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강화했지만 오히려 올해 아파트 가격은 지난 한 해 상승률을 웃돌며 급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4.73%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년간 오른 4.69%를 웃돈다. 사상 처음으로 3.3㎡ 가격이 1억원을 돌파한 아파트도 나왔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는 전용면적 59㎡가 최근 2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올 초 18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6개월 새 5억8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최근 주택시장이 정부 규제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지만 시장 내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올라가고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은 여전히 부동산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하반기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 과연 어떤 투자전략을 세워야 할까.

강태욱 한국투자증권 여의도영업부 PB부동산팀장은 <이코노믹 리뷰> 인터뷰에서 “아파트 시장은 현재로서는 좋은 투자처는 아니며 역발상으로 투자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투자가 상당히 어려운 조건이다”면서 “이미 서울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물량은 없지만 투자수요가 유지되다 보니, 그동안 가격 상승에서 소외된 지역들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소외지역 투자, 부동산 펀드 투자 등을 조언했다. 양희관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은 강남권 주택, 기존 상권, 부동산 간접투자 등에 투자자 문의가 많다는 말로 조언을 대신했다.

공급 없고 수요만 있는 아파트 시장… 역발상 필요해

▲ 강태욱 한국투자증권 PB부동산팀장

강태욱 PB부동산팀장은 “서울 지역만 해도 오를 만한 곳들은 이미 다 올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오른 지역들을 찾게 된다”면서 “투자자들이 그간 강남 위주로 봤다면 이제는 강북의 오래된 아파트 등 과거에는 투자대상으로 보지 않은 금천구나 노원구, 도봉구 등 강북 지역에서 갭투자 방식으로 투자하는 패턴이다”고 진단했다.

노원구 상계동은 8월 17일 상계주공 8단지를 재건축한 ‘노원 꿈에그린’ 상계동 재건축 단지의 포문을 열면서 인근 단지에 투자 문의 증가와 함께 가격이 상승했다. 상계주공5단지는 전용면적 31㎡가 한 달 전 3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가격은 4억1000만원이다. 이마저도 매물이 없어 일부 투자자들은 “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며 연락처를 공인중개사에 적어놓고 가기도 한다.

강 팀장은 그간 소외된 지역들을 중심으로 투자를 하되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팀장은 “투자처가 과거처럼 넉넉하지 않은데도 투자를 하려다 보니 예전에는 투자하지 않은 곳도 하고 있다”면서 “과거에 투자처로 각광받지 못했다는 것은 수익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투자 시 자금이 묶이고 외생변수에 따른 위기가 왔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무리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 팀장은 아파트 시장이 아닌 부동산펀드 시장을 주목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수익형 부동산도 호가가 워낙 높게 나오다 보니 당장 매수해서 가격상승효과를 보기가 어려운 데다, 금리가 올라가고 경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부분을 감안한다면 현금흐름이 나올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익률이 일정하게 나오는 자산, 예컨대 부동산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면서 “부동산 펀드는 6~7%대로 수익률이 대부분이 거의 고정돼 있고, 해외 부동산 펀드는 환헷지를 하면서 수익률이 1~2% 더 올라가기 때문에 그쪽 분야로도 투자 문의가 온다”고 말했다.

수익형 부동산, 지난 10년간 가격 떨어진 적 없어

수익형 부동산은 수익률보다는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문의가 많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양희관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은 “아파트 시장도 뜨겁지만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지난 10년간 가격이 떨어진 적이 없고, 빌딩은 지가 상승률이 더 높을 것이란 기대감에 수익률보다는 시세차익을 염두에 두고 매수하려는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 양희관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

양희관 팀장은 “과거에는 수익형 부동산 예컨대 상가 등에 투자를 했을 때 수익률이 6%대는 되는 것을 선호했지만 현재는 수익률이 2~3%인데도 불구하고 향후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모습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 팀장은 “심지어 상가 수익률이 0.5%인데도 ‘월세를 받지 않아도 된다’며 투자한 사례도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10년을 내다봤을 때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충분히 내재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슈가 있거나 상권이 잘 갖춰져 있는 지역들 위주로 상품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동자금이 갈 곳이 없다 보니 서울권 내 50억~100억원 이내 빌딩을 사겠다는 수요도 넘쳐나고 있다. 양 팀장은 “100억원 이내의 부동산을 사겠다는 사람만 해도 수십 명 가까이 된다”고 전하고 “재작년부터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붐이 불면서 소위 ‘괜찮은’ 물건을 시장에서 찾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가들은 신흥상권보다는 기존 상권이 갖춰져 있는 곳들 위주로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라면서 “세로수길과 상수동, 합정동, 홍대, 도산공원 이면도로 위주 등으로 상가 투자 문의가 많고, 삼성동 이면도로 쪽은 3~4년 전만 해도 3.3㎡당 1억원 정도면 살 수 있었지만 현재는 2억5000만원 정도여서 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은 더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주택시장의 경우 강남 아파트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양 팀장은 “최근 부산에 거주하는 한 투자가는 개포주공4단지 매수문의를 했지만 매물이 없었다”면서 “시장 전반적으로 이미 규제가 다 시행됐지만 그 상태에서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투자심리가 꺾이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부동산 규제가 몰아친 참여정부 때도 가격이 오른 것을 자산 있는 사람들이 경험하면서, ‘어차피 가지고 있으면 가격은 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에 매도자들이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고 호가를 높게 부르고, 매수자들은 그 호가에 맞춰 거래를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강남권의 경우 3.3㎡당 1억원을 호가하는 아파트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부동산 간접투자에 대해서는 양 팀장은 “베트남 등 소액투자가 가능한 아시아권 쪽으로 부동산 펀드 문의가 상당히 많다”면서 “상대적으로 간접투자 쪽 상담비중은 많지는 않지만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을 장기적으로 차액을 노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은 환율에 대한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는 데다 국가별 외국인 투자법이 다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 팀장은 “베트남만 해도 외국인이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신규분양뿐이지만 이마저 소유권이 아닌 장기 임차권을 넘겨받는 구조로 국내 부동산과 다르다”면서 “무엇보다도 베트남 부동산 매매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베트남 환율이 떨어지면 환전할 경우 시세차익을 누릴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