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리더는 어떻게 변화를 이끄는가> 기무라 나오노리 지음, 이정환 옮김, 다산북스 펴냄.

이 책은 미래의 리더로 성장할 중간관리자들에게 필요한 두 가지 스킬, 즉 브라이트사이드 스킬과 다크사이드 스킬을 소개한다. 밖으로 환히 드러나는 브라이트사이드 스킬(Bright Side Skill)은 논리적 사고력, 재무나 회계, 영업이나 마케팅 기술 등 MBA 과정에서 가르치는 기초적 지식을 말한다. 다크사이드 스킬(Dark Side Skill)은 사람과 조직에 영향을 끼치는 능력, 분위기를 지배해 변화를 주도하는 능력, 사람을 올바르게 판단하고 냉정하게 결정내리는 능력을 뜻한다.

위기상황일 때의 리더십은 다크사이드 스킬을 필요로 한다. 저자가 말하는 ‘최고의 리더’란 기꺼이 악역을 맡아 난세를 평정하는 사람이다.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치열한 경영 환경에서도 기업을 성장시키는 리더다.

책의 핵심은 다크사이드 스킬이다. 쓰라린 고통이 따르는 개혁을 실행할 때,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바꾸려 할 때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반대의 움직임을 뛰어넘기 위한 싸움 기술이다. 세계적인 리더들의 리더십을 분석해 7가지 공통점을 뽑았다.

▲위기를 숨기지 마라=건강한 소통과 조직의 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기업 문화를 타개해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눈치 보지 않는 직원을 뽑아라=조직원들이 서로에게 익숙해져 생각마저도 익숙해져버리는 현상을 경계하기 위한 해결책이다. ▲언제든 손발이 되어줄 아군을 포섭하라=회사 내 리더의 인맥 신경회로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소개한다. ▲미움받을지언정 뜻을 굽히지 마라=조직을 도태시키는 관성을 이겨내기 위해, 때로는 리더에게 북풍의 한파 같은 냉철한 태도가 필요하다. ▲번뇌가 아닌 욕망에 빠져라=리더 스스로가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을 세우고, 이를 적극적으로 조직원들에게 공유해야 하나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시험대 위에서 도망치지 마라=자신의 가치관을 직원들에게 입증할 결정적 순간에 절대 도망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철저히 이용하고 기꺼이 이용당하라=변화의 창문이 열려오는 때를 대비해 언제든 리더가 무기로써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을 포섭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책에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조직에 과감히 칼을 휘두른 사례로 무인양품의 모기업 료힌케이카쿠의 대표였던 마쓰이 타다미쓰가 소개된다. 그가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료힌케이카쿠는 사상 최악의 빚더미에 올라 있었지만, 직원들은 지난날의 성공에 취해 변화를 거부하는 상태였다. 이에 마쓰이 대표는 나태해진 조직에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회사에 팔지 않고 남아 있던 수백억원어치 재고를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모두 불태웠다. 직원들에게 미움을 받더라도 강한 결단력을 보인 리더 덕분에 무인양품은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와 V자 회복을 이뤄낼 수 있었다.

언제든 손발이 되어줄 아군을 포섭한 사례로는 제록스의 전설적인 여성 CEO 앤 멀케이(재임 2001~2009년)가 등장한다. 그는 2000년 COO(최고운영책임자)로 파산 직전 제록스에 합류했다. 1년 전 65달러였던 주가는 취임 당시 10분의 1로 추락했다. 부채가 20조원에 달했다. 파산을 신청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멀케이는 MBA 출신이 아니었다. 인사 분야에서만 일해 경영에 정통하지 못했다. 그는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부터 확인해나갔다. “나는 잘 몰라요”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며 누구에게나 조언을 구했다. CEO가 자존심을 버리고 진심으로 경청하고 겸손하게 도움을 구하는 모습에 쓰러져가는 제록스에 다시금 천하의 인재가 몰렸다. 기적 같은 회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닛산자동차를 혁신시킨 카를로스 곤 사장이 회사 조직도와 별도로 ‘인맥신경회로’를 만든 사례도 흥미롭다. 곤 사장은 취임 후 갑자기 공장에 시찰을 나와 현장사원들과 함께 앉아 예정에 없던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그렇게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얻어낸 1차 정보를 모아 신경회로를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닛산자동차를 회생시키기 위한 원대한 청사진을 그려 나갔다. 당시 부서장들은 곤 사장이 현장이 출동할 때마다 조마조마했다. 자신도 모르는 정보를 경영자가 먼저 알게 될 것이 두려웠다. 점차 부서장들도 말단직원들과 적극 소통하면서 1차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고, 회사를 둘러싸고 있던 침체된 분위기는 빠르게 살아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