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으로 돌아온 레빈은 로이은행에게 계좌에 있는 돈 1000만달러를 케이만 군도의 은행으로 이체해 줄 것을 요청했다. 레빈은 SEC의 조사가 코앞까지 온 상황에서 로이은행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날은 1986년 5월 8일 목요일이었다. 그다음 날이 피트가 SEC에게 레빈의 이름을 넘긴 날이었다. 로이은행은 레빈의 요구대로 1000만달러를 케이만 은행으로 이체할 수 없었다. 로이은행은 즉시 피트에게 연락했고, 피트는 SEC의 린치에게, 린치는 남부지검에 연락했다. 그들은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레빈이 그 돈을 케이만으로 빼돌린다면 영원히 그 돈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몰랐다.

5월 12일 월요일, 뉴욕 남부지검은 법원에 급히 레빈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하면서 로이은행에 있는 레빈 계좌의 압류를 신청했다. 그것으로 레빈의 돈은 동결됐다. 신속한 조치였다.

5월 12일 저녁, 레빈은 맨해튼에 있는 연방 검찰로부터 소환장을 받았고 바로 그날 내부자거래 혐의로 체포됐다. 동시에 드렉셀에서 해고됐다. 레빈은 SEC와 싸울 것인지 고민했다. SEC가 로이은행을 압박해서 계좌 정보를 빼내간 것 등 나름 다투어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변호사인 아서 리먼(Arthur Liman)은 정부와 화해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리먼의 판단은 옳았다. 레빈이 재판에서 이기기는 어려웠다. 만약 재판에 가서 진다면 레빈은 완전히 초토화될 것이다. 그는 정부와 화해하고 정부의 수사를 돕는 것이 차선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6월 5일, 레빈은 그의 변호사인 리먼과 함께 4가지 범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고 연방 검찰과 SEC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그에 대한 판결은 11월까지 연기됐다. 레빈에 대한 죄목은 4가지였는데 그것만으로도 징역 20년이 가능했다. 정부는 그가 유죄를 인정하고 정부에 협력하기로 한 대가로 상당한 감형을 해 주었다. 레빈은 로이은행의 계좌를 포함해 1150만달러의 자산을 포기했고, 드렉셀에 있는 그의 주식(약 26만달러의 가치), 페라리, 그의 연금까지 모두 포기했다. 그래도 레빈에게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그의 1983년형 BMW, 생명보험, IRA 자산, 베이사이드 집에 대한 그의 지분, 그리고 2개의 시티은행 계좌의 보유가 허용됐다. 이는 레빈의 변호사인 리먼의 뛰어난 협상력 덕분이었다.

1986년 6월 5일, 레빈에게 징역 2년형과 벌금 36만2000달러가 선고됐다. 벌금은 SEC와 합의한 불법 이익 반환과 민사제재금과는 별개로 납부해야 했다. 그러나 레빈에게 선고된 형사처벌은 그가 행한 범죄에 비하면 매우 가벼운 편이었다. 레빈은 내부자거래에 대한 정부의 수사에서 첫 번째 협력자였다. 그러한 협력 덕분에 레빈은 많은 형량을 감경 받을 수 있었다. 판사는 투자은행가가 정부에 협조해 더 많은 내부자거래 사건을 파헤치는 데 도움을 주는 레빈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정부로서도 정부에 협조하는 사람에 대해 관대한 조치를 해준다는 것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이것이 레빈에게 행운이었지만 정부 역시도 레빈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레빈은 자기에게 정보를 제공해 준 사람들, 그리고 자기가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을 불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자기와 정말 가까웠던 사람들이 FBI에 체포됐다. 회한이 밀려오는 일이었다. 그러나 많은 내부자거래 사건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감형을 위해 회한의 눈물을 흘리면서 정부에 협력했다. 그것만이 가족을 지키고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레빈의 변호사인 리먼은 연방 검찰과 협상하면서 4명의 공범자 명단을 주겠다고 했다. 특히 그중 하나는 월가의 거물이라고 말했다. 연방 검찰은 레빈을 감옥에 보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내부자거래를 떠나서 이미 탈세와 위증죄만으로도 레빈은 20년형을 받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레빈의 변호사인 리먼은 큰 패를 들고 연방 검사들을 흔들었다. 정말 큰 거물의 이름을 넘겨주겠다고 유혹한 것이다. 담당 검사인 카버리는 당시 뉴욕 남부지검의 검사장인 줄리아니에게 갔다. 협상 조건에 대한 승인이 필요했다. 줄리아니는 흔쾌히 승낙했다. 아직 리먼 자신도 월가의 거물이 누구인지 몰랐다. 이렇게 해서 리먼은 레빈을 위해 연방 검찰과의 딜을 성사시켰다.

먼저 레빈은 윌키스, 라이치 그리고 소콜로우의 이름을 불었다. 그가 친구들에게 정부와 싸울 것이라고 큰소리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연방 검사들은 너무도 솔직하게 공범자들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레빈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FBI는 즉시 윌키스, 라이치 그리고 소콜로우를 체포했다. 윌키스는 유죄를 인정했고, 징역 1년 1일과 벌금 330만달러를 선고받았다. 그는 징역형이 선고될 때 눈물을 흘렸다. 소콜로우 역시 유죄를 인정했고, 징역 1년 1일과 상당한 금전적 제재를 받았다(레빈은 소콜로우에게 정보 제공의 대가로 12만달러를 주었다고 말했다).

라이치는 와크텔 립톤의 M&A 파트의 변호사였다. 라이치는 자신의 이름으로 거래한 적이 없었다. 레빈이 그동안 정보 제공의 대가로 라이치의 계좌로 거래해 남긴 30만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을 때 그 돈도 거부했다. 그는 불법적인 정보 제공을 끝내고 이제 로펌의 변호사로 충실히 살겠다고 결심했다. 라이치는 레빈이 체포된 날 저녁에 골드만삭스에 있는 친구로부터 레빈의 체포 소식을 들었다. 그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불안과 긴장이 폭풍처럼 몰려왔다. 그는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며칠 후 고객과의 미팅을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다. 그는 차를 렌트했고, 로스앤젤레스 시내를 빙빙 돌다가 태평양을 바라보는 해안가 절벽 위로 차를 몰았다. 다가올 수치와 불명예를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냥 죽고 싶었다. 그는 절벽 끝을 향해 자동차의 엑셀을 밟았다. 순간 아내와 아이들이 생각났다. 가족을 두고 그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그는 달리는 차의 브레이크를 급히 밟았다.

그는 연방 검찰에 유죄를 인정했다. 로버트 스위트 판사는 라이치가 레빈으로부터 돈을 받은 일이 없지만 내부정보를 제공한 행동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 징역 1년 1일을 선고했다. 그는 SEC와 화해 조건으로 48만5000달러를 정부에 납부하고, 뉴욕 웨스트사이드에 있는 아파트, 올스모빌 자동차, 그리고 현금 1만달러만 남기는 것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들은 레빈에 비해 조연급에 불과했다. 연방 검찰은 레빈보다 더 큰 거물급이 필요했다. 리먼이 약속했던 월가의 거물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레빈의 입에서 정말 놀라운 이름이 흘러나왔다. 그는 이반 보스키였다. 그는 당시 월가에서 차익거래의 왕으로 불리는 사람이었다. 보스키의 이름을 들은 연방 검사들은 흥분했다. 보스키를 잡을 수만 있다면 연방 검찰로서는 그야말로 대박을 치게 될 것이었다.

게임의 판이 극적으로 커지고 있었다. 게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더 큰 전투를 향해 가고 있었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발사된 총알은 월스트리트의 황태자 Mr. 다이아몬드를 고통스럽게 쓰러뜨렸고, 그리곤 다시 1980년대 월가를 지배했던 ‘KING’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KING’의 심장을 뚫은 그 총알은 다시 그 시대의 ‘마지막 황제’의 심장을 관통하면서 한 시대를 마감하게 된다. 무서운 퍼펙트 스톰이 월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