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경제 전문 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창작자 매출 순위 8위에 오른 이는 ‘라이언’이라는 이름의 7살 어린이였다. 유튜브 ‘라이언의 장난감 리뷰(Ryan's Toys Review)’는 7세 어린이 라이언이 장난감 포장을 뜯고 가지고 노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 채널로, 지난해 우리나라 돈으로 약 120억원에 이르는 수입을 올렸다. 이처럼 여러 형태의 온라인 채널을 근간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이들을 ‘인플루언서(Influencer)’라고 한다. 최근 이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와 영향력을 활용한 마케팅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하나의 인플루언서 커머스는 하나의 트렌드로 굳어지고 있다.

이베스트 투자증권 오린아 연구원은 <인플루언서 커머스가 온다>라는 제목의 리포트로 최근의 변화들을 분석했다. 

'스타일난다'부터 '감스트'까지 

SNS와 동영상 채널을 기반으로 송출되는 온라인 콘텐츠들의 파급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은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들에게 쏠린다. 그들은 가수나 배우 같은 ‘연예인’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유명세로 새로운 경제 순환구조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들이 바로 인플루언서다.

인플루언서의 파급력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는 뷰티·패션 브랜드 ‘스타일난다’다. 22세에 작은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난다를 창업한 김소희 대표는 인터넷 쇼핑의 성장과 SNS로 확산된 유명세에 힘입어 스타일난다는 매출 1000억원을 훌쩍 넘기는 업체로 성장시켰다. 이후 여성 패션과 뷰티를 아우르는 국내 대표 브랜드로 성장한 스타일난다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 그룹에 인수됐다.

▲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가 출연한 아모레퍼시픽 광고. 출처= 아모레퍼시픽, 이베스트 투자증권 오린아 연구원 리포트 <인플루언서 커머스가 온다>

스타일난다의 성공이 SNS의 성장에 따른 것이라면 최근에는 동영상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인플루언서들이 득세하고 있다. 이들은 유튜브, 아프리카TV 같은 라이브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은 BJ(Broadcasting Jockey), 유튜버(Youtuber)들이며 이제는 온라인과 공중파를 넘나드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유튜브에서 메이크업 비디오로 인기를 끌고 있는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 축구 해설 전문 BJ ‘감스트’가 있다.

전직 방송사의 특수 분장 담당 직원으로 일한 이사배는 유튜브에 뷰티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지 3년 만에 18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으며 인기 유튜버가 됐다. 이 영향력으로 그녀는 공중파 예능 방송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였고 뷰티업체 아모레퍼시픽은 그녀를 자사의 브랜드 ‘프리메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지난 6월 MBC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디지털 해설위원으로 동영상 사이트 아프리카의 축구 전문 BJ 감스트(본명: 김인직)를 임명했다. 그가 중계한 이번 러시아 월드컵 한국-멕시코 경기 방송은 동시 최고 시청자수 35만명을 기록해 아프리카TV 역대 최고 동시 시청자수를 기록했다. 

▲ 2018 러시아월드컵 디지털 중계 해설위원이 된 아프리카 BJ 감스트. 출처= MBC

인플루언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플랫폼

SNS 인스타그램과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유튜브는 최근의 인플루언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플랫폼에 업로드되는 인플루언서 콘텐츠의 마케팅 확장은 각 브랜드들의 가치를 올렸다.

2012년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인수했는데 최근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조사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의 2018년 현재 가치는 인수 당시 대비 100배 증가한 1000억달러(약 112조원)로 추정된다. 구글은 2006년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 유튜브를 인수했다. 그로부터 12년 후 월스트리트에서 추정한 유튜브의 가치는 1600억달러(약 179조원)로 약 100배 증가했다.

인플루언서 커머스   

미국의 글로벌 마케팅 업체 미디어킥스(Mediakix)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가 2015년 567억원을 기록했으며 2020년에는 1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루언서들은 많은 수의 팔로워 또는 팬들을 기반으로 수많은 유형의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커머스는 그중 하나다. 

▲ 출처= 이베스트 투자증권 오린아 연구원 리포트 <인플루언서 커머스가 온다>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광고나 마케팅은 창작자의 유명세가 있어 광고비가 적게 드는 편이며 그들이 확보하고 있는 수많은 팔로워는 최소 구매자 수가 일정 수준을 유지해 준다는 측면에서 매력이 있다. 인플루언서의 팔로워가 많을수록 더 많은 구매가 이뤄지고, 이 구매를 발판삼아 더 좋은 상품을 확보해 더 좋은 상품으로 더 많은 구매를 불러일으키는 선순환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 본인이 직접 쇼핑 플랫폼을 운영하는 경우도 효과는 마찬가지다. 일반 판매자가 온라인 오픈마켓에 입점하는 경우 고객들부터 충성도를 얻는 데에 많은 시간과 돈이 소모된다. 그러나 인플루언서들의 쇼핑 플랫폼은 인지도와 유명세가 탄탄하고, 인플루언서 자체가 아예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어 더 안정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대표적 성공사례는 제2의 스타일난다로 불리는 쇼핑몰 ‘임블리’다. 임블리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80만명을 지닌 인플루언서로, 2013년 같은 이름의 쇼핑몰을 열어 2016년 기준 약 700억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임블리는 사업 시작 후 오프라인 점포 확장, 화장품 브랜드 블리블리 론칭 등으로 사세를 점점 확장해 나가고 있다. 즉, 플랫폼 안에서 많은 이들을 모을 수 있는 콘텐츠만 만들어낼 수 있다면,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고 그 유명세를 이용해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 SNS 뷰티크리에이터 임블리 인스타그램(왼쪽)과 임블리의 뷰티 브랜드 블리블리. 출처= 임블리, 이베스트 투자증권 오린아 연구원 리포트 <인플루언서 커머스가 온다>

인플루언서 커머스, 직업군을 바꾸다 

인플루언서들의 인기에 힘입어 우리나라에는 새로운 직업군도 생겨났다. 2018년 1월 시행된 제7차 한국표준직업분류 개정안에는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새롭게 등재됐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정식 직업으로 받은 것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활동 중인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약 1만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약 100명은 연간 수입이 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일련의 변화들은 영상 콘텐츠의 경쟁력을 수익 관점으로 활용한 성공 사례들로 기록되면서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이베스트증권 오린아 연구원은 “향후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나갈 젊은 세대의 장래 희망으로 ‘유튜버’가 떠오르고 있으며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은 자기의 동영상 플랫폼과 콘텐츠로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트렌드는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어 특히 콘텐츠 지적 재산권(IP)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같은 측면에서 관련 산업에 대한 전망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