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이용경제는 소비자에게는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기업에게는 안정적인 수익확보, 비용절감 등의 이점도 제공한다. 상품경제 시대에 깊이 뿌리를 내린 소유방식의 소비행태는 사라질 것일까? 답은 ‘아니다’로 기운다. 장정주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경험을 소비하는 이용경제의 시대가 왔으나 소유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용경제가 넘어야 할 과제

이용경제 모델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나 기업 모두 유료 이용 서비스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매달 지출하는 고정비용이라는 난관에 봉착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라고 판단하면 유료 이용 서비스를 해지할 게 분명하다. 특정 서비스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거나 고객들의 반감을 사면 대규모의 소비자 탈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기업은 각오해야 한다.

이용경제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넷플릭스는 최악의 이용자 집단 이탈을 경험한 회사다. 넷플릭스는 2011년 당시 성장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과거에 주력해온 DVD 배달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가격과 서비스 변화에 민감한 유료 이용자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하루아침에 결정을 발표했다. 그 바람에 이용자들의 분노를 사고 이용자 집단 탈퇴와 주가 폭락을 경험했다. 넷플릭스는 급히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공개사과를 해야 했다.

또한 과거 수익 모델에서 새로운 이용모델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이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는 음악을 듣기 위해 음반을 구매하거나 음악을 소유하기 위해 다운로드하는 일이 드물다. 통상 월정액을 지불하고 무제한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다. 이러한 음원 플랫폼은 창작자와 소비자 중심이 아닌 대형 기획사와 음원유통사 위주로 짜인 시스템으로 음악 산업이 발전하는 것을 저해한다.

장정주 서울대 교수는 “시장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업자가 이용경제 모델로 전환하면 보유한 고객의 이탈을 막아버려 새로운 사업자에게 도전의 기회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는 스타트업의 발생을 막아 업종 내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용경제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경험을 소비하는 이용경제의 시대가 왔으나 소유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출처= 이코노믹리뷰

 

이용경제,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그렇다면 유료 이용경제 모델을 어떻게 이전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을까. 첫째, 차별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에게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보여서는 유료 회원 비즈니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달러셰이브클럽처럼 면도날을 매번 구입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든, 미미박스처럼 개인 맞춤형 화장품을 보내줘 매번 새로운 신제품을 추천하든, 네이버 웹툰의 ‘미리보기’와 ‘완결보기’처럼 남들보다 먼저 누릴 수 있는 서비스 제공 등 확실한 차별점이 필요하다.

이용경제는 재화가 아닌 경험을 소비하는 것으로 명확한 차별화 포인트가 존재할 때 의미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적절한 수준의 요금이 책정돼야 한다. 정기 이용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누리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e-book 서비스는 월 9~10달러(1만~1만1000원)로 1년에 15권 이상의 도서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연평균 독서량은 8.3권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아마존의 서비스가 다소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

장 교수는 “해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월 9.99달러(약 1만원)이나 국내에서는 월 이용 요금이 8000원대로 책정된 것은 ‘인터넷 음악=무료’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면서 “소비자들이 지불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가격책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사업의 지속 확장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 미미박스가 급성장한 것은 시장상황에 빠르게 발맞췄기 때문이다. 미미박스는 초기 월 1만6500원에 소비자에게 맞는 화장품을 ‘뷰티박스’에 담아 보내주는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미미박스는 이후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였다. 고객의 욕구를 직접 파악했고, 제작과 판매에도 직접 참여해 불필요한 가격거품을 빼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미미박스는 최근 O2O(Online To Offline)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미박스는 구독과 온라인 플랫폼으로 고객을 모은 뒤 드럭스토어 ‘왓슨스’ 입점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팝업스토어, 롯데·신라 온라인 면세점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장 교수는 “미미박스는 성과를 내는 시점부터 다음 단계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했다”면서 “현재 운영하는 사업모델이 경쟁력을 상실하기 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경제가 나아갈 방향

이용모델 비즈니스의 요금 청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오라(Zuora)의 설립자이자, ‘이용경제’(Subscription Economy)라는 말을 만든 티엔 추오(Tien Tzuo)는 비즈니스를 이용모델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세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기업이 가지고 있는 모든 데이터를 유료 이용자(Subscriber)를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각 이용자는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얼마나 더 높은 가격의 제품을 구독할 의지가 있는지, 혹은 서비스를 이탈하기 전에 얼마나 가격을 낮춰서 방지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둘째, 이용경험(Subscription Experience)에 집중해야 한다. 제품과 달리 유료 이용은 한 번 팔고 끝나는 게 아니다. 판매가 아닌 관계에 초점을 두고 그들의 경험을 끊임없이 향상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셋째, 관계는 쌍방향이다. 넷플릭스가 2011년에 위반한 관계의 룰은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행히 넷플릭스는 그 사건으로 큰 교훈을 얻었고, 오늘날 유료 이용자 관리의 모범이 됐다.

상품경제 이후의 공유경제의 성장이 그렇듯 이용경제 성장 역시 어떤 방향으로든 현재 경제의 모습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시장 변화에서도 성공하는 기업은 이용 모델을 가장 잘 이해하는 기업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정인호 경영평론가(GGL리더십그룹 대표)는 “이용경제를 통해 사람들은 사치품 소유욕에 대해 켜고 끌 수 있는 스위치를 갖게 됐다”면서 “소비자에게 어떤 상품을 단 한 번 구입하는 게 아니라 지속 구입하게 만드는 것이 과제로, 구독형식의 소비가 활성화되더라도 경제 모습에 큰 변화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콘텐츠를, 재화를 구매하지 않고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 돼가고 있다”면서 “유료 이용경제의 시대가 와도 소유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교수는 “만족이란 매우 주관적인 감정으로 누군가는 소유에서, 다른 누군가는 이용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