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준금리인상, 미중 무역분쟁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다. 이는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시장 변동성을 단순히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코노믹리뷰>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 여건은 여전히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수요는 매우 탄탄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중국에 대한 대규모 관세부과가 중국의 대미 수출물가 인상으로 이어지면 미국도 타격이 커 ‘끝없는 확전’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

돌이켜보면 글로벌 금융역사에 있어서 평온한 적은 없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몸살을 앓았다. 이외에도 2000년대 초반 IT버블, 금융위기 후 유럽재정위기도 경험했다.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위기도 큰 틀에서 보면 시장의 변동성은 늘 존재했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경제에서 ‘경기순환’은 피할 수 없다”면서 “은행 등 금융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더 나아가 시장경제에 대한 정책당국의 이해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결국 경기 변동이 불러오는 금융시장의 순환은 ‘숙명’”이라며 “특히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점에서 선진국 혹은 일부 신흥국에서 시작된 충격에 더 민감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변동성은 투자의 친구’라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투자자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것은 단연 ‘손실’이다. 그러나 불황과 호황 사이를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경기순환 속에서 100% 수익을 가져가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당연히 손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손실 가능성을 인정하되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자산배분전략은 수익률이 낮다?

자산배분전략은 말 그대로 다양한 자산에 자금을 분산해 시장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자산마다 변동성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해 전체 자산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연금은 국내투자 70%, 해외투자 30%의 자산배분을 통해 2008년 금융위기에도 손실을 최소화했고 2017년에는 7%가 넘는 고성과를 기록했다”며 “불황에는 손실을 줄이고 증시 호황국면에서는 ‘복리투자’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원금 1억원을 투자한 후 1년 동안 –50%, 다음 연도에 100% 수익을 올렸다면 연평균 수익률은 25%지만 자산규모는 여전히 1억원”이라면서 “반면 같은 돈을 투자하고 수익률이 매년 8%를 기록하면 2년 후 자산은 1억1664만원으로 불어난다”고 말했다.

자산관리에서 핵심은 손실을 보지 않으면서 운용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은 ‘언젠가 오른다’며 자기가 투자한 자산에 애착을 갖기 마련이다. 수익 회복이 묘연해도 ‘믿음’ 하나로 ‘버티기’에 돌입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산 리밸런싱이 필수다. 투자를 시작하기 전부터 리밸런싱을 목표에 둬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해외투자 중에서도 달러자산 투자를 하면 리밸런싱이 어렵지 않다”면서 “예를 들어 50대 50으로 자산을 나눠 한국 주식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와 미국 외화예금을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과 주가의 방향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2015년 말처럼 환율이 1250원까지 상승하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외화예금 비중이 60%까지 상승했을 것”이라면서 “이때 외화예금에서 일부 자금을 차익실현해 코스피 1800선에서 인덱스펀드를 가입하는 식으로 운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움직이는 자산을 정해 일정 비율을 각각 투자하고 두 자산의 규모가 처음 정해놓은 비율에서 벗어날 경우 다시 재조정하는 방식이다.

자산리밸런싱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리밸런싱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간 중심, 다른 하나는 비율 중심이다. 국민연금은 이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개인투자자들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면서 “개인적으로는 비율을 정해놓고 실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밸런싱 투자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도 신흥국 채권 등에 대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관투자자라면 모르지만 개인투자자가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특히 터키는 리라 환율이 지난 10년간 7배 상승(가치하락)해 사실상 환헷지가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환율 급등은 원화 환산 수익을 급격히 갉아먹는다는 분석이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자산배분의 핵심은 한국 자산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성 좋은 자산’에 분산하는 것”이라면서 “주된 포트폴리오는 한국 위험자산(주식·부동산)과 미국 안전자산(외화예금·미국채펀드)가 돼야 하며 이후 보조적으로 미국 정크본드나 신흥국 국채를 일부 편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리밸런싱 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장기간 우상향하는 자산에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가치투자와는 무엇이 다를까. 홍 이코노미스트는 “가치투자는 말 그대로 ‘가치판단’이 들어가는데 실제로 저평가가 아닌 때도 있다”면서 “대표적으로 ‘조선주’는 주당순자산비율(PBR)이 낮고 보유한 경쟁력도 높다고 봤지만 2014년부터 시작된 장기불황 속에서 가치 훼손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치판단이 명확한 사람이라면 가치투자가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주겠지만 일반투자자들에게는 쉽지 않다”면서 “경기순환에 상관없이 지속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자산배분과 리밸런싱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언제 불황이 올지, 불황의 강도는 어떨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해외분산투자와 적절한 리밸런싱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