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이용경제 모델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무제한 이용 모델’, ‘정기배송 모델’, ‘렌털 모델’ 등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특정 상품을 정기로 선별해 배송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 국내 이용자는 100만명, 업체 수는 100여개로 추정되고 있는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더 이상 소유하지 않아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에 ‘경험을 소비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이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이용의 종류도 월정액을 내는 모델이나 사용한 양만큼만 지불하는(Pay-As-You-Go) 모델이 있는가 하면, 기본 서비스는 무료지만 상위 모델로 올라가면 사용료를 내는 프리미엄(Free+Premium=Freemium) 모델 등으로 세분화됐다.

▲ 이용경제 모델은 크게 '무제한 이용 모델', '정기배송 모델', '렌털 모델' 등 크게 세개로 나뉜다. 출처= 이코노믹리뷰

 

월정액으로 무제한 콘텐츠 이용 ‘무제한 이용 모델’

월정액을 기반으로 하는 이용모델은 방송 등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 많다. 넷플릭스(Netflix)가 월정액 이용모델의 대표다. 넷플릭스는 초기 DVD 대여와 판매 위주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사업을 본격 확대했다. 넷플릭스의 맞춤형 추천 서비스 ‘큐레이션’은 이용자의 시청 습관을 분석해 만든 콘텐츠 추천 시스템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하는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추천의 정확도는 더 높아진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넷플릭스는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들의 활용성을 증대할 수 있다.

국내에는 SK텔레콤의 ‘옥수수(Oksusu)’, LG유플러스의 ‘U+ LTE비디오포털’, KT의 ‘올레 tv 모바일’ 등이 월정액 기반 이용모델이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은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서비스지만 오히려 그 출발은 아마존에서 구매한 상품을 무료 또는 낮은 가격으로 이른 시일 안에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서비스 이용료를 지불한 고객은 특정 제품을 원하는 시일에 자동 배송이 되게 하거나 대시(Dash) 등으로 간단하게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로 변경하고 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는 ‘YouTube Red’를 출시해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는 유료 이용형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용경제가 전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는 이유는 안정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 디지털, 음악, 뉴스, e-book 등의 디지털 콘텐츠는 그동안 광고 기반 비즈니스모델을 전개했다. 그러나 다양한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로 광고 기반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워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료 이용자는 무료 사용자보다 월등히 적음에도 2~10배 많은 수익을 내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월정액 기반 유료 구독 서비스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월정액 기반 이용모델은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국내 대표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는 월 2만9900원에 아메리카노 ‘무제한패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W’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한 잔당 1990원인 아메리카노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 월 5만9900원을 내면 모든 커피와 차를 이용할 수 있다. 첫 주문 뒤 재주문은 3시간마다 가능하다. 한 달에 16잔 이상을 마시면 돈을 버는 셈이다. 위메프 측은 이용자 수나 매출을 공개하지 않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메프 관계자는 “월정액 회원들로 고정매출을 확보할 수 있고 고객이 커피 외 음료나 간식거리를 구매하고 동반자들의 구매도 유도할 수 있어 ’과연 수익이 남을까‘라는 우려와 달리 수입이 괜찮다”고 말했다.

▲ 유통업계에 따르면, 특정 상품을 정기로 선별해 배송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 국내 이용자는 100만명, 업체 수는 100여개로 추정되고 있는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출처= 각 사

 

원하는 날에 원하는 상품 ‘정기배송 모델’

아마존 프라임 회원수는 1억명을 넘어섰다. 미국 가구의 52%에 해당하는 숫자다. 아마존 프라임 고객들이 시작한 ‘제품 이용’이 인기를 끌자 달러셰이브클럽(Dollar Shave Club) 같은 성공적인 서비스도 태어났다.

2011년 면도날 정기배송 스타트업 달러셰이브의 등장은 115년 동안 세계 면도기 시장을 장악해온 질레트의 시장 점유 20%포인트나 떨어뜨렸다. 2010년 남성 면도기 시장 점유율 70%인 질레트는 지난해 54%까지 점유율이 떨어졌다. 달러셰이브는 면도날을 매월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기업으로 단순하고 오래된 산업에서 유통방식의 혁신을 가져왔다.

면도날은 수명이 있기에 계속 교체해야 하는데 교체시기에 맞춰 예비 면도날을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런 기존 면도날 사용방식의 문제점을 달러셰이브클럽은 이용방식이라는 아디이어와 기본에 충실한 제품으로 해결했다. 달러셰이브의 면도날 이용은 매번 면도날을 구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할 뿐 아니라 지속해서 면도날을 구입하는 정기고객을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달러셰이브클럽은 디자인, 마케팅, 고객응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아웃소싱으로 해결하고 있다. 면도날은 한국 기업인 도루코에서 공급받고 있고, 물류는 켄터키 소재 물류회사를 이용하고 있다. 잘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외부 자원으로 해결하면서 질레트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방식을 바꾸는 방식만으로 면도날 시장의 혁신을 가져온 달러셰이브클럽은 2016년 7월에 다국적 기업인 유니레버에 약 1조원(10억달러)에 인수됐다. 이는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은 전자상거래 기업 중 역대 네 번째로 큰 금액이다.

최근 이용경제 모델은 이제 식품, 의류, 뷰티, 완구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구독경제의 열풍이 거세다. 꽃 정기구독 서비스로 화제를 모은 ‘꾸까’는 월 2만원의 구독료를 지불하면 2주마다 회원에게 맞춤형 꽃다발을 배달해준다. 국내 최초 꽃 정기 이용 모델을 시도한 회사다. 경조사에 치우친 우리나라 꽃시장은 1인당 연간 꽃소비액이 1만3310원이다. 유럽의 10분의 1 수준으로 영세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꾸까는 2014년 정체된 화훼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꾸까 정기이용자는 월 평균 3만명이 넘는다.

박춘화 꾸까 대표는 일상에서 꽃을 즐길 수 있게 하자는 목표로 꽃을 사치로 생각하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부담 없는 가격의 정기이용 모델을 도입했다. 500만원으로 시작한 사업은 월 매출 5억원이 됐다. 꾸까는 서울 광화문과 이태원에 오프라인 전시장(쇼룸)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지방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며 올 하반기에는 꽃과 술집을 결합한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춘화 대표는 “정기이용으로 확보한 고객을 바탕으로 오프라인과 B2B 꽃배달 등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려동물에게 정성을 쏟는 소비자를 위한 상품도 있다. 국내 최초 애완동물용품 구독상품인 ‘펫박스’다. 사료 등 애완용품의 품절문제를 걱정하지 않도록 정해진 주기에 고객의 집 앞까지 배송해준다. 특히 반려동물의 건강상태에 맞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상품으로 반려동물의 질병도 예방할 수 있다.

커피 애호가가 늘어나면서 원두를 정기로 분쇄해서 보내주는 ‘원두 이용 서비스’도 인기다. ‘빈브라더스’는 2013년부터 직접 로스팅한 신선한 원두의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커피브랜드 네스카페 돌체구스토도 지난해 3월부터 업계 최초 캡슐 커피를 정기 배송해주는 ‘캡슐 투 도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 최근 이용경제 모델은 식품, 의류, 뷰티, 완구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구독 경제의 열풍이 거세다. 출처= 각 사

1인 가구가 늘면서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 육류 등 식품을 소포장해 보내주는 ‘푸드 이용’과 많이 사기엔 무게가 부담스러운 샴푸, 세제 등의 ‘생활용품 이용’, 정기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화장품 이용’도 인기가 높다.

뷰티 전문 배달·배송 서비스 업체인 미미박스는 지난 2011년 국내에 이용모델을 처음 도입했다. 당시 정기적으로 사야 하는 면도기와 면도날을 일정 주기마다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제품 등 가장 새로운 뷰티 아이템을 고객 맞춤형으로 배송해 인기를 끌었다.

국내 칫솔 브랜드 닥터노아는 칫솔 교체 시기인 두 달에 한 번 치약과 칫솔을 정기배송해준다. 한 달에 만원을 내면 대나무 칫솔, 유해성분이 없는 치약, 주거취약계층 자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 등을 배송받을 수 있다. 정기 배송 비용의 20%는 매달 <빅이슈>에 기부되기 때문에 환경과 사회를 동시에 고려한다는 점에서 구독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헬로네이처는 ‘오늘 수확해서 내일까지 집에 가져다주는 유기농 신선식품 가게’를 표방한 푸드이용 서비스를 운영한다. 유기농 식단을 비롯해 다이어트 식단, 저염식 식당 등 원하는 스타일의 식단을 정기로 배달해준다.

배민프레시도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요일마다 원하는 주기대로 배송해 준다. 이를테면 월·수·금 아침은 새벽 배송으로 다이어트 도시락을, 화요일엔 건강을 위한 저염 반찬을, 생수가 떨어져 갈 때쯤엔 알아서 척척 주기에 맞춰 집 앞에 배달해준다.

 

약정 없이 빌려 쓰고 반납하자

자동차, 명품 옷, 가구, 사무실까지 소유하기엔 부담스럽고 몇 년 쓰고 나면 헐값에 처분해야 하는 고가 제품들 사이에서 이런 이용경제가 부상하고 있다. 월 이용료를 내고 쓸 만큼 쓴 뒤 돌려주고 다시 다른 제품을 받아 쓰는 것이다. 공유경제 모델과 유사하며 오랜 시간 이용해온 정수기 렌털 방식의 이용경제다. 렌털과 다른 것은 약정기간이 없어 언제든지 위약금 없이 서비스 해지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패션업계는 명품 의류나 액세서리 등을 월 이용 방식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는 ‘프로젝트앤’, ‘더클로젯’, ‘리본즈’가 2016년부터 대표적으로 명품 이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로젝트 앤은 월 8만원으로 한 달에 두 개의 가방을 이용할 수 있다. 더클로젯은 월 7만9000원으로 한 달에 3개 가방을 교환할 수 있다. 또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명품 가방을 공유하면 할인 또는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본즈는 월 7만9000원에 가방 2개의 가방 이용권을 제공한다. 추가 교환을 원하면 1만원을 추가하면 된다.

장정주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밀레니얼세대는 소유보다 경험을 추구하기 때문에 비싼 제품으로 과시하기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빌리는 것을 선호한다”면서 “이용경제는 글로벌 경제 불황과 연관이 깊으며 모바일 앱 플랫폼 기술 등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지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