 사무엘 슬레이터는 스스로 영국 방직공의 견습공이 되어 직조기와 공장의 설계를 암기함으로써 영국의 선구적인 동력 직조 기술을 혼자서 미국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20년 전만 해도 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나 어도비(Adobe)의 데스크톱 출판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채택해 이런 신기술을 채택하는 데 더딘 대기업들을 즉시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동력 직조기 대신, 누군가가 구글의 클라우드 인프라 자체를 복제하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엑셀이 소비자용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rnst & Young)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는 내부 인프라였다면 쉽게 복제가 가능했을까. 이 두가지 측면에서 보면 최근 기업들이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는 독자적인 자체개발 기술을 쉽게 복제시켜 주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쉽게 접근할 수도 없다. 

OECD의 캘리가리스 박사는 "이같은 현상을 두고 ‘확산 시스템’의 둔화를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현상이 생기게 된 배경 설명으로 “경제 상황이 너무 복잡해졌다는 것”을 들었다.

베센 교수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 그는 우리가 현재 의존하고 있는 기술은 단순한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 주변에 수 많은 엔지니어, 근로자, 시스템, 비즈니스 모델들이 광범위하고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과거에는 타인의 기술의 사용 인가를 받거나, 도용하거나 복사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오늘날의 기술은 그것이 속한 시스템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엔진을 예를 들면 쉽게 설명이 된다. 페이스북은 인공지능 엔진을 회사의 이름에 걸맞게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했지만, 그로 인해 인스타그램(Instagram)을 비교적 쉽게 인수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이 자체적으로 그와 동등한 것을 개발할 수 있었다면 가능했을까? 스냅(Snap)과 트위터도 페이스북의 인공지능을 따라 하려고 시도했지만, 실제로 엔진 뚜껑 조차도 제대로 열어볼 수 없었다.

글로벌 온라인 쇼핑 체인의 선두주자인 아마존은 어떤가. 물론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사용하고 아마존 사이트에 물건을 판매함으로써 아마존의 물류 플랫폼에 접근할 수는 있지만, 아마존이 아마존 웹 서비스와 자체 소매 시장을 구동시키기 위해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다른 회사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다.

월마트는 바코드 스캐너를 중심으로 가동되는 정교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소규모 소매 경쟁업체들을 물리쳤다. 월마트는 이 기술을 어떤 경쟁업체에게도 팔지 않았다.

그렇다고 IT기술에 돈을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경쟁업체들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베센 교수는 "소매업에서 지난 80년대에 IBM의 최대 고객이었던 시어스(Sears)의 IT투자가 좋은 예"라며 "시어스는 엄청난 IT투자를 했지만 월마트와 월마트의 시스템과 효과적으로 경쟁하지 못했다. 시어스는 외부 기술 회사를 많은 돈을 들여 고용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제일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월마트 처럼 직접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재능, 시스템, 산업 지식의 인프라를 스스로 구축하지 않았기 때문에 월마트를 이길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베센 교수는 대기업의 IT 집중도와 함께 독자기술의 경쟁력 우위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인수합병을 통해 독자기술을 더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들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난공불락의 경쟁우위가 이런 기술을 빨아들이는 인수합병의 동력으로도 작용한다는 의미다.

그는 유럽연합(EU) 등 구글 등 기술업체에 대한 독과점 벌금 부과가 이 기업들의 입지에 전혀 타격을 주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벌과금을 물린다고 해서 그들의 기술력이 약화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시장 경쟁력과 지배력은 그 어떤 규제라도  막지 못할 것이라며 결국 규제가 시장 상황을 바꿔놓지 못한다고 전망했다.  

업종 최강자가 후발 경쟁자들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기술 기업의 최강자 행진은 기존 자연의 법칙과는 많이 다르다. 수많은 경쟁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키워오는 것이 아니라 이들 기업들은 세상에 없는 독자적인 기술을 만들어내서 새로운 시장을 열고, 그 시장을 키워 결국 전체시장을 장악하기 때문에 자연의 법칙을 통한 시장 지배라고 설명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